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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70명씩 환자 보면서 무슨 상담치료 하라는 건가"

발행날짜: 2015-04-04 06:06:42

신경정신의학회 김영훈 이사장 "수가 체계 개선 시급"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하루에 70명 이상 외래 진료를 봐야 근근이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무슨 상담 치료를 합니까?"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영훈 이사장(순천향의대)은 3일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춘계학술대회에서 정신과가 처한 상황을 전하며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시대적으로 정신보건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지원은 전무하다는 하소연이다.

김 이사장은 "이미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노인 자살률이 높아지고 자살과 폭력, 중독 등 정신보건과 관련한 문제들도 빈발하고 있다"며 "마땅한 국민정신건강 정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들도 지쳐가고 있다"며 "이제는 뿌리부터 바꿔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수가로 인해 정신과 의사들이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없는 환경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바라보지 말고 거시적 관점에서 사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대부분 정신과 의사들이 하루에 70명 이상 환자를 보고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의사들도 단순한 약물 치료에 치중할 수 밖에 없다"며 "국민 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의료 환경에서 정신 치료, 심리 치료는 불가능에 가까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수가 체계가 정신과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영훈 이사장은 "정신과는 다른 과에 비해 시설 등 상당한 인프라가 필요하다"며 "또한 의사를 도와 치료를 분담해야 하는 인력도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검사 등을 진행하는 다른 과와 달리 정신과는 오로지 의사의 행위 외에는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결국 정신 치료, 심리 치료를 포기하고 무조건 환자수를 늘릴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하루 빨리 정부가 정신과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정책적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개입 없이 풀릴 수 있는 실타래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조현병 등은 자살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에서 사람의 생명이 달린 중증 질환"이라며 "고난도 치료를 평가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정신과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신과 병동은 타 병동과 달리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데도 일반 병동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하루 빨리 특수 병동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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