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 원장은 "의료는 의사, 환자, 정부 등 다자간의 관계이며, 의사 개인이 알아서 잘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못 박았다.
의료를 의사와 환자 1대1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의료윤리는 동전의 앞뒤처럼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병원마다 윤리위원회를 두고 있다.
진료 현장에서 일어나는 윤리 문제를 규제하기 위한 병원윤리위원회, 연구윤리를 심의하기 위한 기관연구윤리위원회(IRB)가 있다.
일부 병원은 병원윤리위원회에 IRB가 속해 있기도 하다.
문제는 윤리위원회가 있긴 하지만 권위도, 위상도 바닥이라는 것이다.
의료윤리 전문가들은 병원윤리위원회 위상이 높아지고, 의사 스스로 자기 정화를 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환자와 의사 사이에 일어난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만 하는 현재의 병원윤리위원회를 더 발전시켜 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한국의료윤리학회 고윤석 회장(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은 "병원윤리위원회는 어떤 문제를 도와준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고, 병원에서도 관심을 갖고 위원회를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 회장은 "전공의 수련기간 동안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토론 하거나, 의대 교육과정에 윤리과목을 강화하는 방법을 통해 의사 개개인의 윤리적인 민감도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가 병원윤리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상징적인 권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허대석 원장은 "굳이 법에 명시하지 않더라도 자율적으로 되면 좋지만 잘 실행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면서 "국가가 법령이나 지침으로 권위를 부여해 행정적인 뒷받침을 하면 진료 현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해상충 당당하게 밝혀야
의사가 새로운 치료재료나 수술법 등을 연구하거나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 쉽게 간과하기 쉬운 윤리적인 문제 중 하나가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다.
예를 들어 연구자가 개발한 치료재료를 생산하는 회사 대표가 자신의 가족이라든지, 연구자 본인이 그 회사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든지 하는 상황이 모두 이해상충에 놓여있는 것이다.
처방권에 자유가 있는 의사가 특정 제약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고 그 약의 효과와 상관없이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도 이해상충이다.
최근 병원들이 몸집을 키우고 있고, 제약사들이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이해상충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브란스병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해상충위원회’를 만들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도 위원회 구성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이일학 교수는 "의사는 자신이 이해상충 상황에 놓여있다고 밝히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공개할 때 오히려 상황이 더 투명해진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연구자가 이해상충 상황에 놓여있다고 밝히고 한발짝 물러나면 주변에서 연구의 윤리성 등 구체적인 판단을 내려 객관성과 투명성을 보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의사 재량권의 대전제는 안전성이 보장되고, 환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중심은 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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