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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포괄수가제 시행 1년 "수술 안하는 게 이득"

발행날짜: 2013-06-18 06:24:54

기획산부인과 "고난이도 환자 전원" 안과 "수술실 폐쇄"

오는 7월 포괄수가제(DRG)의 종합병원급 이상 확대 적용을 두고 다시 한번 DRG의 의료 질 저하 논란이 불붙고 있다.

의료계는 포괄수가제가 고위험군 환자의 진료 기피와 획일화된 진료로 의료 질 저하가 필연적이라는데 반해 정부는 DRG가 과잉진료를 줄이는 순기능의 역할이 크다고 맞서고 있다.

2012년부터 DRG를 시행하고 있는 병의원에서 나타난 변화 양상을 중심으로 포괄수가제의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상> 병의원 DRG 시행 1년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다"
<하> DRG 시행 앞둔 종합병원 벌써부터 걱정
다음 달부터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DRG) 확대 적용된다.

병원계는 수가를 묶는 방식의 포괄수가제는 결코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포괄수가제로 인한 의료 질 저하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미 포괄수가제를 시행중인 의원, 병원의 생각은 어떨까.

2012년 7월부터 DRG를 시행하고 있는 병의원들의 1년간 경험을 짚어봤다.

▲"결과만 인정하는 DRG, 위험 산모 기피"

오는 7월 종합병원 이상의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가장 큰 반발 목소리를 내는 곳은 산부인과다.

이미 산부인과 자체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포괄수가제로 자궁 및 자궁부속기 수술을 묶을 경우 생존까지 위태롭다는 자체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

특히 환자에게 투입된 의료 서비스의 총량을 따지지 않고 결과를 중심으로 진료비를 지불하는 방식에 불만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DRG 제도는 산모에게 유도 약물을 투여해 분만을 시도하다가 실패해 제왕절개를 실시한 경우 제왕절개에 대한 수가만 인정한다.

산부인과학회는 지난 4일 DRG시행에 반대하는 기자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결과적으로 제왕절개를 했으니 해당 DRG 수가만 주겠다는 것. 바꿔 말해 자연분만을 위해 투여한 유도분만 약제비나 진통 중 태아 심박동 감시 검사, 입원료 및 간호인력에 대한 수가는 공중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이런 경우라면 환자를 위한 최선의 진료보다는 DRG 수가를 인정받기 위한 안정적인 진료를 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실제로도 1년간 산부인과 병의원에서 이런 현상은 빈번하게 발생했다.

A산부인과의원 원장은 "DRG 제도는 투입된 의료서비스의 총량과 상관 없이 수가를 묶어버리기 때문에 개원의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면서 "비급여로 비용을 보전받을 수 없는 환자는 대학병원에 전원시키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슷한 수가를 준다면 난이도가 높고 소모품이 많이 들어가는 수술보다는 쉽고 빠른 수술을 선호하게 됐을 뿐 아니라 수가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진료 외에는 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B산부인과 원장 역시 "이전에는 제왕절개할 때 자근근종이나 난소 물혹도 제거했지만 이제는 하지 않는다"면서 "유착 방지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최소 침습으로 수술하다 실패하면 치료재 값을 청구할 수도 없어 조금만 어려워도 그냥 전원시킨다"고 털어놨다.

C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비슷한 일을 경험하고 있다.

충분히 병의원급에서 수술이 가능한 자궁근종 환자가 전원돼 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그는 "DRG 적용 후 두세달이 지나면서 협력 병의원에서 자궁근종 제거술이 필요한 환자를 전원시키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면서 "수가를 인정 받기 어려운 환자를 보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안과의사들 "백내장 수술 포기한다"

DRG의 병폐는 안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대한안과의사회는 DRG 적용 후 정확한 개원가의 경영 상태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5월부터 2개월간 안과 의사 1천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바 있다.

중간 집계된 결과에서 나타난 DRG 영향은 득보다는 '실'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먼저 백내장을 포기하는 병의원이 증가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설문 결과를 보면 저수가로 인해 수술실 폐쇄나 축소를 고려 중인 곳이 전체 응답자의 20%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에서 나타난 전원 사례 역시 안과에서도 빈번했다.

특수재료가 많이 들어가지만 비용 보전이 어렵거나, 난이도 대비 시간 소요가 큰 환자를 전원시킨다는 응답은 전체의 60%를 넘었다.

수익 보전을 위해 저가 재료로 바꿀 수도 있냐는 물음에 30%의 응답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저가 재료를 사용해 수술을 하면 의료의 질 저하가 우려되느냐는 질문에는 20%가 '우려 된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 안과의사회 김대근 회장은 "DRG는 수가를 묶는 게 최대의 목표"라면서 "백내장 수가가 10년 전에 비해 10%나 깎여 더 이상 의원급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는 건 무의미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술실을 폐쇄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백내장 수가의 원가 보존율이 떨어진다는 소리"라면서 "수술실 폐쇄가 가속화 되면 안과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 역시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수술에 들어가는 인력이나 시간이 똑같다면 결국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여지는 재료대를 절약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의료의 질 저하를 두고 보지 못하는 의사들은 그냥 수술을 접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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