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에 대한 고액 배상 판결이 계속되면서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의사 사법리스크 안전망 구축에서 의료감정의 공정성과 전문성이 중요해지면서,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이 기능·규모 확대와 전문성 강화를 예고했다.
23일 대한의사협회 의료감정원은 의협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우리나라의 사법 체계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세계적으로 드물게 형사적 관점으로 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신생아 뇌성마비 사건 ▲유도분만 중 뇌 손상 사건 ▲소아 환자 골수 검사 사망 사건 등 의사에 대한 십수억 원의 고액 배상 판결이 잇따른 것에 대한 입장이다.
감정원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의사의 의료행위를 사법처벌 대상으로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과 과도한 배상책임은 소극적, 방어적 진료 및 필수의료의 기피현상을 낳아 결국은 환자들의 진료권이 침해받게 된다는 것.
실제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복귀율이 저조한 등 고위험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국회 토론회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 역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 확대 ▲의료분쟁 해결 시스템 개선 등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사법 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의료계 비판이 여전하다.
이와 관련 감정원은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을 담은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사의 의료행위는 사법적 판단행위가 아닌 의학적 검증으로 과실을 따져야 한다는 것. 또 국가 배상책임 비율을 더욱 높여 보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의사의 과실을 명확하게 따질 신뢰도 높은 의료감정 체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반면 감정원 감정에 대한 지연, 결과 신뢰도 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돼왔던 실정이다.
감정원은 과거 감정 지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로 인해 법원 및 소송 당사자들의 불만이 커져 감정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올해부턴 감정료를 기존 대비 2배 인상하는 한편, 사무처 인력을 기존 3~4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등 개선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매주 1회씩 진행되던 학회 배정 심의를 2개 조로 확대하여 감정 대기 시간을 대폭 줄였다.
또 감정원은 최근 법원과의 간담회를 통해 감정 관련 자료의 전자화 및 전자 전송 시스템 개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에서 기존에 채택하던 우편 방식이 감정 지연의 요인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장기 미회신 감정 건을 모니터링 해 유관 학회에 지속적으로 알림으로써, 감정 지연을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감정원 이우용 원장은 "감정원은 대한의사협회 산하에 있지만 거의 99%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며 "감정원은 의사 편향적이라는 비판과 의사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공정성과 전문성을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로 생각하며 근거 중심의 정확한 감정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 의무화로 감정 전문성도 강화한다. 감정원 감정은 법원, 검찰, 경찰 등의 의뢰를 사안에 요구에 따라 대한의학회 산하 50여 개 전문학회에 전달하는 식이다.
이후 전문학회에 요건에 따라 단수·복수의 감정위원을 선정하거나 별도 위원회를 통해 리뷰작업을 거치고, 완성된 감정 회신서를 감정원으로 송부한다. 이후 감정원은 내부 결재 과정을 거쳐 의뢰기관에 이를 회신한다.
이 과정에서 감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핵심은 감정위원에 대한 지속적인 의료감정 교육이라는 것. 훌륭한 임상 업적을 가진 의료인이 해서 반드시 양질의 의료감정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제대로 된 별도의 교육 이수가 선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의사가 쓰는 용어와 법관이 쓰는 용어가 달라 서로 다르게 이해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용어 사용법부터 교육해야 한다"며 "감정위원 교육은 감정의 원칙을 확립하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 감정위원별로 다른 결론이 나오지 않도록 눈높이를 맞추는 기초적인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감정원 한동우 운영위원장 "감정원은 공정성, 신속성, 전문성 확립을 최우선 목표로 설립됐다. 이를 위해 사법기관에서 의뢰가 들어온 감정 건을 심의위원회에서 1차 심의하고 의학회 산하 전문학회로 이관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며 "각 학회는 감정위원을 선정하고, 그 결과물을 다시 감정원으로 보내 내부 결재 과정을 거쳐 의뢰기관에 회신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감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본 인증 교육과 사례 중심의 심화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며 "이와 함께 심화 교육을 통해 최근 의료 감정 사례를 리뷰하며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정원은 현재 각 학회 감정위원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감정 기본 인증 교육을 매년 2회씩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학회별로 사례를 이용한 토론 중심의 심화 교육도 진행 중이다. 향후엔 의료감정위원의 인증 교육 이수 의무화해 의료감정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향상하겠다는 목표다.
대법원 예규에 따른 감정위원 확대 계획도 전했다. 기존 대학병원 전문의를 중심으로 구성된 감정위원 풀을 개원의를 포함한 다양한 의료진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감정 기간 단축과 함께 공정하고 신뢰도 있는 감정을 도모할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감정위원 증가와 함께 교육 및 질 향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감정원 신동우 심의위원장은 "최근 의료 전문 변호사들의 질의 수준이 높아져 일반적인 수준을 넘어선 질문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개원의나 경험이 부족한 의료인이 답변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에 해당 분야의 전문적인 의료인이 감정을 담당할 수밖에 없다. 의료 감정 자료는 재판 과정에서 유일한 증거물로 채택될 수 있기에 공정성 담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사 소송에서는 개연성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지만, 형사 소송에서는 유무죄를 가르는 중요한 문제"라며 "의사가 성실히 진료했음에도 악결과가 나왔을 경우, 악결과에 대해서만 유죄 추정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이럴 때 감정이 잘못되면 감정인에게도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발전방안으론 법원행정처와의 정기적 교류를 통해 의료분쟁에 대한 법조계의 이해를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또 감정인에 대한 인증 교육 이수 의무화를 대법원 예규에 삽입할 것을 건의해 감정 회신서의 전문성, 공정성, 신속성을 확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3시간으로 구성된 인증 교육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화하고, 학회별 심화 교육을 활성화하여 동료 심사(Peer Review) 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의료감정원의 기능과 규모를 더욱 확대해 나간다는 목표다.
마지막으로 이우용 감정원장은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제대로 된 감정을 통해 법원이 올바른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이를 위해 공정성, 신속성, 전문성을 핵심 가치로 삼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감정원은 공정한 감정이 최우선 원칙이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학문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감정원의 존재 이유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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