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벼랑끝에 내몰린 의사들...
-----------<<< 글 싣는 순서 >>>------------- ①의사 자살 건수, '빙산의 일각'
②의사들은 왜 죽음을 선택하나
③의사의 자살과 그 사회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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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3 사망원인 통계조사'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의료계 역시 지난해부터 5건에 이르는 자살사건이 연이어 발생,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사회지도층격인 의사의 자살은 의료정책이나 환경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의료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사 자살의 원인분석과 해법 등을 메디칼타임즈가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참나 의사란 놈이 돈이나 떼먹고...XXX"
강북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J씨는 최근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은행 대출 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하자 '어떻게든 마련하라'는 금융기관의 압박은 점점 심해졌고 어쩔수 없이 사채를 끌어썼다가 업자에게 의사로서 참기힘든 말까지 들었다.
J원장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위해 희생했던 가족들에게만은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기로 다짐했었지만 이젠 그 자존심마저 무너져버렸다.
정형외과 의사인 신 모씨(43, 남)는 대출금을 갚을 길이 없어 최근 법률회사에 파산신청 상담을 하다 충격에 휩싸였다. 파산 신청을 하게되면 의사면허가 정지된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의사가 진료를 통해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며 "이 나이에 의업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했다.
신씨는 지난 2002년 경기도 성남에 개원하기 위해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아 인테리어 및 의료기기 등을 구입하고 임대료 등으로 소비했다. 그 후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휴일도 없이 진료했으나 환자는 하루에 많아야 10명정도에 불과했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이에 파산을 신청하고 재기를 고려했으나 이마저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파산을 선고받더라도 면책받기 전까지 의사면허가 정지돼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던 것.
면책후 면허정지가 해제되더라도 모든 재산을 처분한 상태에서 병원을 개원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파산한 의사가 재취업하기란 현실은 너무 냉정했다. 이미 의사라는 위상은 그에게 있어 허울좋은 호칭일 뿐이었다.
계속되는 의사들의 자살 행렬
지난해 6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故오동성 원장의 음독은 전체 의료계가 아픔을 공감한 굵직한 사건으로 경영난에 의한 의사의 첫 자살로 기록됐다.
병원의 적자누적과 급여체불 등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병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은 당시 의약분업 파동 및 줄이은 중소병원 도산과 맞물려 적지않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의사의 자살이 최초로 보고된 시점인 2003년 6월, 故오동성 원장 사건 이후 올해 의사가 자살한 사건은 총 4건으로 지속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2월에는 경북지역에서 산부인과 의사인 전 모(47) 원장이 병원 지하 사무실에서 보일러 배관에 전깃줄로 목을 매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전 원장은 의료사고와 경영난으로 병원을 폐업했으며 증권으로 부채를 해결하려다 오히려 빚을 지고 심한 괴로움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4월에는 서울에서 극심한 채무관계에 시달려 온 정형외과 전문의(43, 남)가 독극물 정맥주사후 사망했으며 두달 후인 6월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기지 못한 마취과 전문의(45)가 부인과 함께 동반 자살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은 지난 7월 경기도 안산의 노인전문 요양병원을 운영하던 K씨(60, 남)로 병원 인근에 있는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채 싸늘한 시체로 발견됐다.
"의사 자살, 실제 건수 더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3 사망원인 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직종별 자살률은 무직에 이어 의사 등 전문직도 전년도 256명보다 증가한 281명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기도 안산의 병원장 자살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에 따르면 이와 비슷한 사례가 다른 관할지역 경찰에 보고된 바 있으며 유족들이 비공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안산에서의 사건 이후에도 다른 지역에서 이같은 사례가 또 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며 "의사들도 자살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유족들이 의사가 자살했다는 사실에 대해 사회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공개로 수사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의사의 자살사건은 더 많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례로 초동수사에서 자살로 명확한 추정이 가능한 사건에 대해 유족측이 외부에는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으로 알리고 부검을 실시하지 않은 채 시급히 화장한 경우도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고인의 처남이라고 밝힌 유족측 관계자는 "사건이 알려질 경우 남겨진 가족들의 정신적인 충격은 엄청날 것"이라며 "또한 주변 사람들에게 의사라는 직업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 상태에서 경영난에 의한 자살이라고 하면 의심의 여지도 없지 않다"고 토로했다.
"자살 의사 파악, 현실적으로 어려워"
자살로 인한 사망을 전국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는 자살한 의사의 대부분이 지역의사회에 가입을 하지 않았거나 가입을 했어도 회비를 내지않아 의사회 틀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안산시의사회 관계자는 "의사회에 가입을 하지 않은 경우 연락처도 알수가 없는데 경찰이나 언론에서 연락이 오거나 소문이 나지 않으면 의사회로서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도 신문사에서 전화가 와서 파악에 나섰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천시의사회 관계자는 "사실 해당 의사회에 신고를 하지 않으면 개업을 했는지 이전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며 "지역의사회가 미리 자살로 인한 사망자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자살로 인한 사망통계가 직종별로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유족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밝히지 않으면 의사의 자살은 그대로 묻히게 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자살로 인한 사망 집계는 동사무소의 사망신고 자료에 준한다"며 "그러나 동사무소에 신고할 때에도 직업란을 정확히 쓰지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의사의 자살집계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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