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성 요로상피암 치료는 수십 년간 백금기반 화학요법에 의존해 올 정도로 신약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백금기반 화학요법마저도 치료 후 약 9개월 이내에 질환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도 14~15개월 수준에 머물며, 치료 지속성과 생존 혜택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했다.
이 가운데 2023년 요로상피암 최초 항체약물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s, ADC) 파드셉(엔포투맙 베도틴, 한국아스텔라스)과 면역항암제 펨브롤리주맙(제품명 키트루다)의 병용요법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1차 치료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18일 서울아산병원 박인근 교수(종양내과)를 만나 파드셉 병용요법 도입에 따른 임상적 의미와 임상현장 활용을 위한 해결과제 등을 들어봤다.
파드셉 병용요법 등장, 순차치료 체계 변화
현재 파드셉 병용요법은 1차 치료에서 항암화학요법 대비 유의미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한 EV-302 임상 연구를 기반으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유일한 선호요법(Category 1)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ESMO와 EAU 가이드라인에서도 1차 표준치료로 우선 권고되고 있다.
특히 EV-30 연구의 약 30개월 추적관찰 데이터에 따르면, 파드셉 병용요법은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 33.8개월을 기록하며 기존 항암화학요법(15.9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49% 감소시켰다(HR=0.51, 95% CI, 0.43-0.61).
명실상부 글로벌 요로상피암 치료 표준옵션으로 자리 잡은 것.
이에 따라 박인근 교수도 임상연구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금기사항만 없다면 파드셉 병용요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주요 금기사항으로는 ▲조절되지 않는 당뇨병 ▲심각한 신경독성이 기존에 있는 경우 ▲장기이식으로 인해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는 경우 ▲각막 이상이나 심각한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 등이 있다.
박인근 교수는 "경제적인 여건을 제외하고 치료 효과만 고려한다면, 1차 파드셉 병용요법을 쓰고 이후 플라티늄 계열 항암제를 쓰겠다. 기존에는 젬시타빈+시스플라틴, 아벨루맙 유지요법, 파드셉 단독요법 순서였다면, 이제는 파드셉 병용요법이 1차로 사용되고 플라티늄 계열이 뒷단으로 가는 형태로 변화했다"며 "파드셉 병용요법이 1차 치료로 변화하며 생존율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이므로, 가능하다면 파드셉 병용요법을 먼저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 나이가 많다고 파드셉 병용요법이 반드시 더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또한, 고령이라고 해서 피부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지도 않는다"며 "오히려 기존 감염 측면을 보았을 때 혹은 세포독성 항암제로 인한 심한 식욕부진이나 구토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는 파드셉 병용요법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인근 교수는 파드셉 병용요법이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지 1년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임상연구와 유사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박인근 교수는 "다른 항암제를 처방할 때는 항상 ‘이 약이 듣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우려를 하게 되는데, 파드셉의 경우에는 그런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파드셉 치료 후 질병이 진행했다고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효과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이는 그만큼 임상 현장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진단했다.
"뒷단 보단 앞단…병용요법 급여논의 해야"
문제는 파드셉 병용요법이 아직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 임상현장에서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박인근 교수는 단독요법과 병용요법 모두 급여 논의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1차 요법부터 활용하는 것이 환자 생존기간에 이점이 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박인근 교수는 실제 임상에서는 치료 차수별로 환자들이 넘어가는 비율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실제로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의 치료 패턴을 후향적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 100명 중 2차 치료에서 30명, 3차 치료에서 추가로 약 30명이 후속 치료를 받지 못했다. 즉, 1차 치료를 받은 100명 중 약 60명의 환자들이 3차 이상 순차 치료의 기회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박인근 교수는 "파드셉을 뒷단에 쓰는 것보다 앞단에 쓰는 것이 생존기간에 이점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현재 비용 문제 때문에 용량을 (임상 기준과 달리) 일부 조정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표준 용량인 1.25mg/kg을 계산했을 때, 파드셉 20mg와 30mg 바이알을 조합해서 최대한 가까운 용량으로 맞추되 줄여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임상에서는 1차 치료 후 2차 치료로, 2차 치료 후 3차 치료로 넘어가는 비율이 급격히 감소한다"며 "아벨루맙 유지요법을 받을 수 있는 환자 비율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안정병변(Stable Disease, SD) 이상을 보이면서 4~10주 후에 투여해야 하는 조건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급여 기준에 의해 이 기간을 기다려야 하고, 그 사이에 질병이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한국아스텔라스는 파드셉 단독요법(2차 치료 이상)과 병용요법(1차 치료) 모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를 신청한 상태다. 단독요법의 경우 급여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를 통과했지만 경제성평가 완료 후 비용효과성을 두고 정부와 제약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단계에서 발이 묶여 있다.
병용요법은 암질심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후 지난 5월말 급여 재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박인근 교수는 "고령인 환자들에게 동반질환까지 더해지므로, 의료진 입장에서는 효과 좋은 약물을 가능한 한 앞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파드셉의 2차 이상 치료요법이 1차 병용요법과 함께 급여 등재를 논의하게 된 이유는 기존에 먼저 제출했던 2차 이상 치료요법에 대한 검토가 오래 걸렸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2차 이상 치료요법 뿐 아니라, 현재 1차 병용요법이 국내에 도입돼 사용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1차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 논의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며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요로상피암 환자들이 경제적 문제로 인한 치료 접근성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박인근 교수는 ADC 계열 약물들이 점점 1차 치료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하다고 평가했다.
박인근 교수는 "현재 급여 제도가 100% 본인부담 또는 5% 본인부담으로 돼 있는데, 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로, 환자가 30% 정도만 부담하는 중간 단계의 선택지를 만드는 것"이라며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도 치료 접근성의 형평성을 고려한 급여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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