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젓과 날계란, 하키스틱, 가죽장갑 그리고 목검….
요즘 의사들이 날로 과격해 지고 있다. 누가 의사를 '액션 키드'로 만든 것일까.
연차가 쌓이면서 임총이나 정총에 등장하는 날로 기발한 '장비'들을 구경하는데 흥미를 느낄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
그런 까닭에 정기대의원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은근히 기대하는 게 있다.
이번엔 누가 그 큰 목소리로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과시'하냐는 것. 또 어떤 '장비'를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냐는 것이다.
논리로 상대방을 제압하기 어렵거나, 제압할 수 없을 때 동원할 수 있는 마지막 무기는 실력 행사 쯤 될 게다.
자기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물리력으로 상대방을 억누르는다는 점에서 한참이나 수준이 떨어지는 행위지만 사실상 가장 쉽고 빠르게 상대를 제압하는 효과가 있다.
막말이나 독설, 고성과 욕설은 '지난한 상대방 설득 과정'을 함축할 수 있는 경제적인 설득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당신의 주장의 이런 이런 부분에는 동의합니다만 이 부분은 이런게 아닐까요?" 대신에 "그걸 말이라고 하냐"가 훨씬 먹혀 들어간다는 소리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의사들은 짧은 의사 진행 발언 시간 동안 자신의 주장을 가장 함축적이고 경제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낸 셈.
다시 말해 의료계에서는 막말, 특히 목소리가 얼마나 크냐가 자신의 힘을 단번에 드러낼 수 있는 척도와 상징이 됐다는 말이다.
지난 임총에서 가죽장갑에 목검을 꼭 쥐고 임원석 옆에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던 경기도 양재수 의장이 노렸던 효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굳이 실제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까불면 다쳐라는) '공포심'으로 상대방의 발언권을 제안하는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행위를 했다는 말이다.
이번 정기총회엔 가뜩이나 임원진 불신인 추진이나 정관 개정안 등 대의원들간 날카롭게 대립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런 만큼 이번에도 막말의 정치학이나 공포의 경제학이 가져오는 효과를 기대하는 의사들도 많을 전망이다.
'막말의 정치학이나 공포의 경제학'이 먹혀들어가는 정총의 수준이 의사의 수준을 대변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번 총회를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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