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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살 안 빼냐고 묻지 마세요…비만 낙인 역효과만"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비만병을 진단받은 사람에게 적정 체중을 유도하기 위한 적절한 동기 부여 방법은 무엇일까? 십중팔구는 "언제 살 뺄래", "그러다 병 걸린다", "게으름이 문제다"와 같은 극약 처방을 떠올린다.심지어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으로부터 "정신 차릴 수 있게 욕을 해달라"는 주문이 나오는 것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따끔하고 호된 질책이 살을 빼는 데 효과적이라는 인식은 비만병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널리 퍼져있는 일종의 불문율. 그럼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호된 질책이 과연 적정 체중을 유도하기 위한 적절한 동기 부여 방법일까.우리보다 앞서 비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서구권에선 비만을 바라보는 인식과 관념이 실제 체중 감량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활발히 연구를 진행,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김유현 대한비만학회 언론홍보위원회 간사(차움삼성분원 가정의학과)를 만나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 찍기를 중단해야 하는 이유 및 바람직한 인식 개선의 지향점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따끔한 지적이 효과적이다? "역효과만 불러"이달 비만학회는 비만인 사람들에 대한 게으름이나 노력 부족과 같은 사회적 낙인을 없애는 작업에 착수했다.질병의 관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비만 용어를 '비만병'으로 바꾸고, 부정적 인식이나 차별을 줄이기 위해 미디어에서의 용어 사용 관련 가이드라인도 공개했다.비만한 사람들을 "나태해서 그렇다"는 식으로 개인의 책임으로 몰고 가거나, 체중을 기준으로 개인에게 가해지는 부정적인 행동, 태도가 만연해 있다는 점에서 이번 인식 개선 작업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와 관련 김유현 간사는 "이미 2020년도에 대한비만학회를 포함해서 100여개 과학단체가 공동합의문 형태로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없애야 한다고 선언했다"며 "이는 단순히 어떤 구호나 운동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과학적인 연구 결과에 바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상대적으로 비만 인구 비중이 많고, 비만으로 인한 사회 문제를 먼저 겪었던 서구권은 비만을 둘러싼 부정적 인식, 편견, 언행이 체중 감소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하게 연구했다"며 "실제 연구 결과 비만 낙인은 결코 체중 감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김유현 간사는 비만 낙인 재생산을 막기 위한 비만병 이미지 보도 가이드라인을 담당, 비만병을 보도할 경우 선입견을 악화시키는 이미지 사용을 피하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하지 않도록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비만 낙인이란 체중/비만병만을 기준으로 개인을 향하는 부정적인 행동, 태도나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차별, 게으름, 과식과 같은 정형화되고 잘못된 인과관계를 뜻하는 것으로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은 물론 심하면 치료를 단념케 하거나 자살충동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서구권은 1970년대 말부터 비만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비만이 본격적으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특히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비만을 주요 건강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연구도 활성화 됐다. 비만을 바라보는 인식에까지 연구의 범위가 확장된 것은 우리보다 먼저 나아간 지점.김 간사는 "이런 낙인에 노출되면 비만인 사람들이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일반 체중인 사람들도 장기적으로 BMI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다"며 "따라서 걱정한다는 의미로 '정신 안 차리냐', '언제까지 이렇게 살래'와 같이 모진 말을 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되는 것을 넘어 오히려 해롭기까지 하다"고 지적했다.그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충격요법으로 자극을 주는 것이 살을 빼는 동기로 작용한다는 오해를 많이 한다"며 "다양한 연구에서 비만 낙인 노출 시 고칼로리 음식의 섭취 빈도의 증가, 더 많은 양의 음식 섭취, 야외·운동 활동 감소, 스트레스 호르몬의 상승이 확인됐다"고 말했다.그는 "섭취량이 동일해도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내장지방의 비율이 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지속적인 비만 낙인은 초기 BMI와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비만 유발 가능성을 높이며 BMI와 독립적으로 총 사망률 증가를 초래하고, 불안장애 우울장애 가능성을 2.5배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다양한 연구에서 비만 낙인의 부정적 효과가 확인됐음에도 이와 같은 낙인을 돕는 행위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그의 판단. 인식 개선의 대상에는 의료진들도 포함된다.김 간사는 "비만학회 회원들 중에도 비만에 관련된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피드백을 주면 체중 감량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경우도 있다"며 "인식 개선의 대상은 비만인뿐 아니라 의료진들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비만병 대응, 치료와 사회적 인식 개선 병행해야앞서 세계비만학회는 낙인 효과 제거를 위해 ▲사람을 우선하는 표현 사용 ▲정확한 사실과 수치 인용 ▲부정적인 함의가 있는 라벨 및 형용사 사용 금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명확한 설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권고사항을 제시한 바 있다.대한비만학회 역시 이달 '비만병 및 체중관련 언어 보도 가이드라인'을 공개, 인식 개선에 팔을 걷었다. 김유현 간사는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비만의 '이미지'에 주목했다.보통 비만 관련 이미지는 과체중을 부각시키기 위해 체형이 두드러지게 부풀려지거나 기형적으로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호된 질책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이미지 또한 체중 감소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것.김 간사는 "비만 낙인 재생산을 막기 위한 비만병 이미지 보도 가이드라인 파트를 담당했다"며 "주요 내용은 비만병을 보도할 경우 선입견을 악화시키는 이미지 사용을 피하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강화하지 않도록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이미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비만을 적정 체중으로 유도하는 과정은 길게는 수년이 걸리는 지난한 작업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채찍질은 원동력이 아닌 장애물"이라며 "비만인 사람이 활기차게 운동하는 이미지를 실제로 거의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김유현 간사가 직접 디자인한 같이건강 및 B SMILE 로고. 김 간사는 <뚱뚱해도 괜찮아 >, <다이어트&비만 치료 50만 100답> 등의 저서 집필, 비만인 오프라인 모임 운영 등 다양한 활동으로 사회적 비만 낙인 지우기에 앞장 서고 있다.그는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라고 해도 쓸만 한 이미지가 많지 않다는 미디어의 하소연도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에 학회 차원에서 미디어가 활용할 만한 비만인 사람들의 이미지 소스를 제작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뿌리깊게 박힌 사회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김유현 간사는 학회 활동 테두리 밖에서도 인식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만인의 일상 생활, 참 모습을 드러내는 컨텐츠는 그의 일환.김 간사는 "해외에서 술을 끊기 위한 모임 '알코홀릭 어나니머스'에서 영감을 받아 2013년부터 비만을 아는 우리의 이야기, 줄여서 비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며 "게으른 사람이 아닐 뿐더러 자기 생활을 열심히 영위하고 있는 여러 비만인 사람들의 드러나지 않은 면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영상 인터뷰 컨텐츠로 만들어 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그는 "국내에선 플러스 사이즈 속옷이 많지 않아 비만인 청소년들이 사이즈가 작은 속옷을 입으면 몸에 흔적들이 남게 돼 위축되기도 한다"며 "이에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플러스 사이즈 속옷 지원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본인도 비만에 해당하지만 늘 운동하고, 비만 관련 책도 쓰고, 같이건강이라는 사회적협동조합도 운영하는 등 바쁘게 살고 있다"며 "개인에 불과하지만 이런 활동들을 통해 비만인이라고 게으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 될 수 있다면 사회적 인식 변화에 일조한 것이 아닐까 한다"고 역설했다.이어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약을 끊으면 각종 수치가 다시 나빠지는 것처럼 비만도 이와 유사하게 만성적으로 반복되고 재발하며 꾸준히 진행되는 질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여러 노력들이 축적되고 있어 사회적 인식도 서서히 변화할 것으로 본다"고 긍정했다.
2024-09-24 05:30:00학술

건보공단, 개방형직위 및 의사 포함 전문인력 채용

메디칼타임즈=임수민 기자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은 조직 내 전문성 향상을 위해 개방형직위 및 전문인력 27명을 공개모집한다.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정기석)은 조직 내 전문성 향상을 위해 개방형직위 및 전문인력 27명을 공개모집한다.채용 분야는 의사‧변호사‧회계사‧약사‧연구직(빅데이터, 국제협력사업, 보건‧의료통계 연구) 등 15개 분야이며 지원 자격은 분야별 전문 면허(자격) 보유자, 석‧박사학위 소지자, 실무경력 보유자 등이다.채용 절차는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성별‧연령‧학교명 등 편견 요소를 배제하고 서류심사→인성‧증빙심사→면접심사를 거쳐 최종합격자를 선발할 예정이다.입사지원서는 9월 9일부터 23일 오전 11시까지 온라인 채용사이트를 통해 제출할 수 있다.최종합격자는 오는 11월 20일 임용돼 공단 본부(원주) 또는 지역본부(서울, 부산, 대구, 수원)에서 분야별 담당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단 약사분야는 2025년 1월 2일 임용된다. 
2024-09-11 16:19:07정책

정신과의사회 김동욱 회장 재연임 "전공의와 뜻 함께"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현 회장이 지난 18일 열린 2024년 정기학술대회 및 정기총회에서 재당선돼 3 연임하게 됐다. 이에 따라 그는 오는 9월 1일부터 향후 2년간 수장을 맡는다.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제15기 회장 선거에 단독 입후보해 참석자 재석 인원 386명 만장일치 찬성으로 당선을 확정했다.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김동욱 회장은 지난 제13기, 제14기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많은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의 편견을 줄이고 위상을 높이는 등 능력을 크게 평가받고 있다는 설명이다.또 김 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보험이사·총무이사·부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남서지부 회장, 개원정보이사로 일했다. 현재 서울 관악구에서 가람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김 회장은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자신의 환자를 입원시키기에도 어려운 상황이 닥쳤다"며 "이는 응급실 진료가 어려운 것 만큼이나 사회적으로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 14기 의사회에 이어 15기 의사회도 사직 전공의와 뜻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2024-08-30 14:01:03병·의원
초점

'용어 전쟁' 빠진 의학회들…질병명 개정 두고 전전긍긍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40년이 된 '비알콜성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 용어가 지난달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음주량을 기준으로 한 질병명이 질환에 대한 그릇된 이해뿐만 아니라, 명칭에 들어간 Fatty(지방)가 게으르고 뚱뚱하다는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져오는 만큼 새로운 용어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tunc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로 바꾸겠다는 것.이와 함께 지방간질환의 하위 분류인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도 대사이상관련간염(MASH)으로 대체하기로 했다.대한간학회만 칼을 빼든 것이 아니다. 사회적 낙인 효과 상쇄 및 질환 인지율·치료율 제고를 위한 질병명 개정에 대한 고민은 여러 학회에서 목격되고 있다.문제는 정신분열증이 조현병으로, 고지혈증이 이상지질혈증으로, 간질이 뇌전증으로 바뀐 이래 임상 지표 개선이나 사회적 인식 개선과 같은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냐의 여부.단순한 명칭, 용어 개정만으로는 땜질 처방에 불과해 그 효과가 한시적일 수밖에 없고, 오히려 직관적이지 못해 질환 인지율과 치료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부각되고 있다.최근 학술단체들의 용어 변경 흐름 및 용어 전쟁에 나선 학회들의 속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알코올성 간질환엔 놀라는 환자들, 비알코올성엔 '냉담'전 세계적으로 의학적 질병명이나 질환명이 변경된 사례는 여러 가지가 있다.나병이 한센병으로, 정신지체가 지적 장애로 바뀌는 등 주로 사회적 낙인, 오해, 또는 환자의 존엄성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변경이 이뤄졌지만 최근엔 질환의 정확한 이해 및 직관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추가되고 있다.대한간학회 지방간연구회 장병국 회장간학회의 경우엔 사회적 낙인 및 질환 이해도 증가 두 목적에 모두 부합한다. 용어의 변경은 단순한 글자의 치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게 학회 측의 판단.용어 변경은 질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를 통해 낙인이 줄어들면 환자들이 보다 편안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돼 실질적으로 치료율 증가와 같은 지표상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대한간학회 지방간연구회 장병국 회장은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용어를 바꾸는게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며 "치료 효과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무엇보다 환자들의 질환 이해 및 그에 따른 행동 패턴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용어 변경은 상당한 파급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병태 생리학적으로 간 관련 대사에 이상이 있는 경우 이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해 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에는 비알콜성 지방간질환이라는 말로 환자들을 이해시키기가 상당히 어려웠다"고 털어놨다.그는 "비알콜성이라는 말 때문에 환자들이 오히려 술을 안 먹는데 왜 이상이 생기는 것이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며 "이제는 용어가 변경된 만큼 대사 이상으로 인해 지방간이 생겨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면 대부분 수긍하게 된다"고 말했다.용어 변경으로 인한 실질적인 치료 패턴의 변화는 없지만 환자들의 질환 인지율이 올라가면 생활습관 개선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게 그의 판단.장 회장은 "음주에 관대한 문화이고 속된 말로 지방간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말까지 나돌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코올성 간질환만 아니면 된다는 인식까지 있었다"며 "이에 MASLD로의 용어 변경은 대중의 인식을 개선할 중요한 변화의 시작점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용어 변경 효과 일시적"…고심 깊은 학회들용어 변경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용어 변경만으로 모든 사회적 낙인을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병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 공공 캠페인, 환자 지원 등의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실제로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이 조현병으로 변경됐지만 조현병 환자들에 의한 강력 범죄가 지속되면서 부정적 인식 상쇄 작용이 일시적이었다는 지적이 의료계 내부에서도 나온 바 있다.중요한 건 실제 환자들이 얼마나 치료를 지속하느냐에 달려있지 용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같은 고민을 대한뇌전증학회도 하고 있다. 사회적 편견 개선을 위해 학회가 간질을 뇌전증으로 개명한지 12년이 지났지만 보험 가입이나 취업 등에서의 부정적인 편견 및 차별은 여전하다는 게 학회 측의 판단이다.학회 관계자는 "뇌전증을 개명했어도 환자들이 겪는 차별과 불편은 여전하다"며 "지난해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뇌전증 개명의 효과에 대해 물어본 결과 낙인감을 크게 줄이지 못했다는 의견이 20%에 달했다"고 말했다.해당 설문에서 뇌전증 낙인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뇌전증 유관기관의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는 38.8%, 뇌전증 관리와 지원에 대한 정책 확대는 42.6%, 뇌전증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은 36.8%, 사회적 관심을 위한 캠페인은 23.9%로 집계된 바 있다.용어 변경은 단순히 명칭 개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대국민 홍보와 캠페인, 지속적인 인식 개선 교육 등이 수반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대한심부전학회도 인지율 제고 및 치료율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명칭 개정 카드를 고심하고 있다.심부전학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심부전에 대한 증상 인지도는 2018년 62.2%에서 2022년 57.8%로 하락, 질환명 변경을 포함한 질환 인지율 제고 방안 논의에 불이 붙은 바 있다.심부전학회의 경우 2022년 조사에서 심부전에 대한 인지도가 2018년 대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바 있다.심부전학회 관계자는 "심부전이라는 말이 널리 통용되지 않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환자들이 알기 쉽지 않다"며 "영어 단어 심부전(Heart Failure)은 심장 고장으로 현지인들에게 읽히고 이해되기 때문에 더 직관적이며 치료에 대한 필요성 인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그는 "인지도 조사에서도 심부전이라는 용어를 들어봤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답변이 절반 가까이 된다"며 "학회 내부에서도 질환명 변경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등 고심이 깊다"고 밝혔다.고지혈증도 학술적으로 더 엄밀한 의미를 내포하기 위해 이상지질혈증이라고 변경됐지만 긍정적인 효과 여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붙는다.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관계자는 "이상지질혈증이 학술적인 의미로는 더욱 질환을 잘 설명하는 용어이지만 직관성의 관점으로 보면 그렇지 못하다"며 "많은 환자들이 고지혈증이라고 하면 잘 알아듣지만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하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그는 "고혈압, 당뇨병은 직관적으로 병을 알 수 있고 증상이 발현되기 때문에 환자들의 치료 지속도가 높은 편"이라며 "이상지질혈증은 여타 만성질환 대비 인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이는 학회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명칭 변경은 땜질 처방…신중론 펼치는 이유는의료계 내부가 아닌 외부에 의한 개정 추진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치매가 어리석다는 뜻의 한자를 사용하는 만큼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보호자에게도 모멸감을 줄 수 있다는 것. 어리석다는 뜻은 정신이상을 뜻하는 라틴어 의학 용어(Dementia)와도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부터 치매 용어 개정 협의체를 통해 개정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오히려 관련 학회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대한치매학회 최성혜 이사장은 "치매를 어리석다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질환을 가리키도록 일반 명사화됐다"며 "따라서 모멸감을 줄이려고 용어를 바꾸겠다는 취지부터 그릇된 감이 없잖아 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는 점이 용어 변경으로 희석될 수 있다"며 "인지저하증과 같은 명칭으로 바꾼다면 환자나 보호자도 치료에 대한 경각심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정부가 팔을 걷은 만큼 개정이 불가피하다면 인지저하증과 같이 순화하는 방향보다는 뇌인지병처럼 질환 인지도 및 치료율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그는 "회원들은 명칭 변경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며 "만일 뇌인지병이라고 하면 특정 과에서만 진료하는 것처럼 오인할 수 있게 되는 부분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대한비만학회도 무분별한 용어 변경 대신 신중론을 택했다.미디어를 통해 비만 관련 이슈가 확대,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오해와 편견이 쌓일 수 있어 '가이드라인'으로 인식 개선에 앞장 선다는 것.비만학회는 내달 국제학술대회 ICOMES 2024에서 미디어 보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비만학회는 "비만 낙인은 비만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과 차별을 말한다"며 "이러한 비만 낙인은 비만인 환자들에게 건강을 위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신체적인 건강 상태를 모두 악화시킨다"고 말했다.이어 "특히 미디어는 특정한 이슈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이해,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비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비만 낙인 재생산을 막기위한 비만 및 체중 관련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2024-08-30 05:30:00학술
인터뷰

“정신과 질환도 얼마든지 만성병처럼 관리 가능하죠”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과거 편견의 대상이었던 정신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다. 정신질환이 남 일이 아니라는 인식 변화와 치료 필요성이 부각하면서다.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이 늘어나면서 그 문턱 역시 낮아진 상황이다.다만 그 이면엔 여러 방법으로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노력이 있었다. 27일 메디칼타임즈는 20만 유튜브 채널로 성장한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진행했던 연세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윤희우 원장을 만나봤다.메디칼타임즈는 20만 유튜브 채널로 성장한 팟캐스트 '뇌부자들'을 진행했던 연세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윤희우 원장을 만나봤다.■인식 개선 나섰던 정신과 의사들…문턱 많이 낮아져뇌부자들은 2017년 3월 팟캐스트에서 활동을 시작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모임이다. 현재는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겨 정신질환·심리 분석 등의 내용을 다루거나 고민 상담하는 것을 주 콘텐츠로 하고 있다.윤희우 원장은 여기에 나서게 된 계기와 관련해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마침 관련 활동을 해오던 친구가 이를 함께하자고 제안했고, 뜻이 맞는 동료 6명을 모아 팟캐스트를 시작했다는 설명이다.이어 뇌부자들은 2019년 유튜브로 플랫폼을 확장했고,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판사 제의로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를 출간하기도 했다.이와 관련 윤희우 원장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선생님이 유튜브나 여러 매체로 인식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분들이 방송 외에도 강의나 여러 교양 프로그램에서 활동하시면서 정신건강의학과의 문턱이 낮아진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예인 등 유명인이 자신이 앓았던 마음의 병을 얘기하면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이어 "방송을 시작하고 환자들에게서 '아, 이게 병이었구나' 하고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게 됐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는 힘이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것을 자의든 타의든 게으름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방송을 보고 이를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다만 윤 원장은 지금은 유튜브 활동을 하진 않고 있다. 인식 개선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돼 이젠 본업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그는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에 맞추는 '치료적 동맹'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들이 호소하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함께 치료 전략을 짜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자신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음을 인지하는 환자들이 늘어나 이젠 이를 기반으로 진료 효율성을 높일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윤 원장은 "정신질환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발병률이 올라갔다기보다 병인 줄 몰랐던 분들이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오시는 경우가 더 많다"며 "다만 환자 수 자체는 늘어났는데, 7년 전 개원 당시 주변에 6개뿐이었던 정신건강의학과가 16개 정도로 늘었음에도 환자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이어 "그러다 보니 효율성 측면에서 좀 더 맞춤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른 병들처럼 정신질환도 초기에 치료가 시작되면 낫기 쉽고 중증인 상태에선 치료 기간이 길어진다"며 "심각한 경우엔 극단적인 시도를 하기도 하는데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홍보가 더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정신질환 증가로 환자 관리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클라우드 EMR이 방편 중 하나로 제시됐다.■늘어나는 효율화 필요성 "클라우드 EMR로 전환"그가 의원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을 클라우드 기반인 '트루닥'으로 변경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정신질환 관리에 있어 환자의 수면 패턴이나 식사·활동량을 확인하는 것이 유효한데, 클라우드 EMR이 이를 구현하는 데 더 유리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만성질환 관리처럼 앱을 통해 환자와 의사가 쌍방향 소통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다.또 정신질환 관련 정부 지원이 심리 상담을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심리상담사를 직접 고용하거나 심리상담센터와 연계하는 정신건강의학과 병·의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심리 상담 기록을 EMR에 연동하는 것에서도 클라우드가 더욱 효율적이라는 것.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있었던 의원 네트워크 허브 고장이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컴퓨터에 저장된 환자 정보가 손상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언제든 고장 날 수 있는 컴퓨터에 환자 정보를 두는 것보다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와 관련 윤 원장은 "클라우드 EMR의 장점은 확장성이라고 본다. 같은 기관이라면 다른 컴퓨터에서도 같은 화면을 볼 수가 있고 환자 동의가 있다면 의료진끼리 자료 공유가 가능하니, 심리상담사들이 접근하기도 나을 것이라고 본다"며 "더 발전한다면 환자 본인이 스스로 수면 패턴이나 식사, 활동량 등을 기록하는 형태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이어 "지금도 환자 척도를 자동으로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하는 등의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다만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불면증 등에서 환자의 증세나 변화를 더 빨리 체크하고 평가해 위험 신호를 인지하고 전달하는 기능이 있다면 어떨까 상상하긴 했다"고 전했다.정부가 척도 검사를 3개월로 제한하는 정책을 논의 중인 것과 관련해, 윤희우 원장은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척도 검사 3개월로 제한되나 "사회적 비용 생각해야"향후 척도 검사가 제한될 수 있는 상황은 문제다.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척도 검사를 3개월 이후 금지하는 정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윤 원장은 환자의 상태 변화를 추적할 수 있는 검사를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정신질환은 특별히 문제가 없어도 환자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데, 이를 기간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다.또 정신질환 중에는 우울증처럼 학업·업무 등의 능률을 떨어뜨리는 병이 많아,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낭비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척도 검사에 들어가는 국민건강보험 재정보다 정신질환으로 인해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더욱이 묻지마 범죄 등에서 가해자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이 부각되는 등 아직까진 관련 편견이 모두 해소되지 않은 만큼, 정부 역시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다.이와 관련 윤 원장은 "인식이 개선됐다고 해도 아직까진 F코드 보험 가입 거절 등 차별이 남아있다. 그런데도 갑자기 지원을 축소하거나 새로운 편견, 불이익이 생긴다면 환자는 병원을 찾기를 더욱 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환자들은 버티고 버티다 병을 키울 수밖에 없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우울증이나 불면증, 불안장애 등은 환자가 원래 발휘할 수 있는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 기능상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로 인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이 굉장히 높다는 것으로 고려하면 치료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이나 다양한 영역에서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2024-08-29 11:52:17병·의원

'일본도 살인사건'에 정신질환 제도개선 떠올린 정신의학회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지난 3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피의자 백모(37)씨가 75cm길이의 일본도로 이웃주민을 살해한 사건을 두고 의학계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학회)는 피의자 백모씨를 급성기 정신질환자로 판단,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방치될 수 밖에 없는 제도를 지적하며 개선을 촉구했다.학회는 "이번 살인 사건의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의 충격에 깊이 공감한다"면서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안전하게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3일 발생한 일본도 살인사건 관련 응급 정신질환에 대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학회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차원에서 판단할 때 가해자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정신과 치료력이 없다고 알려졌지만 앞서 7차례의 신고와 영장 실질 검사 과정에서 '스파이를 공격했다'는 등 횡설수설한 것을 미뤄볼 때 정신질환 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학회는 이처럼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지역사회에서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가 이뤄지고 이상 행동이 관찰됐음에도 가해자가 전문가를 만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제기했다.현재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질환이 의심되고 자타해의 위험이 높은 경우,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연계하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지난 2019년 4월, 안인득 사건 이후 5년이 지났지만 법과 현장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정신질환은 치료를 받으면 증상조절은 물론 회복이 가능한 질병으로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를 시작해 충분한 시간 치료를 유지하면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봤다.앞서 학회는 지난 2023년 정신건강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정신건강혁신위원회를 발족, 국민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학회는 최우선에 둬야할 것은 적시에 충분한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정신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강조했다.특히 학회는 정신의료에 대한 접근성 강화를 촉구했다.학회는 "정신질환과 치료과정, 그리고 이를 치료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편견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편견은 정신건강 문제의 악화를 초래하고 치료 접근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조기에 진료받을 수 있도록 외래치료지원제 강화를 제안했다.이어 급성기 정신질환 치료를 적극 지원하는 정신의료환경 구축을 요구했다. 현재 급성기 정신질환의 경우 환자가 자해 또는 타해의 심각한 위험을 보여야만 입원이 가능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는 게 학회의 지적. 전문가들은 결국 안타까운 사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봤다.학회는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병원이송체계 개선도 요구했다. 가령, 정신질환자가 급성기 증상 악화와 자타해의 위험이 높아 전문가의 진료가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인력이 공공 이송체계를 통해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학회는 부족한 정신응급 119 구급 이송에 더해 '정신의료 공공이송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병원간 이송제도를 통해 환자인권도 존중하고 의료진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보고, 병원간 이송제도와 인력 확보를 위한 예산지원을 거듭 촉구했다. 
2024-08-05 11:13:52병·의원

간무사 급여 월평균 237만원...과반은 최저임금도 안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간호조무사 권리 개선을 위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칭 개선, 학력제한 폐지 등 자존감 높이고, 휴가 사용자의 대체인력을 파견해 주는 대체인력지원센터 운영 등 대안적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다.29일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지난 26일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주최했다고 밝혔다. 여기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주영·이수진·김윤 의원,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공동으로 참여했다.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주최했다.'2024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몇 년 동안 변화가 미비했던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 현황·실태를 고발하고, 더 나은 근로환경 조성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관련 실태조사는 지난 2월~3월 6450명의 간호조무사를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다.노무법인 상상의 홍정민 대표는 '2024년 간호조무사 임금·근로조건 실태조사'에 대해 조사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간호조무사가 응답자의 11.8%로 나타났다. 이는 최저임금위원회 최저임금 미만율 최대값인 12.7%와 유사해 직업군 중 간호조무사에 대한 최저임금 미만율이 가장 높다는 설명이다.또 기본급 수준 조사에서 최저임금 이하 비율이 55%로 조사됐고, 월 임금 평균이 237만 원으로 보건사회복지업 평균 대비 73.7%로 낮았다. 간호조무사는 모든 임금지표에서 열악한 환경에 있다는 것.이와 관련 홍 노무사는 "간호조무사 대부분이 정규직임에도 근속기간이 짧은 이유가 근속 및 경력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근로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파악됐다"며 "경력과 근속기간 등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위해서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역량 강화 교육 및 전문 교육 기관 설립, 그리고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조직화와 현장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어 "제도적으로 건강보험 수가 적용 시 근속 경력에 대한 수당 반영 등이 필요하다. 간호조무사가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이유의 68.1%가 인력부족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부분은 근무기관에 우선 책임이 있으나, 휴가로 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경우 지역 등의 단위에서 간호조무사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정책 등을 연구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이어진 토론에서 대한의사협회 강대식 상근부회장은 수가를 높여 간호조무사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는 "우리나라 GDP 대비 경상의료비가 9.7%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일본이나 서부 유럽 쪽에는 GDP 경상의료비가 12~13% 정도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의료수가 부분에서의 상승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종합적으로 봤을 때 낮은 의료수가를 높게 설정되고 간호조무사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대한병원협회 조승연 경영위원장은 '간호조무사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과제'를 이야기하면서 이들이 모호한 업무범위와 처우의 격차, 불안정한 고용, 부족한 교육훈련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간호조무사 문제는 한국 보건의료체계가 지닌 문제점에 근본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는 조직문화 조성에 역점을 두고, 행위별 수가와 직역 간 이해 충돌, 기업 간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한국공인노무사회 김병관 청년위원회 이사는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간호조무사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근무환경이 더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또 휴가 사용자의 대체인력을 파견해 주는 대체인력지원센터 운영 등 대안적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조무사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전문가 좌담회' 참석자들은 간호조무사 권리 개선에 목소리를 모았다.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이 전면적이고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간호조무사 처우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노동관계 법령 강의 진행, 노동인권 교육 특강 등 노동관계법령 지식 및 노동인권에 대한 교육 홍보가 주기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이승기 대표변호사는 간호조무사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 시작은 간호조무사라는 전근대적 명칭을 간호실무사 또는 실무간호사 등 현실적 명칭으로 변경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보건의료현장에서 '조무사'가 본래 의미가 아닌 특정 직업에 대한 비하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간호조무사 직군 전체가 비하되는 등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명칭 자체에 대한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그는 "현재 간호조무사 시험응시를 위한 학력 기준은 1985년부터 40년간 '고졸'로 유지되고 있다"며 "대학 교육이 보편화된 현시점에서 유독 간호조무사에 대해서만 '고졸'만 가능하다는 학력 상한 규정은 너무도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고 지적했다.이어 "간호조무사의 적극적인 자기개발과 간호조무사 업무의 학문적·실무적 발전을 위해 간호조무사 시험응시 자격상 학력 제한 규정을 철폐해야 한다"며 "간호조무사 양성 기관을 기존 직업계 고등학교와 간호학원에서 대학기관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대한간호조무사협회 전동환 기획실장은 간호조무사의 현 실태를 이야기하면서 5인 미만 의원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경우 연차휴가도 없고, 주 40시간 근무도 보장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또, 시간외수당에 대한 가산도 없으며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경우 간호조무사 정원 기준이 없어 무자격자와 동일 취급을 받고, 호칭이나 명찰 유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등 기본적인 노동인권조차 존중받지 못하는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것.그는 "간호조무사 휴가 대체인력지원센터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며, 간호간병통합병동에 2030세대가 취업하고 싶어 하도록 정규직 채용과 적정수가 보상 등이 이뤄져야 한다"며 "일차의료 및 방문간호에서의 역할 확대, 병원급 의료기관 정원기준 마련 및 야간근무수당 가산금 지급, 5인 미만 의료기관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마지막으로 고용노동부 하창용 근로감독기획과장은 "간호조무사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근로감독 신고 사건 비율을 보면 병의원의 위반 사례가 많은 상황이다"라며 "사업주들의 인식개선, 법령준수 등이 더욱 필요하다"고 당부했다.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자인 간호조무사 스스로 근로계약을 함에 있어 꼼꼼하게 따져보고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라며 "그리고 노동관련 지식 습득을 위해 대한간호조무사협회에서 지속해서 근로 및 노동 관련 교육을 진행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2024-07-29 12:00:41병·의원

"뇌전증 환자 매일 1~2명씩 사망…거점 뇌전증병원 필요"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뇌전증센터학회는 국내 뇌전증 환자의 사망률 등을 근거로 포괄적인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국내의 뇌전증 환자의 장기 생존율이 50%에 불과하고 매일 한 두명의 사망자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대다수의 뇌전증 환자들이 우울증과 불안증, 자살 충동 등 여러 정신사회적 문제를 수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사례를 참조해 포괄적인 진료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21일 대한뇌전증센터학회는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을 통한 뇌전증 환자의 포괄적 진료의 필요성을 제시했다.뇌전증은 뇌신경세포에 과도한 전류가 흘러서 반복적으로 신체의 경련발작이 발생하는 뇌질환으로 한국에만 약 36만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뇌전증은 항뇌전증약을 투약하는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약 30%의 환자가 약물 난치성 뇌전증을 겪고 있다는 점.치료되지 않고 환자를 방치할 경우 돌연사율은 17배가 높고 중증 난치성 뇌전증은 돌연사율이 30배가 높아 매일 한 두명의 젊은 뇌전증 환자가 사망하는 실정이다.이와 관련 홍승봉 뇌전증센터학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은 "뇌전증 환자의 14년 장기 생존율은 50%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하다"며 "뇌전증이 발생하면 근육 경직 과정에서 근육이 융해되기도 하고 호흡 곤란으로 저산소증이 발생하는 등 신체 손상율이 일반인 대비 최대 10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홍승봉 뇌전증센터학회장그는 "뇌전증은 우울증, 불안증, 자살에 대한 생각까지 여러 동반질환, 정신사회적 문제를 수반한다"며 "우울증은 30~50%, 불안증은 20~40%, 자살생각이나 계획은 20~30%에서 보고되고 이외에 실업, 해고, 차별까지 개별 환자가 겪어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강조했다.뇌전증은 단순히 질환으로 끝나지 않고 정신사회적 문제를 수반하기 때문에 뇌전증 수술, 정신사회적 지원, 진료 시간 증대와 같은 포괄적인 뇌전증 치료가 필요하다는 게 학회 측 판단.한국의 환자 진료는 2~5분으로 매우 짧아서 미국, 유럽, 일본의 포괄적 치료의 개념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홍 회장은 "뇌전증 수술을 받으면 90% 생존이 가능하다"며 "뇌전증도움전화를 통해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있지만 병원간 상담 실적이 크게 차이가 나고 국내 의료진조차 포괄적 뇌전증의 치료 개념과 중요성을 몰라 뇌전증 도움전화를 잘 안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그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각 지역에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이 필요하다"며 "실제로 미국은 260개의 뇌전증센터에서 전문 상담을 지원하고 일본은 28개 거점 뇌전증지원병원에서 상담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이어 "일본의 상담 서비스는 2015년부터 시작됐고 향후 49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를 벤치마킹해 한국에서도 뇌전증 진료 상위 20개 병원을 지원시스템을 마련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일본의 경우 환자 한사람 당 진료 시간이 30분, 일본국립뇌전증센터의 의사 수는 29명, 간호사는 83명에 달한다.홍승봉 회장은 "미국은 진료 시간이 최대 60분에 달하는 반면 국내의 진료시간은 2분에서 5분에 불과해 환자들이 의사 눈치 보기에 바쁘다"며 "거점 뇌전증지원 병원에 뇌전증 지원 코디네이터를 한명씩 배정한다면 약물·수술치료 설명 및 뇌전증 인식 개선 활동, 다른 의료기관 진료 연계, 지자체 협력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한국 의료가 선진국 수준이 되려면 질병뿐만 아니라 환자의 마음과 생활까지 돌보는 포괄적 치료가 빨리 도입되고 정착돼야 한다"며 "뇌전증은 질병의 고통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차별로 2중 고통을 받고 있어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제도가 도입된다면 포괄적 치료를 정립하고 발전시키는데 확실한 견인차가 될 수 있다"고 지원을 촉구했다.
2024-06-21 12:01:58학술

ASCO에서 만난 김열홍 R&D총괄사장...“글로벌 제약사 목표”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 유한양행이 연일 해외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서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요법 연구가 주요한 폐암 토픽으로 떠오르면서 덩달아 회사 명성도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때마침 샌디에이고서 열린  바이오USA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그런 만큼 김열홍 R&D 총괄사장도 눈코뜰새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3월 합류한 김 사장은 유한의 미래먹거리인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동분서주하며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2일 ASCO에서 만난 김열홍 사장은 “렉라자가 전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년 국제학회에 참석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연구 발표도 직접 참석해보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미팅을 해보니 올때마다 높아진 위상에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한양행은 렉라자 미국내 허가를 앞두고 있다. 렉자라와 얀센이 개발한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3세대 폐암치료제로서 EGFR 돌연변이 TKI 제제로 승기를 잡은 상태다. 오랜만에 폐암분야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미국과 유럽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ASCO에서는 렉자자와 아미반타납 피하주사제를 평가한 PALOMA-3 연구가 발표됐는데, 전세계 폐암 전문가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이 연구에 참석한 미국, 스페인, 파리, 홍콩, 일본에서 온 유럽 종양내과 전문가들은 폐암 치료에 가장 임상변화를 예측할 정도다. 포스터에도 구름떼 관중이 몰렸다. 이런 반응에 고무적인 김 사장은 “매 순간 놀라고 있다. 렉라자의 허가가 머지 않았다. 성공을 위해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겠다”고 피력했다. 허가시점은 올해 하반기로 점친다. 허가가 이뤄지면 국내 최초 글로벌 제약사 반열에도 오른다. 현재 그가  구상하는 큰그림은 렉라자의 명성을 잇는 글로벌 신약을 계속 발굴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바이오USA와 글로벌 신약개발 세미나에 꾸준히 참가하는 배경도 국산신약의 우수성을 알리고, 현재 개발중인 호흡기신약의 글로벌 제약사와 제휴를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김 사장은 “일해 보니 유한양행이 갖고 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많은 바이오텍에 투자하고 있고, 신약개발에 의지가 강한 것을 느꼈다”며 “그런 의미에서 렉자라의 성공은 상당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고  이는 또다시 새로운 신약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포부가 있다면 “유한을 당당히 글로벌 제약사로 끌어올리고 명성을 드높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기존의 편견과 안주함을 버리고 할수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하겠다”고 피력했다.
2024-06-04 20:47:32제약·바이오

고도화되는 학회 진료지침…"임기응변 대신 시스템"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진료지침 작성 방법론을 체계화하기 위한 대한근거기반의학회가 최근 창립된 가운데 대한당뇨병학회도 진료지침 고도화에 팔을 걷었다.근거기반의학회의 창립은 그만큼 다양한 학회들이 인력,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진료지침 작성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에 당뇨병학회는 임상진료지침 평가도구나 학회가 마련한 자체 권고 지침을 따르지 않았던 부분을 보완, 조직 구성부터 지침 개발, 타 학회 인준까지 포괄하는 프로세스 정립에 나섰다.7일 당뇨병학회에 따르면 학회는 내년 5월 공개를 목표로 당뇨병 진료지침 개정 9판 작성에 나섰다.국내 학회들의 연혁 및 국제 무대에서의 공신력이 쌓이면서 자체적으로 마련했던 진료지침의 고도화, 표준화에도 팔을 걷고 있다.개정 지침의 특징은 진료지침위원회의 구성부터 대한의학회 임상진료지침 전문위원회의 권고에 보다 충실하고자 했다는 점.학회 관계자는 "2년마다 개정된 당뇨병 진료지침을 발간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고자 올해 1월 새로운 진료지침위원회가 구성됐다"며 "근거 기반 의학이 요구하는 기술 양식으로 진료지침을 작성하기 시작한 건 2021년 개정 7판부터였다"고 말했다.그는 "나름 체계적인 지침을 작성하도록 노력했지만 미진한 부분도 있었다"며 "내년도 개정 지침에는 보다 완비된 버전을 마련하기 위해 위원회 구성부터 대한의학회에서 요구하는 조직 그룹으로 완비하는 등 시스템에 의한 지침 마련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학회는 진료지침위원회 내의 조직을 운영위원회/이해상충위원회, 개발위원회/집필위원회, 자문위원회로 세분화하고, 이해상충 관리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접촉 창구도 개설했다.학회 관계자는 "근거기반 의사 결정툴은 이득과 위해, 근거 수준에 따른 효과의 확신도, 가치, 필요자원, 효과의 비교, 수용성, 수행 가능성 등을 포함한다"며 "이를 다 포함하려면 너무 많은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이득과 위해, 근거 수준 위주로 기술해왔다"고 말했다.그는 "임상 질문은 환자(Patient), 개입(Intervention), 비교(Comparator), 예상되는 치료 결과(Outcome)으로 요약되는 PICO 형식으로 작성된다"며 "치료 부분에서의 기술은 PICO 형식을 많이 따르지만 진단은 개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PICO 형식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지적했다.이어 "특히 다양한 대안, 지침 사용 시 고려사항에 대해서는 근거기반 의사 결정툴에 기반하는 대신 저자들이 나름의 형태로 기술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에 KDA 형식을 모든 권고문에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학회는 지침 인준에 필요한 유관학회 명단과 형식까지 미리 작성하는 등 각 항목 별 세부 프로토콜을 마련, 이를 위원들에게 발송할 예정이다.한편 개정판에서 다룰 핵심질문은 회원 공모제로 수집한다는 방침도 세웠다.핵심질문은 ▲환자 ▲치료법 ▲지침사용자 ▲치료결과 ▲지침이 사용되는 환경에 대한 것으로 이달 24일까지 공모를 받는다.선정 방법은 진료지침 개발위원회에서 기존 문헌검색에서 높은 질의 메타분석이 존재하는지, 무작위 배정 비교 임상에 대한 체계적 검토 존재, 편견이 적은 무작위 배정 비교 임상 존재 여부로 결정한다.
2024-05-08 05:30:00학술

"마흔네살 가정의학회, 첫 국제학술대회 신고식 성공"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10여년 전부터 국내에서의 국제학술대회 개최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게 됐다. 그만큼 내로라하는 연혁있는 학회들은 국제학술대회를 열며 세계 속의 학회로 위상과 역량을 재확인한 것.그런 의미에서 대한가정의학회의 제1회 국제일차의료 학술대회는 이례적이다. 1980년 태동한 마흔 네살의 학회가 올해 첫 국제학술대회를 열며 세계 무대에서 신고식 치른 것.국제학술대회는 학술적 의미 탐구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미 가정의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해외의 현황을 통해 국내 가정의학의 방향타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현지 전문가들에게 직접 들어본 생생한 일본의 환자 중심 일차의료, 대만 의대생들이 가정의학과에 지원하려는 이유는 한국형 일차의료 발전에 대한 아이디어뿐 아니라 가정의학 전공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는 평.학회가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추구한 미래 비전은 무엇일까. 한병덕 대한가정의학회 홍보이사(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를 만나 미래 전략에 대해 들었다.■첫 국제학술대회 신고식…글로벌 세션 대거 선보여가정의학회는 이달 19일부터 21일까지 더케이호텔 컨벤션센터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세계 속의 학회로 첫발을 내딛은 만큼 그에 발맞춰 학회는 학술대회 현황과 발전을 위한 제언, 세계가정의학회 학술대회 동향과 시사점 등 시금석이 될 만한 세션을 대거 마련했다.한병덕 이사는 "대한가정의학회가 설립되고 학술 활동을 시작한지 40여년이 지났다"며 "어느새 만명이 넘는 전문의를 배출했고 명실상부 일차의료 영역의 국내 최대 학술단체으로 자리매김했다"고 강조했다.그는 "어느 때보다도 일차의료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에 회원들의 보다 높은 학술적 요구에 부응하며 학회의 대외 위상 재고를 위해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일차의료 리딩 그룹이 되겠다는 열망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현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일차의료 국제 학술대회는 없는 상황이다. 가정의학회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아태 지역 내의 리딩 그룹으로서 국제적 협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아태 지역 대표 학회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학회는 글로벌세션으로 ▲체중 편견에 대한 관점과 연구 ▲국내 국제의료센터 및 여행의학 운영 경험 ▲비만 약물의 모든 것 ▲KOFIH 이종욱펠로우십프로그램과 글로벌 일차보건의료 ▲의학과 사회학과 다문화사회 가정의의 만남 ▲전자담배 논쟁 등 지역, 사회, 국가를 뛰어넘는 가정의학과 전공자들의 공통 관심사를 준비했다.한 이사는 "가정의를 위한 치매케어, 완화의료의 실제, 전 세계 재택의료 및 전환진료 시스템 현황과 전망, 일차의료 분야의 세부 진료계획, 국제협력 ODA(공적개발원조) 헬스케어 분야의 경험과 교훈을 마련했다"며 "생활습관의학 등 전세계 가정의학 전공자들이 관심 있어할 공통 세션을 기획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그는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한 세계 각국의 일차의료 개선을 위한 실천 계획을 주제로 한 글로벌 세션도 마련했다"며 "일본의 환자 중심 일차의료, 대만 의대생들이 가정의학과에 지원하려는 이유, 한국형 일차의료 도입을 위한 일차의료 발전방안 모색을 통해 각국의 현황을 비교했다"고 말했다.해외에선 이미 가정의학이 다른 전문 과목이나 의료기관을 연결시켜 주는 게이트(관문)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선 아직도 가정의학이나 주치의제,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개념이 희박한 편이지만 해외 전문가들을 통해 직접 현지 사례를 들어본다면 이는 국내에서도 적용할 만한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대만 의대생들이 가정의학과에 지원하려는 이유 등의 세션을 마련한 것도 해외에서 입증된 비전과 전망을 통해 떨어지는 국내 전공의 지원율을 역전시키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복안인 셈.■후배 마음 얻어라…"학술대회는 미래 비전의 전시장"수년간 전공의 지원율 하락에 시달려온 가정의학회 입장에서 최근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전공의의 집단 사직 문제는 발등의 불이다.하락하는 전공의 지원률과 수련 중도 포기도 적지 않은 마당에 아예 전공의가 사라진 환경은 가정의학과의 미래를 뒤바꿀 변수이기 때문이다.문제는 당장 상황을 뒤엎을 만한 묘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간 학회 차원의 '후배 모시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일차의료 활성화를 주제로 팀별 경연을 펼치는 '가정의학과 매력찾기 페스티벌' 코너는 물론, 일선 현장의 선배들과의 대화를 통해 미래 진로를 탐색하는 프로그램, 수련의 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한 가정의학교육위원회 모두 유능한 후배의 양성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황은 녹록치 않다.가정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8년 105.6%에서 매년 하락 추세를 그리다 2024년도는 49.8%로 털썩 주저 앉으면서 지난 10년간 연간 전문의 자격 취득자 수는 500명 이상 줄었다.눈에 띄는 부분은 엄중한 시기에 여러가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전공의들을 위해 학술대회 무료 등록을 결정했다는 것.타 학회의 경우 전공의 등록 및 참석률의 저조로 연수강좌를 축소하거나 생략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가정의학회는 예전 수준인 400명의 전공의 등록자를 확보했다.가정의학회 학술대회의 평균 등록인원은 1000명 안팎으로 전공의만 400명에 달하기 때문에 무료 등록 결정은 재정 측면에서 '통 큰 결정'인 셈.대한가정의학회가 전공의에 대한 전면 무료 등록을 결정하면서 예년 수준의 참가자가 등록, 흥행에 성공했다.한병덕 이사는 "의대 정원 문제로 수련 환경 자체에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당장 내일, 다음 주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서 단기, 중기 계획 수립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아울러 이번 사태로 미래 가정의학과의 주역이 될 전공의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학회 활동의 가장 큰 목적 중의 하나가 전공의, 지도전문의들의 교육, 연수인데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고 우려했다.그는 "이미 장기화 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전공과를 막론하고 많은 의사 선생님들이 학회 참석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고 있다"며 "병원 진료 일정으로 못 나오시는 분들도 많아 어떻게든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학회는 당초 예정됐던 ▲전공의를 위한 모의환자 활용 워크숍의 교육적 효과와 발전방향 ▲가정의학 전공의 수련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가정의학과 미래 수련방향 ▲가정의학 전공의 수련 방향: 역량 성장을 위한 e-portfolio 개발 플랜 ▲전공의 형성평가 ▲전공의 형성평가(CPX)와 피드백 ▲가정의학과 전공의 윤리교육 등의 강좌를 그대로 마련해 학술적 갈증을 풀어주는 데 중점을 뒀다.한 이사는 "일차의료 전문가, 지역사회의 믿음직한 주치의라는 표현이 가정의학의 정체성을 가장 잘 대변한다"며 "일차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지역사회 환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도록 수련 프로그램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갈수록 세분화 정밀화 되는 의료행위 속에서 환자와 사회는 포괄적 진료를 할 수 있는 주치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며 "역량있는 주치의로서의 전문성을 이어 나가기 위해 가정의학회의 현재를 평가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가정의학은 예방, 진단, 치료, 재활 및 만성질환 관리를 포함해 환자의 종합적인 건강 관리를 지향한다.한국의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만성질환 관리 등 적절한 개입을 통해 비용-효율성을 추구하는 가정의학의 수요는 계속 증대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학술대회는 미래의 주역인 후배들에게 가정의학과의 비전을 선보이는 동시에 양질의 주치의를 양성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한 이사는 "대한가정의학회는 일차의료 전문가를 육성하고 국민들이 언제나 믿고 찾을 수 있는 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 40년간 우리사회가 변화하고 국민의 건강상태 및 건강 요구도가 변화한 만큼 이에 맞춰 전공의 및 회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지난 몇년간 예상치 못한 큰 사건, 사고, 사태들이 벌어졌지만 학회는 학회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학술대회를 통해 가정의학의 미래 비전을 찾는 노력이 지속된다면 전공의의 지원율이 올라가고 보다 나은 진료 환경도 구축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2024-04-23 05:30:00학술
[백진기의 의료인 리더십 칼럼]

[백진기 칼럼]"더러운 책상?"(83편)

메디칼타임즈=백진기 한독 대표 아들 둘이 있다.핸폰에는 아들1,아들2로 저장되어 있다.아들2는 나름대로 정리정돈이 되는 친구다.아들1은 정리정돈하고 담 쌓고 사는 친구다.아들2는 일찌감치 독립했다. 유학후 군대,취업후 결혼이 이어졌다. 아들1은 콩팥이 안좋아 이식까지 했다.올해초 독립할때까지 40년을 넘게 계속 같이 살았다. 핸드캡이 있으니 늘 집구석에 있었다. 그의 책상에는 늘 먼지와 함께 수북히 뭔가가 쌓여 있었고그 속에서 모니터를 보는 것이 그의 삶이었다. 늘 책상이 더러웠다. 그것을 보는 내 마음은 편치않았다."재는 누구 닮아 저래?'집사람도 가끔 책상을 청소해 주곤했다. 수북히 쌓여 있는 것들은 그대로 두고 먼지만 딱는데 그쳤다.나는 아들1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야 토요일까지 책상 청소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쓸어버릴꺼야"" 뭔 책상이 이렇게 더러워"아들1은 늘 이렇게 대답했다. "내버려두세요 내가 알아서 할테니"언성이 높아진다. "니가 알아서 한다고? ...누가 와서 니책상보면 어쩔라고 그러니"책상위에 널브러져 있던 모든 것을 싹 담아멀리있는 공동쓰레기 수거함에 버린적도 있다. 퇴근을 늦게하면서 직원들의 책상을 보면 가지각색이다.서류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채 퇴근한 김대리도 보이고진짜 깔금하게 볼펜 한자루도 제위치에 있는 이차장 책상도 보인다. "책상이 저렇게 더러운 것을 보면 ...일도 짜임새 있게 좀 못할것 같아"라는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Thomas Gordon의 LET leader effectiveness training를 만났다. 심리학에서 얘기하는 '프레임'이란 단어도 알게되었다.무엇보다도 큰 소득은 마음의 창을 통해 바라본 '문제의 소유'였다. ‘그 더러운 책상문제’가 아들1의 문제가 아니었다.아들은 더러운 책상을 가진 적이 없다.아들1은 아무문제 없다.김대리도 아무문제 없다.아들1도 김대리도 불편하지 않았다. '아들1과 김대리의 더러운 책상'을 보는 나는 불편했다. 정작 더러운 책상을 소유한 그들은 더러움을 못 느끼고 쓰고 있는데내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 더러운 책상은 나의 문제다.이후부터 '더러운 책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아들1과 김대리를 보는 눈이 너그러워 졌다. 편견이 사그러지는 그런 맛을 봤다.다른 것도 내가 불편한데 괜스레 상대방의 문제로 오인하는 것은 없나? 
2024-04-15 05:00:00병·의원

인재를 함께 기르는 나라

메디칼타임즈=차의학전문대학원 오예지 얼마전 미국을 방문하여 난임 연구실 박사님을 뵐 기회가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던 중 최근 핫한 뉴욕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 등록금 무료 이야기가 나왔다. 이 대학 교수 출신이자 이사회 의장 루스 고테스먼이 10억 달러를 기부했고 아인슈타인 의대는 NYU에 이어 뉴욕에서 학생들이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두 번째 의대가 되었다.고테스먼 의장은 신입 의사들이 20만 달러가 넘는 등록금 때문에 진 학자금 빚 없이 커리어를 시작하고, 향후 의대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학생들도 입학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미국의 경우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떠올릴 때 사업, 금융, 로펌을 떠올린다고 한다. 한국에서 의대가 인기 많은 것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 내에서 돈을 가장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의사가 되기 위해 많은 학비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국가와 국민이 인지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점 중 하나다.미국인들은 어떻게 이처럼 기부에 관대할 수 있는 걸까? 해답은 미국이 국가를 위한 인재 양성에 큰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본인 또는 가족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교육에 투자함으로써 미래에 인재가 나올 수 있고 그 인재가 국가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 것이다.이러한 사회 속에 양성된 인재들은 그 가치를 이어받고,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내 자식이 아니더라도 국가를 위한 인재를 함께 길러내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참 감명 깊었다.한국 의료계는 기초의학을 비롯하여 의사과학자의 수가 미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최근에는 소위 필수의료라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를 전공하는 의사 수 부족 또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얼마 전 약사인 친척 오빠와의 대화 중 산부인과 이야기가 나왔고, 소아과와 산부인과 같은 곳은 성적 안 좋은 의사들이 가는 인기 없는 과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여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졌다.바이탈과를 가고 싶다는 소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더라도 주변의 인식은 성적이 안 좋아서 인기과를 못 가는 의사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 같아 씁쓸해졌다.자기 PR시대에 필수과들에게 씌워진 잘못된 편견 정정과 더불어 왜 인기가 없어졌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과가 왜 필요한지를 대중에게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방법 또한 필요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해본다.'一年之計 莫如植穀也, 十年之計 莫如植木也, 終身之計 莫如植人也' 일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과 같고, 십 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과 같고,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과 같다라는 뜻이다. 나라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양성하는 방법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국가 구성원 전체가 신뢰를 바탕으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2024-04-08 19:51:39오피니언

최신 근거로 살펴본 피타바스타틴…"고마운 약제"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23일 경기도내과의사회는 서울 롯데호텔에서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를 진행, 피타바스타틴의 새로운 효용을 살폈다."MACE 발생률은 35%, 사망 위험은 21% 낮췄다. 참 고마운 결과다."신규 당뇨병 발생 부작용(NODM)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피타바스타틴이 새로운 연구들에 힘입에 심혈관질환 예방에 강력한 효과를 지닌 약제로 인식이 전환되고 있다.지난해 공개된 REPRIEVE 임상에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자들의 1차 심혈관계 예방약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다른 스타틴 성분이 갖추지 못한 강점으로 눈도장을 찍고 있다.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제20회 경기도내과의사회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에서 피타바스타틴의 새로운 효용을 살피는 세션이 마련됐다.'Cutting edge care of pitavastatin with ezetimibe combination therapy'를 발표한 홍준화 을지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피타바스타틴이 다른 스타틴이 가지지 못한 강점을 지녔다는 점에서 이를 '고마운 약제'로 표현했다.홍 교수는 "2022년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에 따르면 당뇨병 전단계 환자의 절반이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고 있다"며 "그런만큼 이상지질혈증 치료와 당뇨병을 따로 떼서 생각할 수 없지만 문제는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스타틴이 신규 당뇨병 발생 부작용 위험도를 높인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2023년 미국당뇨병학회 치료 지침도 스타틴 성분은 제2형 당뇨병 발생률을 높인다고 주의를 당부했다"며 "따라서 당뇨병 고위험군엔 까다로운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성분 선택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홍준화 을지의대 내분비내과 교수그는 "스타틴 성분별 당뇨병 발생 위험을 주요 연구 과제로 삼아 임상을 진행한 경우는 거의 없는데 이와 관련 국내에서 대규모 연구가 진행된 바 있다"며 "한국인을 대상으로 180일 이상 스타틴을 투여하고 NODM 발생률을 따져본 결과 피타바스타틴이 가장 안전했다"고 설명했다.국내 스타틴 신환 환자 1460만명 대상으로 스타틴에 의한 당뇨병 발생을 확인한 결과 피타바스타틴의 NODM 발생 위험은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대비 28% 낮았다.특히 2019년 연구에 따르면 이런 효과는 용량을 높이면 부작용 위험도가 올라간다는 인식과 달리 1mg, 4mg 군에서 위험도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LDL-C 수치 감소율을 보고 부담없이 용량을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전향적인 연구 데이터가 있는만큼 당뇨병의 고위험군, 당뇨병 전단계의 스타틴 선택 기준으로는 무엇보다 NODM 위험에서 안전한 피타바스타틴을 처방 우선순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강력한데 안전하다…"참 고마운 약제"홍 교수는 "LDL-C를 적게 떨어뜨리니까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이 아니냐는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LDL-C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스타틴 고용량 대신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를 사용하라는 권고가 나오고 있고 이 기준으로 보면 피타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는 강력하다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그는 "투여 8주차에 LDL-C 저감률을 살핀 2022년 연구를 보면 피타바스타틴 2mg만으로도 33%를 낮췄지만 에제티미브 10mg을 추가하면 52%까지 낮아진다"며 "피타바스타틴 4mg은 41%를 낮추는데 여기에 에제티미브 10mg 추가 시 54%까지 낮아져 초고위험군 기준인 LDL-C 70mg/dL 미만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그는 "약을 처방했는데 LDL-C 목표치 달성에 실패해 용량을 추가하거나 타 약제로 스위칭을 하면 그런 과정에서 환자와의 라뽀(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다"며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당뇨병 고위험군에 처방할 약제가 피타바스타틴으로 한정돼 있는데 효과까지 좋으니까 참 고마운 약제"라고 언급했다.이어 "타 스타틴 성분과 달리 투약 8주 시점에서 HbA1c 변화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피타바스타틴의 독특한 강점"이라며 "대사이상지방간질환(MASLD) 환자는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높은데 에제티미브가 지방간 감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어 피타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는 이들에게도 좋은 치료 옵션"이라고 밝혔다.새로운 연구들이 추가되며 피타바스타틴은 안전하기만 한 약이 아니라 효과면에서도 강력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지난해 공개된 HIV 환자 대상 REPRIEVE 임상 결과도 인식의 전환점이 됐다.홍 교수는 "HIV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도가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적합한 치료제 개발이 한창 진행돼 왔다"며 "피타바스타틴의 효과를 살펴본 결과 위약 대비 MACE 위험을 35%, 사망 위험을 21% 낮췄다는 고마운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그는 "해당 임상에 아시아 참가자가 15%나 들어가 있어 한국인에게도 비슷한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HIV를 숨긴 심혈관질환자들이 꽤 있을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에 이들에게 피타바스타틴은 꽤 유용한 처방 옵션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4-03-25 05:00:00학술
인터뷰

"JAMA 논문은 무조건 믿는 관행…이제는 깰 때 됐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첫 시도 후 20년만에 이룬 결실입니다."최근 대한근거기반의학회가 창립되면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임상 과정을 거친 약제의 사용이나 치료 전후 예후의 변화를 살피는 수술법 등을 포괄하는 '의학'은 자연히 근거에 기반한 과학적 학문이 아니냐는 것.이미 근거 기반 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을 하는 마당에 의학회의 창립은 사족일 수 있다는 시선이다.근거기반의학회 창립 첫 시도는 2004년. 20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과학적인 기틀 안에서 의학적 위상이 정립됐다는 인식 역시 근거기반의학회의 존재 당위성에 의문을 던진다.왜, 그리고 지금 근거기반의학회가 필요한 것일까. 김재규 근거기반의학회 초대 회장(중앙대 소화기내과)과 김현정 학술이사(고대 예방의학과)를 만나 의학회 창립의 배경 및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들었다.■"근거기반 의학 아직 멀어…체계적 교육 부재"이달 1일 대한근거기반의학회는 발기인 3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가졌다.창립총회에서 눈길을 끈 것은 보고안건을 통해 故안형식 교수(고대 예방의학과)의 이름이 거론됐다는 점.안형식 교수는 국내의 갑상선암 발생률 상승이 과도한 조기검진에 의해 촉발됐을 수 있다는 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 NEJM에 발표해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김재규 초대 회장은 "2004년 안형식 교수가 국내 최초로 근거기반의학회를 창립하고자 했고 2007년, 2009년, 2019년까지 그런 시도가 이어졌다"며 "안 교수가 작년 작고하면서 그 유지를 이어받아 학회가 창립됐다"고 설명했다.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근거기반 의학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여러 의료진들이 공유하게 됐다"며 "학회 구성에는 김현정 학술이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왼쪽부터) 김재규 초대회장, 김현정 학술이사그는 "의학은 근거 중심이기 때문에 근거기반의학회의 창립에 의문이 들 수도 있다"며 "임상의사들이 근거 기반의학을 하고 있지만 정작 근거 중심적인 사고는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근거도 재해석하고 재발전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본 학회가 할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임상학회들은 각자 고유의 영역에서 근거를 생성하고 활용한다. 반면 근거기반의학회는 근거라는 것 자체를 어떻게 생성하고 바라보고 해석, 활용해야 할지를 탐구하는 등 보다 본질적이고 광의의 의미를 다룬다는 것.김현정 학술이사는 "미국 예방 서비스 태스크 포스(USPSTF) 등에서 근거를 가지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이는 하나의 개발 방법론"이라며 "근거기반의학회는 이런 가이드라인을 만들 때 활용되는 여러 방법론을 체계화하고 이를 보건의료현장에서 적용케 하는 일을 한다"고 영역을 구분지었다.그는 "각 학회가 근거기반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근거기반의학회가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며 "과거엔 임상의사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합의하는 방식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편향이나 편견이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각 학회가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면서 스스로 해석하거나 해외의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등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는 것.전문가 합의 방식의 가이드라인의 경우 각 항목마다 소위 '대가'라는 사람들의 주관적 판단이 권위라는 형태로 과학적인 선택을 대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그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에 대한 교육이 없다는 점이 근거기반의학회 창립의 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김현정 학술이사는 "글로벌 스탠다드는 무기명 투표를 통해 전문가 합의를 이루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방식에서는 아무리 영향력이 있는 교수라고 하더라도 한 표를 행사할 수밖에 없고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에 영향없이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해외는 지금…"환자 참여형 가이드라인 활성화"김재규 회장은 "학회들이 열의를 가지고 방법론을 학습해왔지만 글로벌 스탠다드에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간 이와 관련된 교육 프로세스가 없었기에 학술대회를 통해 교육 세션을 진행, 근거 기반의 방법론을 설파하겠다"고 강조했다.그는 "특히 해외의 경향성을 보면 환자가 가이드라인에서 피동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 존재로 개입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며 "환자의 가치와 선호도가 가이드라인 개발에 반영되는 것도 최근의 글로벌 동향이기 때문에 학회 활동을 통해 이런 저변 확대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이달 1일 대한근거기반의학회는 32명의 발기인과 11명의 임원진으로 학회를 창립했다.김 회장은 "질병과 치료 과정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환자들이고 그런 측면에서 보면 환자들은 질병의 전문가"라며 "의료선진국에선 가이드라인 개발에 환자가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많아, 국내에서도 환자의 가치와 선호도를 근거와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그는 "국내에서 환자단체가 늘어났고 목소리도 커졌다"며 "환자의 자기 권리 인식 측면에서는 좋은 일이지만 환자단체가 이익단체로 변질돼 이익 관철이 최대의 가치라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현정 학술이사는 "학회들이 과거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만들며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처럼 환자단체들도 이익 관철이라는 목적 아래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학회 활동을 통해 의학적인 영역에서 환자들의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최종 목표는 과학적 사고 저변 확대"최종 목표를 과학적이고 근거에 기반한 저변 확대로 잡은 학회는 최근 의대 증원 카드를 꺼내든 보건당국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정책 추진이 당위성을 얻기 위해선 사람들을 설득시킬만한 근거와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는 것. 불확실한 근거에 기반한 '2000명 확대'와 같은 구호는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김재규 회장은 "학회 활동을 통해 적어도 임상의들이 근거에 기반해 판단하고 치료해야 된다는 사고를 가지도록 하겠다"며 "이런 활동들이 축적되면 사회는 물론 행정당국에도 근거 기반의 정책 추진이라는 전통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그는 "인기 조사처럼 설문을 거쳐 몇 만명의 의료진이 부족하니 연간 2천명을 더 뽑겠다는 식의 정책 추진은 무리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며 "학회 활동이 활성화 되면 논리 대 논리, 근거 대 근거의 치열한 논쟁을 벌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김현정 학술이사는 "신종플루 유행 당시 타미플루의 효과가 좋다는 특정 연구에 기반해 영국 정부가 타미플루를 대량으로 구매했다"며 "일본 과학자가 해당 연구에 문제를 제기했고 추후 살펴본 결과 증상을 하루 완화시키는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지적했다.그는 "제약사가 100개의 연구를 진행해서 효과를 보인 20개만 발표하고, 효과가 없었던 나머지 연구를 발표하지 않으면 대중들은 20개 연구만을 보고 약에 대해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근거기반의학회는 과학적 근거라고 하는 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석해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접근하는 체계"라고 말했다.김재규 회장은 "이런 체계적인 접근에 대한 교육이 부재했기 때문에 의대생뿐 아니라 의사들도 JAMA나 NEJM 등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자료라고 하면 이를 모두 과학이라고 맹신하기도 한다"며 "과학적인 사고가 확대되려면 아무래도 제약사 등 자본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현정 학술이사는 "실제로 일본 후생성은 국가 정책적으로 근거 기반 보급 추진 사업(Medical Information Distribution Service, MINDS)을 지원, 가치 중립을 유지하도록 한다"며 "일본의 모든 가이드라인은 MINDS를 통해 움직인다"고 밝혔다.그는 "MINDS는 환자가 진료 지침 만드는 데 참여하고 싶다고 하면 지원자를 모집해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근거기반의학회도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해 의사뿐 아니라 환자, 일반 대중까지 근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틀을 형성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2024-02-22 05:30:00학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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