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8일 시행된 쌍벌제는 1년 여 만에 의료계 등 관련 업계의 풍속도를 크게 변화시켰다.
정부의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는 일차적으로 제약계의 위축된 영업 활동으로 나타났고, 의료계 역시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첫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의료계, 제약계를 긴장시켰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움직임도 가시화된 한해였다.
오리지널 처방 느는 개원가…자생력 높이는 학회
쌍벌제가 의료계에 몰고 온 변화는 상당했다.
먼저 개원가는 복제약 처방을 줄이고 오리지널을 좀 더 쓰는 경향을 드러냈다. 괜히 제네릭을 처방하다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오해를 사기 싫다는 이유에서다.
쌍벌제 반감이 극에 달했을 당시 한 지역의사회장은 "쌍벌제는 의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오리지널로 처방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런 흐름 속에 국내외 상위 10대 제약사의 상반기 EDI 청구액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국내사는 0.4% 증가했다. 반면 외자사는 6.76% 늘었다.
의학계도 변화의 소용돌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쌍벌제 이후 제약사 후원이 예전만큼 쉽지 않자 상당수 학회들이 운영난에 직면했다.
모 학회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제약사 후원 없이 어떻게 해보겠지만 당장 내년이 문제다. 제약사에 후원을 요청해도 쌍벌제 등을 거론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자 학회들은 회비를 올리고 학술대회 장소를 호텔 대신 대학강당으로 변경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힘썼다. 초록집을 없애고 주차비 지원까지 철회하는 곳도 있었다.
다른 학회 관계자는 "회원들의 불만을 살 수 있는 모험적인 시도로 인해 솔직히 참석률이 확 떨어질까 걱정이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회 관계자들은 쌍벌제로 인한 지나친 규제가 학술 발전을 가로막는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질환을 알리기 위한 공익 사업조차 색안경을 끼고 리베이트로 바라보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바지 영업 등장…화려한 부스 영업 실종
쌍벌제의 파장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제약계에도 상당했다.
한때 영업사원들이 청바지를 입고 대학병원 영업을 한 것은 이들을 얼마나 벼랑 끝으로 내몰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당시 영업사원이던 A씨는 "쌍벌제 이후 제약사 직원은 리베이트나 주는 존재로 낙인 찍혔다. 병원 들어가는 것만으로 오해를 받았다. 청바지를 입고 환자처럼 위장하고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하는 심한 자괴감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이런 분위기는 흔히 '제약 마케팅의 꽃'이라고 불리는 학회 부스장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더 이상 방문객들의 두 손에 쇼핑백이 넘쳐나는 광경을 볼 수 없게 됐고 제약사들은 커피 제공도 눈치를 봐야하는 풍경이 벌어졌다.
한 제약사 PM은 "불과 1~2년 전만 해도 학회 부스장은 경쟁을 하듯 초호화판 경품 행사로 시끌벅적했다. 학회 방문자들은 부스에 쇼핑하러 간다는 말까지 있었다. 실제 모 제약사 부스에서는 아예 큰 쇼핑백을 나눠줬다. 하지만 지금은 파리가 날릴 정도"라고 환기시켰다. 말했다.
리베이트 의사 첫 유죄 판결…늘어나는 자정 영업
쌍벌제 후 이런 의료계, 제약계의 변화 속에 지난달에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첫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제도 시행 후 1년여 만이다.
해당 의사는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이는 의사 면허 취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번 판결은 다시 한번 쌍벌제 시대를 맞아 의료계와 제약계 등 관련 업계에 숙제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약사 모 인사는 "쌍벌제 후 여러가지 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고 부작용도 양산됐지만 결국 리베이트는 사라져야 한다. 업계도 많이 자정하고 있다. 다만 합법적인 영업 활동 범위를 다소 넓혀줘야 제약계나 의료계 모두 상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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