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질문을 마주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닐까?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을 점점 외면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미루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더 이상 회피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죽음이 인간에게 불가피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한스 발둥 그리엔의 여자의 일생과 죽음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에는 젊은 여자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고 있다. 왼쪽 아래에는 어린아이가 있고, 거울을 받쳐든 노인이 서 있다. 또한 그녀의 머리 위에 모래시계를 치겨든 죽음을 상징하는 존재가 그려져 있다. 이는 인간의 삶이 유한하며, 젊음과 아름다움도 결국 늙고 사라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죽음과 삶이라는 작품은 죽음과 삶을 강렬한 대비 속에서 묘사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는 화려한 꽃에 둘러싸인 엄마와 아기, 나이 든 여성,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 얽혀 있으며, 태어나고 성장하며 사랑하고 늙어가는 인간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반면, 화면 왼쪽에는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푸른 옷을 입고 붉은 곤봉을 든 해골이 홀로 서서 삶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죽음이 삶의 일부이며, 결코 피할 수 없는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죽음은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었고, 죽음은 병원이나 요양시설과 같은 특정 시설에 갇혀 버렸다. 가족들이 집에서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의료진이 대신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변화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두려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죽음을 더욱 멀리 있는 것으로 인식하며, 노화와 죽음에 대한 준비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사회에서는 노년의 삶 또한 소외되기 쉽다. 건강한 노화와 의미 있는 노년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죽음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대 수명의 증가로 인해 우리는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 그만큼 노년기 삶의 질과 죽음의 방식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연명 치료를 어디까지 받아야 하는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히 노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나아가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다. 선진국에서는 '웰 다잉(Well-dying)'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으며,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죽음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죽음을 직시하는 것은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만약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며, 후회 없이 떠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가 현재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도록 돕는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단순히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장례 절차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는 과정이다. 또한, 죽음에 대한 열린 대화를 통해 가족들과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도 있다.
야크샤는 힌두 신화에서 '다르마'의 신으로 '마하바라타'에서는 숲과 호수를 지키는 신령한 존재로 등장하여 판다바 다섯 형제 중 유디스티라에게 여러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야크샤와 유디스티라의 문답 중 가장 유명한 질문 중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무엇인가?'이다. 이에 대해 유디스티라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이는 인간이 죽음의 필연성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살아간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야크샤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죽음을 논의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삶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우리는 죽음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마주하고, 이를 통해 더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 죽음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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