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신체적 고통보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더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신장학회(이사장 서울의대 김성권 교수)는 지난 3월 세계 콩팥의 날을 맞아 서울과 부산 대도시에 거주하는 만성콩팥병(말기신부전) 환자 576명을 대상으로 삶의 질 조사를 실시하고, 15일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말기신부전 환자 75%는 직업이 없었으며, 이중 왕성한 경제활동을 해야 할 50대 이하에서도 72%가 건강상의 어려움과 질환으로 인한 취업기회 불평등 등의 이유로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환자들의 월 평균소득은 104만원이었고 이중 57만원을 만성콩팥병 치료에 쓰고 있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26%는 질환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을 한 경험이 있었으며, 이중 12%는 3회 이상 이직을 경험하기도 했다.
직장을 바꾸거나 그만둔 이유로는 ‘질환특성에 맞지 않는 근무형태(36%)’ ‘투석시간에 대한 회사측의 배려부족(26%)’이 가장 많았다.
실제로 대부분의 환자는 주 3회 이상 병원과 집에서 혈액 또는 복막투석을 받고 있고, 이러한 질환치료를 위해 환자의 68%는 일주일에 평균 14시간(하루 평균 2시간)을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이 때문에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경제적 어려움(34%)’이 ‘치료의 번거로움(20%)’이나 ‘신체적 고통(17%)’보다 더 고통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의 36%는 1, 2종 의료급여를 받고 있었지만 나머지는 총 진료비의 20%를 본인부담해야 하는 처지여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성권 이사장은 “투석이나 이식치료 등 만성콩팥병 환자들이 겪는 장기간의 투병생활은 암환자가 겪는 고통만큼 심하다”며 “만성콩밭병 환자들이 직업에서 차별받지 않는 사회적 풍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이사장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암 환자의 진료비부담이 10% 수준인 것처럼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대한신장학회가 신대체요법(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을 받고 있는 4만 433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한 결과, 당뇨를 앓고 있는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2001년~2005년)은 39.9%로 암 환자 평균 5년 생존률 45.9%(보건복지부 2005년 추정치)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이밖에, 신장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의 이식 못하는 이유로는 ‘장기를 구할 수 없거나(46%)’ ‘수술비용이 없어서(28%)’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를 구할 수 없어 신장이식을 못하고 있는 환자 중 일부(9%)는 장기매매를 통한 이식도 고려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번 만성콩팥병 환자 삶의 질 조사는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한 대한신장학회 소속 12개 대학병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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