의료기관의 제왕절개분만율 공개 효과가 갈수록 시들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공개된 2007년 상반기 평가결과에서는 제왕절개분만율이 전년보다 외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그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장종호)에 따르면 제왕절개분만율 적정성 평가결과, 2007년 상반기 우리나라 제왕절개분만율은 36.8%로 산모 10명 중 4명 가량이 제왕절개로 분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도인 2006년에 비해 오히려 0.8%p 늘어난 수치. 제왕절개분만율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적정성 평가가 시작된 2001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측에서는 고령산모의 증가와 다태분만의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도, 의료기관들의 개선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심평원은 "그간의 추이를 볼 때 제왕절개율이 낮은 기관은 여전히 낮고 높은 기관은 여전히 높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제왕절개율이 높은 기관들에서 지속적인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전면공개가 시행된 지 2년을 넘어서면서 '자발적인 개선을 위한 동기유발'이라는 기대효과도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산부인과 "적정성 평가 이분법적 사고만 키워"
특히 의료계에서는 적정성 평가결과의 공개가 오히려 산부인과의 진료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 강중구 사업이사는 "제왕절개분만율이 30%대로 진입한 만큼 더 이상의 평가결과의 공개는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분만을 하다보면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면서 "그러나 적정성 평가로 '자연분만이 선이고, 제왕절개는 악이다'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확산되면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환자들의 동의를 얻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강 사업이사는 "분만방법의 선택은 병원과 산모에게 맡겨야할 문제"라면서 "정부는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쫓지 말고 산과를 살리고, 산모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평원 "수가 가감지급 등 대안마련…의료기관 개선노력 계속해야"
심평원 또한 평가결과 공개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으나, 제도적 보완과 더불어 의료기관의 개선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동일한 자극이 계속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평가결과 공개만이 능사가 아니라, 방어진료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제도적 대안으로써 지난 7월부터 적정성 평가결과에 따른 가감지급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여전히 국내 기관들의 제왕절개율이 WHO에서 권고하는 5~15%를 상회하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에서도 지속적인 개선노력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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