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병원 박모씨는 5월 말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재 무직상태다.
"입국 3개월만에 2000만원을 썼습니다. 그러나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상습적인 구타와 상식에 벗어난 수련 시스템이었습니다. 어느날은 동료들과 함께 선배들에게 각목 10개가 부러질 때까지 두들겨 맞고, 응급환자보다는 선배 담배 심부름이 먼저였습니다."
얼마전 부산 K대학병원 정형외과 전공의를 사직한 박모(33)씨는 27일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서울역 모 커피숍에서 기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한 자리에서 자신의 짧은 전공의 생활에 대해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박씨는 전공의 생활을 시작한 지 3개월만에 의국비 조로 약2000만원 가량을 지출했다고 했다. 공식적인 의국비가 없는 대신 필요할 때마다 박씨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와야 했다.
"입국식 비용 210만원, 4년차 방 가구 구입비 60만원, KTX기차표 예매 15만원 등 제가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의국 선배나 교수들의 필요에 의한 지출이 대부분이었어요."
간혹 교수들이 서울로 학회에 갈 때 KTX 기차표를 예매하고, 렌트카를 대절하는 등의 비용부터, 사소하게는 교수실 프린터 잉크비용까지 부담해야 했다.
그는 "지난 3개월 동안 약 2천만원을 지출했는데 앞으로 남은 10개월을 어떻게 버틸지 난감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100일 당직 기간이어서 외출이 불가능한 상황었지만 앞으로 외출이 자유로워지면 회식비까지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했다.
단순히 돈 문제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씨에 따르면 레지던트 1년차는 마치 레지던트 3, 4년차의 몸종처럼 여겨졌고 환자 진료에 있어 집중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환자 진료와 함께 선배 심부름까지 도맡아야 했다.
"응급 환자의 진료보다 레지던트 선배들의 심부름을 우선해야 했어요. 동료중 한명은 위급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데 3년차에게 전화가 와서 급히 가보니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있었어요."
그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도 심부름이 최우선이었다며 심부름을 거부하면 그날 밤은 구타와 기합으로 힘든 하루가 된다고 털어놨다. 야간에 응급환자를 받지 말라고 했는데 받았다가 접수를 받았다가 의자를 집어 던지는 바람에 혼쭐이 난일도 있다고.
구타가 자행되는 것은 다반사. 얼마전에는 레지던트, 인턴이 3명이 강목10개가 부러지도록 맞기도 했다고. 당직 교수의 이름을 알아오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박씨는 "조용히 사직서를 낼 생각이었지만 앞으로 후배들에게 까지 악습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용기를 내 공식적으로 밝히게 됐다"며 "이를 계기로 레지던트 1년차에 대한 구타와 경제적인 부담을 주는 말도 안되는 일이 멈추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무직상태이며 당장 응급실 아르바이트나 페이닥터 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다. 또한 정형외과보다는 그나마 의국 내 선후배간 분위기가 좋기로 알려진 내과나 일반외과 쪽으로 관심을 갖고 병원을 물색중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혁 회장은 "올해만 해도 이같은 사례가 4건에 된다"며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전협 차원에서 박씨가 근무했던 부산의 K병원에 실사를 나갈 예정이라며 좀더 사례를 모아 대대적인 의국 횡령문화 추방 캠페인도 계획중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또 "이는 결국 수련병원에 대한 감시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병원 내 관리감독이 없다보니 발생된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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