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우리는 시간외 수당이나 연·월차 없나요?"
직원이 4명인 김모 원장은 몇일 전 간호사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 주 40시간 근무제를 남의 얘기라고만 생각했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던 것이다.
7월부터 주 40시간 근무제가 5인 이상 사업장에 확대되자 그 여파가 5인 미만 의료기관까지 미치고 있다.
5인 이상 의료기관이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함에 따라 시간외 수당 지급, 연·월차 지급 등으로 근무환경이 좋아지자 이런 의원으로 이직하려는 직원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직원들은 인근 동네의원의 사례를 들며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제시하기도 한다.
김 원장은 "간호직원이 2명 밖에 없는 상황에서 5인 이상 의료기관처럼 연·월차를 줄 수도 없고, 직원들을 붙잡으려면 결국 월급을 인상해줘야 하니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주 40시간 근무제가 5인 미만의 영세한 의료기관에 더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그는 "주 40시간 근무제는 남의 일이라고 여겼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면서 "그렇지 않아도 구인난이 심각한데, 5인 이상 의료기관으로 인력 쏠림현상이 생기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은 본 기사내용과 무관함
실제로 D피부과 박모 원장은 6월 말 간호직원의 사표를 받았다. 평소 성실하던 직원이었지만 인근 대형 피부과로 옮겨갔다.
간호직원 2명 중 한명이 나가면서 당장 진료 차질이 불가피했지만 붙잡을 방법이 없었다.
결정적인 이직 사유가 주 4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의료기관의 경우 근무환경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대형 피부과를 선호하는 경향은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 이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나 같이 영세한 개원의들은 인력 구하기 더 힘들어졌다"고 했다.
이처럼 주 40시간 근무제 확대가 영세한 개원가에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원의들의 인건비 부담 역시 가중될 전망이다.
5인 이상의 의료기관은 제도 시행에 따라 휴가일수를 늘리거나 수당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와 무관한 5인 미만의 의료기관도 이에 발맞추지 않으면 직원을 채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임금을 인상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다.
간호직원 3명을 두고 있는 정형외과 개원의는 "인력 채용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5인 미만 사업장 기피현상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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