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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 간호사 사법리스크 커질 듯...분쟁소송 중심으로 떠올라

발행날짜: 2025-03-13 05:30:00

늘어나는 전공의 의료사고 처벌…이제 PA가 떠안나
의료사고·분쟁 증가 예상…간호계서도 우려 목소리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진료지원(PA) 간호사로 대체하려고 하면서 의료사고에 대한 각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공의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어서 이들을 대신하는 PA 간호사들도 소송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12일 PA 간호사 업무 확대에 대한 의료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성을 무시한 면허 범위 침범으로 부실 의료가 조장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PA 간호사는 제도권에 들어오지 않아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로웠지만, 이제 이를 피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전공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PA 간호사가 제도화되면서, 이들 역시 법적 분쟁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늘어나는 의료인 법적 책임…금고·실형에 배상까지

실제 최근 의료사고로 전공의가 금고형·실형을 살거나, 배상 책임을 무는 판결이 늘어나고 있다.

#일례로 이비인후과 전공의 A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환자의 응급실 이동에 동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건 당시 A씨는 후두경 검사를 위해 내원한 환자를 급성후두개염으로 진단하고 응급실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환자는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결국 사망했다. 당시 A씨는 홀로 야간 당직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가정의학과 전공의 B씨는 8세 환자의 횡경막 탈장을 변비로 오진해 환자가 사망하자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당시 B씨는 주당 90~100시간 근무로 과로 상태였으며, 병원에 환자의 상태를 보고할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가 내원하기 전 상황에 대한 차트도 받지 못했다.

#응급의학과 전공의 C씨가 흉통으로 내원한 환자를 급성위염으로 오진해 대동맥박리를 놓치는 일도 있었다. 환자는 사지마비에 이르렀고, 법원은 C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 D씨가 데이트 폭력 피해 환자를 응급 수술하던 중, 중심정맥관 삽입 과정에서 동맥을 관통해 손해 배상 책임이 인정된 일이 있었다. 이렇게 대량 출혈로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는 드물며, 숙련되지 않은 전공의 과실로 관통상을 야기됐다는 이유에서다.

#정형외과 전공의 D씨가 허리통증으로 내원한 환자를 오진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기도 했다. 그는 환자를 MRI 검사한 뒤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으로 진단해, 환자의 집 근처 정형외과로 전원 조치했다. 당시 휴일이어서 담당 교수 회진이 없었기 때문인데, 환자는 직후 응급실을 다시 찾아 혈종 제거 수술 등을 받았지만 하지가 마비됐다.

■수면 위로 올라온 간호사 법적 책임…배상액도 커져

전공의들의 과도한 업무 외에도, 지도 전문의·교수 부족이 의료사고의 원인이 되는 실정인 것. 법조계에선 이런 상황에서 PA 간호사들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 의료사고로 인한 법적 분쟁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그동안 법적인 사각지대에 있어 문제시되지 않았던 PA 의료행위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간호사가 법적 책임을 고스란히 지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행위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원칙을 고려하면, 이제 의사 지시하에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피고인 병원·간호사가 져야 할 손해배상 책임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환자는 의사의 의료행위를 기대하고 병원에 내원하는 것이 때문에, 법원이 간호사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정도를 더욱 높게 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현 의료 사태가 형법상 위법성 조각 사유인 '긴급 피난' 등에 해당해 당장은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이를 인정하는 법원은 없을 것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긴급 피난이 인정되는 사건 자체가 1년에 수백만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적고, 현재 의사들도 과실이 있다면 예외 없이 수사받아 기소·처벌되고 있기 때문이다.

PA 간호사 제도화로 의료사고 빈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의료계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이로 인한 배상액이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한별 전성훈 변호사는 "그동안은 PA 간호사는 암묵적인 특성과 문제 제기 시 의료현장에 생길 혼란을 고려해 관련 법적 문제를 쉬쉬하던 것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 PA 간호사가 제도화돼 피해자가 생긴다면 수사기관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게 된다. 이제 PA 간호사도 예외 없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소송에서 환자들의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 규모도 커질 것이다. 환자가 의사의 의료행위를 기대하고 의료비를 낸 것인데, 간호사에 의해 사고가 났다면 문제 소지가 커진다"며
"반면 병원이 할 수 있는 변론은 더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제도의 핑계를 대거나 PA 간호사의 실력이 전공의가 더 낫다는 식의 변명은 받아들여지지도, 해서도 안 될 말"이라고 전했다.

■의료사고 우려에 의료·간호계 반발 "국민 건강 위해"

의료계 역시 PA 간호사로 인한 의료사고 빈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6월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PA 간호사에게 ▲약·검사 처방 ▲골수·동맥혈 채취 ▲피부 절개·봉합 ▲진료·수술 기록 초안 작성을 허용하는 시행규칙을 예고하면서다.

더욱이 간호사 업무범위 검토위원회는 이 밖에도 70여 개의 진료지원행위에 대한 PA 간호사 업무수행 여부를 논의 중이다. 이에 의사단체들뿐만 아니라, 간호사들 역시 의사의 업무를 떠넘기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시민건강연구소가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공의 사직 후 환자 안전사고가 이전보다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리·구두 처방의 일상화와 부실한 PA 간호사 교육 체계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이 조사엔 3개 대학병원 간호사 480명이 참여했는데, PA 간호사 42.9%가 비자발적으로 진료 지원 업무를 맡게 됐다고 답했다. 배치 전 이론·술기 등에서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답한 비율도 각각 35.9%, 46.7%에 달했다.

또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정부가 간호법 하위 법령을 통해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대한의사협회·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경기도의사회 등 의사단체들도 성명서를 내고 시행규칙 제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의사가 수행해도 위험도가 높은 행위를 PA 간호사가 수행하는 것은 국민 건강에 큰 위해가 된다는 우려에서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PA는 인력이 충분한 상황에서나 유의미하지, 지금처럼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려는 목적으론 매우 부적합한 제도다. 결국 현장의 위험도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실제 현장에선 PA 간호사가 직접 위험한 술기를 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에선 PA 자체의 취지는 물론, 현실과도 맞지 않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PA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들도 불안하다. 특정한 교육 과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막상 하라고 해도 자신 있게 나서긴 쉽지 않다"며 "결국 이 정책이 어디에 이득인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정부 의도대로 가면 정말 국민이 건강해지고 의료체계가 정상화될지 의문이다. 수술이 많은 병원이나 민영 기업만 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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