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대형병원들의 응급실 과밀과 중환자 진료가 지연되고 있다는 응급의료기관 평가결과가 보도됐다.
장중첩 소아가 병원을 전전한 대구사건 이후, 응급의료체계 개편 움직임이 있다. 민과 관 양측의 입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정책의 결정에 중추적인 인물들이었다.
정부측 인사의 생각은 응급당직법 논란 당시에 파악되었다. 환자가 응급실에 가면 각 진료과 전문의가 즉각 진료하라는 법이었다.
법 제정 주창자였던 그는 반대 입장의 본인에게 "응급환자를 살려야 하지 않나요?"라고 힐난해 왔다.
한편 의사측 관계자의 주장은 최근에 들었다. 정부가 응급환자의 생명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얼마가 들든 크고 작은 지역권을 설정해 '센터'를 세우고 의사를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응급당직법의 문제점은 금방 드러난다. 환자가 적은 시골에 작은 병원이 있고, 소아과 의사 1명이 도시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24시간 즉각 대응하라는 말은 개업해 나가 해당 지역의 소아과 진료를 아예 공백으로 만들라는 뜻이거나, 시골에 대학병원을 세워서 망하라는 의미이다.
한편, 의사측 관계자의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응급환자의 '정의'가 문제이다.
응급환자는 3가지로 분류된다.
신속한 진료로 진료결과가 크게 변하는 몇몇 시간 민감성 질환, 암 말기나 감기처럼 진료와 관계없이 결과가 정해져 있는 질환 그리고, 충수염이나 장중첩처럼 아주 급하지는 않은 질환들이다.
중증 외상, 심혈관 및 뇌혈관 같은 몇몇 시간 민감성 질환에 대한 체계는 진료권 설정과 자원 확충이 필요하다.
그런데 각 지역 별로 이미 센터와 체계를 갖추어져 가고 있다. 나머지 질환들은 의학적으로 아주 급하지 않거나 신속한 진료가 진료결과를 바꾸지 못한다.
신속히 전원시키면 된다. 방방곡곡에 정부가 대학병원을 세워, 모든 질환을 '즉각' 해결할 능력이 없고 필요하지도 않다.
그들은 응급환자를 위해 자원을 늘리자는 동일한 주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돈을 '나 아닌' 상대가 내야 한다는 점이다.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장중첩은, 고도의 진료를 요하지도, 아주 급하지도 않은 질병이다.
대구에서 장중첩 환자가 병원들을 전전한 이유는 대형병원 응급실 과밀화와 병원간 전원의 문제점 때문이다. 다른 응급실들은 한가했고, 환자를 받아준 병원이 있었다.
환자와 병원이 서로를 '신속히' 찾아내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응급의료체계의 학문적 목적은 '적절한 환자를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병원에'이다.
기존의 의료자원을 잘 활용하라는 의미이다. 세상에는 배추가 필요하다. 양측 인사들은 배추를 많이 심으라고 한다.
하지만 과다 생산되거나 '신속히' 소비자와 연결되지 않은 배추는 밭에서 썩어갈 뿐이다.
상점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한다. 환자가 많으면 병원이 생겨날 것이다. 상점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 사회가 무심코 없애버린, 응급의료정보센터의 상담기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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