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ow Dressing'(윈도드레싱)
사전적 의미는 이렇다. 말 그대로 창문을 닦아 쇼윈도에 진열된 상품을 잘 드러내 보여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부추기는 행위를 뜻한다.
주식 시장에서는 통용되는 의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말 결산을 앞두고 기관투자자들이 실적이 나쁜 종목은 처분하고 호실적 종목은 집중 매수해 투자 수익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당해 연도 수익률에 비례해 연봉을 받는 기관투자자들의 경우는 수익률이 좋은 종목만 남기고 실적 나쁜 종목을 없애야 한다는 강한 동기 부여를 받게된다.
한마디로 윈도드레싱은 개인의 금전적 이익을 염두에 두고 상품의 가치를 실제보다 더욱 '있어 보이게' 하는 행위로 요약된다.
굳이 경영·경제 용어를 들고 나온 것은 최근 달아오르고 있는 선거판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더 잘 부합되는 용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제39대 의협 회장 선거뿐 아니라 전국 광역 시도의사회의 회장 선거도 예정돼 있다.
대규모로 '얼굴'들이 바뀐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물망에 오른 후보군들의 물밑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연말부터 부쩍 행사나 성명서, 시시콜콜한 보도자료 발표가 늘어나는가 싶더니 동창회, 구의사회 송년회에 이어 지역 산악회까지 쫓아다니며 얼굴 도장을 찍는 일도 빈번해 지고 있다.
모 후보의 경우 주변 지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선거용 포석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활동'을 보여줄 수 있냐"는 질문을 던지고 다닌다는 풍문도 들린다.
후보들은 각자 이런 '반짝 행동'들이 선거용 포석이 아니라 회원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선긋기를 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해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선거판이 벌어진 이상 후보군들의 행위 하나하나는 정치적 목적과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후보자들의 윈도드레싱을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모든 후보자는 선거권자에게 먹힐 만한 '킬링 콘텐츠'를 홍보하고 알려야 할 목적과 동기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회원들에게는 '소비자'의 마음으로 후보자를 바라보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갑자기 부쩍 눈에 띄인다고 그 상품에 혹해 충동구매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뽑을 사람이 없다"고 주저하는 회원들 역시 찬찬히 살펴보자. 윈도드레싱이 요란할 수록 빈수레일 확률이 높다. 제품 설명서에 표시된 기능 그대로 작동을 해왔는지, 지금 의료계 상황에 맞는 쓰임새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실제보다 더 있어 보이는 후보자들 사이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은 결국 선거권자의 몫이다. 구매 후 땅을 치고 후회해 봤자 3년 동안 '반품'이 불가능하다는 점, 누구나 다 아는 사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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