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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실 간식요정

메디칼타임즈=경상의대 2학년 박성연 최근 의대 증원이 발표되면서 2025년 입시에서는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최근 10년간 입시 상에서 입결이 가장 높았던 의예과 증원은 상위권 수험생들에게는 기회의 장임이 분명하다. 최근 휴학을 하게 되면서 몇 년 만에 다시 과외를 하게 되었다.오랜만에 어린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학생들이 의대 생활에 꽤 많은 관심과 흥미를 보이고 있음을 느낀다.최근 중학교 1학년 남학생 승우의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의대 들어가면 행복할 수 있을까요?"승우의 질문을 듣고는 곰곰 생각에 잠겼다. 우리의 학교생활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예과 2년 동안은 교육과정이 힘들지 않기에 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다.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가장 여유가 많은 시기였던 것 같다. 의대에 합격했다는 소위 말하는 의뽕에 취해 술도 진탕 마시고 다음 날이 없는 것처럼 놀며 시간을 보냈다.하지만, 본과에 올라가면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한 달밖에 되지 않는 짧은 방학, 몰아치는 강의, 강인한 체력을 요하는 여러 실습, 매 수업 시간 치르는 쪽지 시험과 2주마다의 블록 시험.본과에 올라와서 우리는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달고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반복되는 하루와 휘몰아치는 공부량에 의한 부담감 때문에 심신이 지친 나날들을 보내며 매너리즘에 빠졌음이 분명하다.승우의 질문에 대한 첫 대답은, "아니, 공부할 것도 너무너무 많고 힘든 순간이 정말 많아" 였다.하지만, 요즘은 학교가 참 그립다. 길어지는 휴학 기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 몇주, 몇 달은 시국과 의정 갈등 사안의 중대성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간만에 주어진 황금 같은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2 첫 시험을 앞두고 한 휴학이었기에 더욱 달콤한 행복이었다.하지만, 기약 없는 방학을 보내며 점점 학교생활의 소중함을 느끼며 동기들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순간들이 그리워지곤 한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학교생활은 소소한 행복과 함께였다. 학교를 다니면서 느꼈던 작은 행복들을 나눠보려고 한다.필자의 학교는 의대 캠퍼스가 본캠퍼스와 분리돼 있기에 의대생들은 주로 의학관의 정독실에 모여 공부한다. 정독실은 유독 시험 전날이 되면 붐빈다. 물론이다. 수천 페이지의 강의록과 족보를 밤새워보더라도 항상 부족함을 느끼기에 다들 밤을 새우기 일쑤다.본과 1학년 생화학, 해부학, 생리학 등 부담감이 큰 시험들을 모두 치르고 종강까지 남은 날은 d-1. 조직학 시험을 앞두고 있었을 때다. 학점이 큰 타 과목들에 밀려 대다수의 우리는 조직학은 1회 독은커녕 족보의 반도 보지 못했다. 봐도 봐도 헷갈리는 조직 슬라이드를 바라볼 때면, 여기저기서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그럴 때면 간식 요정들이 등장한다. 잠을 깨우기 위해 가져온 젤리, 사탕 등 달콤한 간식들은 톡톡 모두의 책상 위에 나눠주고는 옅은 미소를 짓는다.우리는 달콤한 간식을 나누며, 졸음을 함께 쫓으며 또 한 번의 괴롭지만, 달콤한 밤을 지새운다. 이 밤을 끝으로 우리는 종강을 맞았다.이렇게 사소한 행복이 떠오르며 동기들의 얼굴이 방울방울 떠오른다. 소소한 즐거움과 함께했던 학교생활이 그리워지는 늦여름 밤이다.
2024-09-23 05:00:00오피니언

의료대란은 결국 감정싸움이다

메디칼타임즈=전남의대 2학년 김효찬 이성의 시대는 끝났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이다.2024년 상반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의료 정책 급변과 이에 따른 의료 대란, 의정 갈등은 도무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고착 상태에 빠져버렸다.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제 나름대로 합리적인 의견을 표명하고 각자가 합당하고 생각하는 해결책을 제시한다.그러나 의견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는다. 이 사태에서 합리성이나 논리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심지어 이득의 문제도 아니다. 이는 결국 감정싸움의 문제다.의료 개혁의 발단부터가 감정의 문제였다. 의대 증원을 위시한 청와대 측의 의료 정책개혁은 4월의 총선을 시기적으로 노린 것이라고 보인다. 국민의 표심心, 즉 마음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의료 정책과 현 상황에 대한 범국민적 반응을 보았을 때, "국민이 의대 증원을 바란다"는 청와대 측의 대전제는 틀리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왜 국민은 의대 증원을 바랄까? 다양한 상황적 요소가 있겠지만, 근원적인 이유는 결국 "국민이 의사 집단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이 감정, 의사에 대한 국민의 반감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모든 국민이 의사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꽤 많은 수의 국민이 의사 개개인이 아니라 의사 집단 전체에 대한 반감을 품은 것은 사실일 것이다. 얼굴 맞대고 진료를 받은 의사 하나하나를 싫어한다기보다는, 특정한 계급으로 자리 잡은 의사라는 계층에 대한 반감이다. 이는 바로 의사의 특수적 위치성에서 기인한다.의사는 현재 남은 몇 되지 않는 쁘띠 부르주아 계층이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는 상승하고 일자리가 밀집된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은 치솟는데 월급은 10년째 동결 수준인 한국 사회에서, 이제 노동 소득으로 유의미한 자산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의 젊은 노동자층은 점점 출산, 결혼, 부동산의 소유 등 많은 것을 포기해 간다.그러나 의사는 다르다. 의사는 분명히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지만, 그 소득수준이 높고 '하방'이 닫혀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다. 의사의 노동강도는 분명히 높지만, 노동을 통해 유의미한 자산을 취득할 수 있는 쁘띠 부르주아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의사가 되는 방법은 많은 국민이 비슷하게 경험해 본 수능이라는 시험을 통해 결정된다.재벌처럼 태생으로 결정되는 부르주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나도 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되지 못했던 안락한 삶'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의사 집단이다. 반감은 여기에서 시작된다.그러나 이 이유에서라면 이 정도의 격렬한 반응을 끌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약간의 짜증 또는 거부감에 그쳤던 국민 정서를 폭발적으로 증폭시킨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국에 뿌리내린 능력주의 신화를 내재화한 의료계의 고립적 문화와 그로 인한 몰이해에서 기인한다.능력주의Meritocracy 는 부나 권력 등의 한정적 자원을 분배할 때 특정한 평가 기준 상의 성취도에 의거하여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긍정하는 정치 철학이다. 영어로 능력주의가 Meritcism이 아닌 Meritocracy인 이유는 이 용어가 고안된 배경 자체가 이 현상을 실체화하여 비판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즉,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라 대우를 달리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상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그 현상을 비판하는 것이다. 즉,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능력주의는 현재 정치·경제 체제 상에서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서 발생하고 시행되는 일련의 현상일 뿐이다.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 능력주의를 뼛속 깊이 내재화하고 긍정한다. 과거제를 오랫동안 시행해 온 역사의 잔재인지, 자원이 희소한 땅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인적 자원을 최대한 개발하고자 했던 정치적 목적에서 기인한 것인지 모른다.다만 어쨌든 한국인 대부분은 능력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능력의 수준이 높으면 높은 수준의 대우를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의사들도 다르지 않다.현재 젊은 의사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대입에서 높은 성취를 얻어 의대에 입학했다. 그들은 그들의 점수가 자신의 뛰어남과 노력을 입증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다, 똑똑하지 않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면 의대에 입학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그러나 그 두 요소가, 능력과 노력이 자신의 위치를 결정지은 유일한 요소는 전혀 아니다. 심지어는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소도 아니다. 지능을 운 좋게 타고나서, 그것을 발달할 수 있었던 가정환경에 운 좋게 태어나서, 특정한 지능과 노력을 높게 평가하는 수능에 걸맞은 능력을 운 좋게 양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더 나아가서, 그 능력으로 얻어낸 위치와 지위는 온전히 스스로의 덕분에 얻어낸 것이 아니다. 사회가 준 것이다, 부여된 것이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운 좋게 고지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일 뿐이다. 고지에 서게 된 자에게는 의무가, 사회에 대한 빚이 주어진다. 기울어진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 사회에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그러나 이러한 인식을 가지지 못한 채 능력주의를 내면화한 20대 초반의 의대생들은 고립된 의대 캠퍼스에서 주로 비슷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 믿음을 고착화시킨다. 이것은 몰이해로 이어진다. 의사의 몰이해는 다른 부르주아나 전문직종과는 다르게 더 치명적이다.의사는 모든 계층과 모든 영역의 사람을 환자로서 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정보적, 권력적으로 불균형한 의사-환자 관계 속에서, 자신의 건강과 생명을 맡긴 의사에게서 몰이해를 겪은 사람들은 의사 전체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현 사태에 대한 의료계의 대응 또한 의사가 아닌 대부분의 국민에 대한 몰이해를 방증한다. 의료계의 의사 표명은 꽤나 일관적이었다. 현 의료 개혁은 의료계 종사자에게만 불리한 것이 아니라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불리하며, 의료 전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분명히 합당하며, 충분한 논거를 갖추고 있다.그러나 인간은 합리성과 논리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다 지극히 세부적이고 복잡한 의료계의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는 그렇게 할 이유도, 의지도, 여유도 없다.의료계는 국민을 대할 때, 국민이 의료계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떠한 견해나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걸맞게 효과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했을 것이다.모두가 다 자신들과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순진하게 상정하고, 그 가정이 들어맞지 않았을 때 국민들이 의료소비자인 본인에게 불리한 정책을 옹호한다면서 비판하는 것은 그저 국민들에게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해서 반감을 증폭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감정이다. 그리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결정할 힘을 가지고 있다. 대중을 움직이려면, 그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내려면 결국 그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것을 건드려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갇혀 있는 이 작은 사회에서 벗어나야 한다. 익숙하고 편안하게 고립된 곳에서 벗어나 다름을 마주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4-09-19 05:30:00오피니언
[신세한톡]

전기를 쓰며 배운 대화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얼마 전 좋은 기회로 어르신 전기문 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매칭된 어르신과 프로그램의 대면 활동에서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토대로 혼자 글을 쓰는 과정을 몇 차례 반복한 끝에 전기문을 완성했다.한창 글에 관심 있던 필자는 타인의 글을 써주는 책임감을 경험하며 글쓰기 면에서 한 단계 성장해보고 싶었고, 필자가 임상의가 된다면 주로 뵐 어르신 층과 소통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여겨 참여했다.그런데 기대했던 바를 충분히 이룬 것을 넘어, 일상에서 겪는 '정보 전달' 목적의 대화, 특히 임상의와 환자 사이 대화에서 고려해야 할 점까지 유추해보는 경험을 가졌다.전기의 주인공과 작가가 나누는 대화는 임상의와 환자 사이 대화와 상당히 닮았다. 그 닮은 점 중 하나로는 한정된 시간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공식적으로는 단 세 번 대면으로 뵙고 1시간 동안 어르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대화하는 동안은 몰랐으나, 첫 대화 이후 글을 쓰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너무나 짧음을 여실히 느꼈다. 그러면서 전화, 메일 같은 수단을 이용한 비대면 대화도 떠올렸으나 전기를 써보니 반언어, 비언어적 요소에서 언어 요소에서보다 더 중대하다고 할 만한 비중의 정보를 얻었음을 실감해 비대면은 곧바로 단념했다.그래서 다음 만남부터는 여쭙고 싶은 내용을 미리 정리해 갔다. 이렇게 해도 시간의 압박은 너무나 커 따로 비공식 만남 자리도 가졌으나, 훨씬 효율적이었다. 그리고 글에선 점 하나 찍는 것만으로도 뉘앙스가 바뀐다. 그런데 필자는 타인의 인생을 담은 글이라는 책임감 때문에 최대한 왜곡 없이, 어르신의 의사를 그대로 담고 싶었다.대화할 땐 몰랐는데 돌아와서 글을 쓰다 보니 이야기 표현을 위해 어휘, 조사, 점 등에서 무한한 선택지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고민될 때가 잦아, 다음 만남에서 그 부분을 더 정확히 다시 여쭤보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렇게 대화 시간은 더욱 부족해졌다.또 다른 닮은 점으로 사람 각각의 역사가 있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람은 결코 어떤 사람과도 완전히 동일한 삶을 살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화와 글쓰기에 도움이 되도록 프로그램 운영진 측에서 어르신께 질문할 질문지를 제공했다."첫 직장을 얻게 된 과정은 어땠나요?", "한 번쯤은 꼭 가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유의 보편적으로 중시할 만한, 운영진께서 고심하신 흔적이 보이는 10개가량의 질문을 매 회차 제공했다.그런데 이러한 질문을 다루며 보편적이라 여긴 것이 그렇지 않을 수 있음을 배울 때가 잦았다. 누구나 이러한 생각, 경험은 해보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운영 측에서 제공한 질문에 대해 어르신께서 하실 말씀이 없어 하시고, 전기에 쓸 내용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대개 효율과 개별성은 반비례하고 그사이 어디서 절충할 것인가는 답이 없는 난제다. 개인의 특수성을 경험하니 요즘 부상하는 정밀 의료, 개인 맞춤형 서비스와 함께 진료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수많은 검사도 연상되었다. 절로 현재의 절충점은 적절한지 의문이 들었다.닮은 점으론 개인정보 문제도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어르신들께서는 여기서 쓴 전기문의 공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무척 궁금해하셨다. 그리고 개인사를 잘 털어놓지 못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자신을 돌이켜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대체로 민감한 일이 사람에게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전기를 쓰면 민감한 정보들도 포함되기 마련이다.그러한 이야기를 처음 본 20대 학생에게 털어놓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잠시 생각해보니 조지 오웰이 남긴, 모든 글은 정치적이라는 말이 떠올라 어르신께서 굳이 글에 담고 싶어하지 않으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으며 대화를 나누었고, 전기를 쓰며 이건 꼭 여쭤야겠다고 느낀 것을 메모해놓았다가 그 부분만 조심스럽게 질문하는 식으로 진행했다.기대한 것을 넘어 대화의 양과 질, 모두의 중요성을 절실히 배운 뜻깊은 활동이었다. 의료를 비롯해 사회 모든 영역에서 양과 질 양면이 모두 충족된 대화가 일상화되길 바란다.
2024-09-09 05:00:00병·의원

'냉방병' 의심시 전문가 치료를

메디칼타임즈=이화여대 본과 4학년 하보경 날짜로는 처서가 지났음에도, 폭염의 기세는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날씨 때문에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 냉방기 사용도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서 냉방기 아래에서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날씨는 더움에도, 이러한 냉방기기 아래에서 소화가 안 되거나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일 때 우리는 이를 '냉방병'이라고 부른다. 냉방병은 그 당시에는 감기 유사 증상으로 지나갈 수 있지만 소화기계 장애나 면역력 저하 등 전신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여름철에 예방과 적절한 치료가 꼭 필요하다.냉방병은 단순히 냉방기 아래에 있다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실내외 온도 차이로 발생한다. 이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 문제를 일으켜 잘 조절되고 있던 체온 조절 기능에 혼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실내외 온도 차는 5℃ 이내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바깥 온도는 30도 이상, 내부 온도는 약 18~20도로 맞추게 되면 실내외 온도 차가 커지면서 우리 몸의 온도 조절 체계에 이상이 생긴다.또 에어컨의 시스템 자체가 실내 공기를 건조하게 만들어서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다. 또한,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지 않을 경우 에어컨 내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이 감염을 일으켜 몸에 악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이러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냉방병의 증상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호흡기계 증상에는, 감기 유사 증상이 있는데 콧물, 코막힘, 기침, 인후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흔히 추울 때 걸리는 감기 증상과 유사해서 일반 사람들은 감기라고 오해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호흡기 이외 다른 증상과 함께 동반되어 올 경우, 냉방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전신 증상으로는 몸이 쉽게 피로해지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거나 소화기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냉방병의 경우 감기보다는 더 취약한 상태에서 발병할 수 있고, 신체 내부의 장기가 낮은 온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되면 장의 연동운동이 저하되어 소화기 증상을 유발한다.장의 연동운동이 느려지면 음식물이 장에 정체되어 소화불량이 발생하고, 장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들이 경련을 일으켜 설사와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에어컨의 찬 바람이 지속적으로 몸에 닿을 경우 근육이 경직되면서 관절이나 근육의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이러한 냉방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차가 큰 것이 주 원인이기 때문에 실내외 온도 차가 5℃를 넘지 않게 해야 한다. 과도한 냉방은 피하고, 냉방을 꼭 해야 하는 상태라면 바람이 직접적으로 몸에 닿지 않게 긴소매의 옷을 입거나, 혹은 실내에서 일정한 시간으로 냉방기를 끄고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또 찬 실내에 있을 때는 음식만큼은 차가운 음식은 피해주는 것이 좋고, 따뜻한 음식으로 적당히 내부 장기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거나 체온을 높여 땀을 내주는 것이 추천된다. 또 차가운 바람에 근육이 경직되지 않도록 중간중간에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관절의 통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냉방병의 치료는 특별한 치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증상에 따른 치료이다. 만약 두통이나 근육통, 관절통이 심할 경우에는 그 통증을 줄일 수 있는 진통제를 복용할 수 있고, 장의 연동운동 저하로 발생하는 소화기계 문제의 경우 소화제 복용을 통해 증상을 해결할 수 있다.그러나 냉방병의 경우 여름철 증상이 발생하기 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아무리 더운 여름철이라도 적정 온도 이하로 에어컨을 틀기보다는 자주 환기를 시키며 더위를 식히는 것이 필요하다.적절한 온도와 습도 유지는 냉방병의 예방뿐 아니라 평소에 전신 건강을 유지함에 있어서도 필수 요소이다. 만약 냉방병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더 큰 건강 문제로 발전하지 않기 위해 증상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이러한 냉방병에 대한 이해와 예방으로 뜨거운 여름에도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상 증상이 보이거나, 전신 증상이 지속 혹은 악화 된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냥 감기라고 생각하고 넘기기보다는, 더 큰 증상이 보이기 전에 미리 예방·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2024-09-02 05:00:00오피니언

의료계에는 MZ세대가 없을까?

메디칼타임즈=차의대 본과 4학년 오예지 최근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는 MZ세대의 공무원 기피와 조기 퇴사이다. 몇 년 전까지 가장 인기 있던 직업 중 하나인 공무원이 MZ세대가 가장 기피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대표적인 이유로 낮은 연봉과 보수적 조직문화, 잦은 민원, 낮은 업무 만족도, 직업관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기피 성향은 비단 직업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거주지역 선택에서도 드러난다. 젊은이들의 지방 기피와 수도권 쏠림 현상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수도권 쏠림 문제의 이유는 다양한데, MZ세대는 워라밸을 중시하는 만큼 서울·수도권에 쏠려 있는 문화시설이나 인프라의 영향이 크다. 직업 선택의 우선순위에서 삶의 질이 차지하는 부분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바뀌는 세대 속 의료계는 영향이 없을까? 똑같은 변화가 의료계에도 불어오고 있다. 정해진 낮은 수가, 잦은 소송, 낮은 업무 만족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직업관의 변화 등으로 인해 소위 필수의료라고 불리는 생명과 직결된 과에 대한 기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삶과의 균형 및 만족도가 직업 선택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방 기피와 수도권 쏠림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수도권이 일자리가 더 풍부하고 교통망과 문화시설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삶의 질을 높여 준다는 것이 한몫하고 있다.군 복무 측면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일반 육군 복무기간이 1년 8개월로 많이 줄어든 것에 반해 공보의 및 군의관 복무기간은 38개월로 크게 줄지 않았다.이러한 이유로 학부 또는 대학 졸업 후 빨리 일반병으로 군 복무를 마치려고 하는 의대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공보의를 통해 의료취약계층 문제를 보완하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간과해서 안 될 사안이다.이러한 사회적 변화 움직임이 야기하는 불균형 문제를 강제적으로 해결 할 수 있을까? 직업 및 거주지 선택의 자유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선택지일 것이다.많이 뽑으면 누군가는 지원하지 않을까라는 낙수효과 논리의 접근은 어떨까? 만약 그것이 효과가 있었다면 대학 졸업자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한국에서 중소기업 지원 미달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아이러니는 발생하지 않았어야 한다.수도권 대학뿐만 아니라 지방 대학 졸업자도 중소기업에는 취업하려고 하지 않는다. 낙수효과 논리대로라면 중소기업 미달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실상은 직업 선택에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기에 단순히 수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원인을 살펴 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무엇이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를 살펴보고, 인기 있는 것을 덜 매력적이게 만들어 선택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다.인기 없는 것의 주원인을 개선하여 자발적 지원과 자율적 분배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직업적 사명감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함께 고양시킬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2024-08-26 05:00:00오피니언

의대생이 성공하는 10가지 방법

메디칼타임즈=제주의대 2학년 이승준 제목을 보고 위화감을 느낀 분이 있을 것입니다. 의대생이 성공한다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입니다. 의대생은 의사가 되기 위해 학문을 배우는 학생일 뿐이기에 ‘의대생’이라는 주어는 ‘성공하다’라는 서술어와 어울리지 않습니다.그럼에도 이런 제목을 지은 이유는 의대증원 2000명, 필수의료패키지 사태 속에서 의대생이 처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그려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웃기지만 슬픈, 빈말이지만 바른말인 의대생의 성공 비법 10가지를 차례차례 소개하겠습니다.높은 성적을 받으세요.정부는 의대 증원을 통해 ‘낙수효과’로 ‘낙수과(바이탈)’를 채우고자 합니다. 졸지에 ‘하이리스크-로우 리턴’을 알면서도 사명감으로 일해온 바이탈과 의사를 ‘낙수의사’로 만들었습니다. “선생님은 공부 못해서 ‘낙수과’왔나요?”라는 질문에 쉽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의대생일 때 높은 성적을 받아 놓읍시다.  서울로 대학 가세요.서울을 제외한 모든 의과대학에서 증원이 이루어졌습니다. 그중 입학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를 대상으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인증 평가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인증 평가에서 떨어질 염려가 없는 서울 소재 의대를 가는 것이 미래에 의사가 되는 데 안전한 선택입니다.눈에 띄지 마세요.“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다.” 의대를 다니면서 격언처럼 자주 듣게 되는 말입니다. 다수가 하는 일을 하지 않고, 다수가 하지 않는 일을 한다면 눈에 띄기 마련입니다. 눈에 띄면 위의 말처럼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다수가 하는 일을 따라가는 것이 안전한 방법입니다.외국어를 공부하세요.지난 7월 1일, 메디칼타임즈에서 전공의, 의대생 3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해외의사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 있나요?”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75%가 “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해외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유창한 외국어(영어 혹은 일본어) 실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진로에 해외 진출이라는 선택지를 열어두기 위해서 외국어를 공부해 놓읍시다.법조계 지인이 있다면 친해지세요.의료계 커뮤니티에서 “바이탈의 종착지는 sue(소송)이다.”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지만 많은 공감을 받습니다. 나중에 의사가 되어 최선의 진료를 다했음에도 환자 결과가 좋지 않은 순간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럴 때,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편하게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법조계 지인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추천합니다.저축하세요.전공의는 주 88시간이 넘는 근로를 하며 최저시급보다 낮은 시급을 받습니다. 전공의를 마친 전임의의 처우 역시 전공의 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35살 전문의가 연 3~4억을 번다.”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의대생 때부터 저축할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니 의대생 때부터 미리 저축하여 미래를 대비합시다.  군대를 가야 한다면 짧게 다녀오세요.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의 복무 기간이 3년인 반면 일반 사병은 18개월에 불과합니다. 이 복무 기간의 차이로 인해 일반 사병을 선호하는 의대생 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으로 3년 동안 복무하기보다는 일반 사병으로 1.5년만 빠르게 복무하는 것이 기회비용을 아끼는 선택일 것입니다.  대표하지 마세요.과대표, 학생회장과 같이 의대 학생들을 대표하는 직책을 맡는 것은 큰 스트레스이며 진로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의대 구성원 간의 의견은 천차만별이며 심지어 의견을 내지 않은 채 비난만 하는 구성원도 있습니다. 즉, 대표가 어떤 결정을 하든 간에 스승과 친구로부터 비난만 들을 수 있기에 대표를 맡지 마시길 바랍니다.건강 챙기세요.의대생 대다수가 좋아하는 인스턴트 식사, 밤샘 공부, 운동 포기 등의 생활은 건강을 서서히 갉아먹습니다. 의사는 노동 집약적 직업이기 때문에 건강이 망가지면 더 이상 의사로서 일을 하기 힘듭니다. 환자의 생명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위해 꾸준히 몸 관리에 신경 써야 합니다.자기만족에 익숙해지세요.“바이탈과를 선택하는 건 자기만족의 영역입니다.” 어떤 의사 유튜버의 조언입니다. 이 조언의 의도는 의사의 희생을 환자와 보호자가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하면 쉽게 상처받을 수 있으니 기대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의사 일을 하며 자기만족에 익숙해진다면 지금과 같이 의사가 악마화 되어도 마음의 상처 없이 일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이상으로 의대생이 성공하는 10가지 방법을 모두 알아보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위 방법을 거의 실천하지 않은 의대생입니다. 착잡하고 답답한 의료계 상황이 개선되어서 위 방법들이 그저 웃긴 말이고 100% 빈말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4-08-19 05:00:00병·의원

잠시 멈춰선 길에서 균형을 찾다

메디칼타임즈=조선의대 4학년 한민형 예상치 못한 의정 갈등 사태로 8개월째 휴학 중인 본과 4학년 학생입니다. 이야기에 앞서서 잠시 제 소개를 해볼까요. 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학교생활을 해온 학생입니다. 상위권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공부하고 실습을 돌며 3년을 보냈습니다.그 과정에서 뿌듯함도 컸지만 많은 순간을 긴장한 채로 살았고, 아토피가 심해져서 얼굴이 벌게진 모습을 보며 울음을 터트렸던 때도 있습니다. 예과 때는 운동, 옷, 피어싱 등 예쁘게 치장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었는데 어느샌가 모든 것이 뒷전이 되고 경주마처럼 달렸었죠.지난 본과 생활을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 한다며 독하게 마음먹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제 본과 4학년의 목표도 비슷했습니다. 마이너 실습과 국가고시 준비를 열심히 하고자 했는데 실습 시작 2주 후 의정 갈등의 여파로 갑작스럽게 중단되었습니다. 휴학은 제 삶의 방식을 많은 부분 바꿔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쁘게 나갈 준비를 하는 대신 햇빛을 보며 식탁에 앉아 여유롭게 아침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해요. 미뤄뒀던 운동을 열심히 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또 먹는 음식이 바뀌었어요.평소에는 음식을 차리고 치우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져서 배달 음식을 먹거나 음식을 사 먹었었는데, 휴학을 한 뒤로는 어머니가 해준 집밥을 먹거나 직접 차려 먹습니다. 정말 신기했던 것이, 사 먹는 음식을 줄이고 건강하게 밥을 먹은 뒤로 아토피가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어요.무엇이 달라졌나 생각해보니 밀가루와 유제품을 이전보다 확연히 덜 먹었길래, 속는 셈 치고 밀가루를 끊고 유제품 섭취를 줄여봤습니다. 그랬더니 항상 절 괴롭히던 아토피가 마법처럼 싹 가라앉았습니다. 유레카. 이건 정말 제 인생의 유레카였어요. 아토피가 악화될 때면 가려워서 밤잠을 설칠 때가 많고, 조금이라도 덥거나 건조하면 온종일 피부를 긁습니다.이렇게 제 삶을 괴롭히던 아토피의 원인이 밀가루였다니. 평생 모를 뻔했던 제 아토피의 원인을 휴학을 통해 알았습니다. 휴학을 하니 아침부터 밤까지 온전히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어요. 저의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많아졌고, 다양한 추억을 쌓아가는 중입니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타인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많이 접하니 저 자신에 대해서도 많이 돌아보게 됩니다.평상시에 인간관계에서 느꼈던 저의 약점을 고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조금 더 자신감 있게 말하는 연습을 하는 등 사소하지만 중요한 연습들을 차근차근해나가고 있습니다.이번 의정 갈등 상황 때문에 의도치 않게 제 학업은 잠시 멈춤 상태입니다. 학업이 제 인생 대부분을 차지했었는데, 잠시 멈춰선 길에서 저는 이전에 미뤄뒀던 삶의 다른 가치를 발견하고 재정비하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소중한 삶의 균형을 얻었습니다. 저의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을 챙기며 여유로움의 가치를 알아가는 요즘입니다.이번 사태는 미래의 의학도로서 마음 아픈 부분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휴학의 기간이 저에게 또 다른 이정표가 되어 쉼표의 미학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사태가 해결되어 병원으로 돌아간다면, 또다시 바쁜 일상을 살면서도 휴학 기간에 찾은 균형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해봅니다.
2024-08-12 05:00:00오피니언

누구도 이탈하지 않고 모두 모여 뜻을 함께해야 할 때

메디칼타임즈=고신의대 2학년 이원정 정부가 올해 초 발표한 의대 증원 정책의 가장 첫 번째 대상은 '의대생', 그리고 이 정책을 통해 영향을 가장 최전선에서 받게 될 주인공들은 의대생을 나아가 전공의, 그리고 전문의까지, 즉, 결국엔 '의사' 집단 전체이다.의료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주체인 의사들, 특히 그중에서도 전공의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의해 자신들의 존속과 미래에 대한 어떤 보장도 갖지 못한 채 불안에 떨며, 더 이상 의료를 행하기 위해 필요한 본인들의 가치체계를 생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저항하며 투쟁을 시작한지도 벌써 반년이 되어간다.결국, 정부가 근본적인 의료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내놓은 정책은 의료체계를 망가뜨리고, 환자를 보살펴야 하는 의사들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하였기에 결국 나아가 환자와 의사, 그 어느 누구의 생존권도 보장하지 못하였다. 의료사회가 완전히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사회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 전공의들이 파업을 하며 바란 결과물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면, 절대로 당면하지 않았을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올바른 의료사회에 대한 바른 고찰을 낳을 수 있도록, 이 단체행동은 계속되어야 한다.단체행동이란, 둘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또는 일시적으로 벌이는 행위를 말한다. 단체행동은, 개인의 행동보다 큰 파급력을 가질 때가 많기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거나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사용된다.이와 같은 단체행동의 중요성을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늘 개인주의를 추구하고 본인들끼리 경쟁하기 바빴던 의대생들 혹은 전공의들이 단체 내에서 힘을 합쳐 꽤 오랜 시간 동안 한 목표를 향해 달린다는 것은, 어쩌면 생소한 상황이다.그만큼 이 정책으로 인해, 밤낮으로 자지 않고 식사도 거르며 환자들 곁을 지키는 의사들의 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그리고 의료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다는 자각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하지만 구성원들의 취지가 아무리 옳고 그 의지가 강할지라도, 완벽한 단체행동은 없다. 누군가는 공동체에 등을 돌리며 자신의 의견대로 행하기 마련이다. 이번 사태에서도, 소신이라는 이름 하에, 되돌아가고 있는 전공의들, 그리고 파업하는 전공의들의 의견에 동참하지 않는 전문의, 교수들이 존재한다.단체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그들은,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직업이기에, 아픈 환자들을 버려두고 병원을 떠날 수 없다는 의견을 내세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눈앞의 가치만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지금 의료계를 눈물을 머금고 떠난 전공의들이, 결코 환자를 생각하지 않아서 이와 같은 투쟁을 멈추지 않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들은 질보다 양을 추구해버린 증원 정책 탓에 결국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무작위로 배출될 의사들 때문에 환자에게 알맞은 의료가 행해지지 않는 병원, 그리고 의사 한명 한명의 일자리가 보장되지 않아 환자들에게 온전히 바쳐야 할 집중이 불안으로 뒤덮여 환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병원을 염려하는 것이다.나 하나 정도면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단체행동에서 이탈한 의사들은 의료사회 전체의 더 올바른 방향을 위해 결의를 내린 공동체의 진심을 사려 깊게 생각하지 못한 게 아닐까. "지금 우리는 '옳은'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좋고 나쁨이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다"홍재우 사직 전공의가 3월 10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외과의사회 춘계학술대회 기념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밝힌 입장이다.사실 환자의 생명 보장에 대해 얘기하면서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들이나 투쟁하고 있는 전공의들을 무시해버리는 전문의들은 자신의 당장의 일자리 사수, 자리 보존을 위해 의사 공동체의 '옳은'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의료사회가 서서히 멍들어 가는 이 사태가 지속되는 원인은 사실 정부에 맞서고 있는 의사들이 아니라, 의사 집단의 공동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심지어는 남의 일마냥 치부해버리는 이탈자들일 것이다.이탈자들이 이러한 단체행동을 가벼이 여겨 벗어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들이 이를 '옳고 그름'이 아닌 '좋고 나쁨'의 문제로 여기기 때문일 것인데,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발을 자신의 자리를 내걸고 하는 이러한 단체행동이 '좋지 않고 나쁘다'라는 그들의 가치 판단은, 환자나 의료사회가 아닌, 본인의 안위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무엇보다 이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의사들 다수가 입을 모아 '옳다'라고 생각하는 가치가 몇명의 이탈로 인해 수많은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수많은 피해 감수, 그리고 어려운 생계를 뒤로한 투쟁이 아무것도 아닌 양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그간 영혼이 갈려 나갈 만큼 힘든 의대 생활과 전공의 생활에서도 보람을 찾고 버텼지만, 정부의 일방적인 증원 정책으로 병원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생계마저 놓고 이 투쟁을 계속해나갈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전공의의 결단과 더 나은 의료를 위해 힘쓰는 그들의 열정을 동료 전공의들과 선배 전문의들이 헛되이 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2024-08-05 10:25:55오피니언

의대생의 아르바이트에 대한 고찰

메디칼타임즈=경북의대 4학년 조윤아 본래의 직업이 아닌 별도의 수입을 얻기 위하여 하는 일로 단기 혹은 임시로 고용되어 일하는 경제행위, 이것은 아르바이트의 정의다. 의대생들의 휴학이 길어짐에 따라, 요즘의 아르바이트 시장은 때아닌 인재의 풍요를 누리고 있다.의대생들은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생겨버린 시간을 더욱 값지게 쓰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얻기 위함이든, 일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금전적 이득이 목적이든, 그들은 평소와 다른 세상을 만나면서 또 한 번 성장한다.다만 의대생들이 그들이 원하는 아르바이트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 사실 의대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소 한정적이다. 솔직히, 몇몇 학생들은 이때껏 '아르바이트' 자체에 대한 경험도 없을지도 모른다.예과 때는 그토록 바라던 의과대학에 합격했다는 기쁨과 본과 전 열심히 놀아두어야 한다는 선배들의 말을 들으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상받는 느낌으로 그저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다. 이후 본과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정신없이 몰아치는 과목들을 쳐내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예과 시절 아르바이트를 해보았다고 해도 대다수는 학원 선생님이나 과외를 해 본 경험이 다일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뇌의 용량은 한정되어 있기에 의학 공부에 몰두하다 보면, 다시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내신과 수능 과목을 가르치기에는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본과 2학년만 되어도 고등학교 시절의 3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대학교에서 보낸 것이 되므로, 시간을 거스르기란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또한, 현재 의대생들의 불안정한 처지가 사업주의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사실 나는 4월까지만 해도, 선거만 끝나면 어떻게든 의사협회와 정부가 합치를 이뤄 교과과정을 조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학교를 가게 될 줄 알았다.하지만 현재 의대생들은 휴학을 신청했음에도 승인이 나지 않아 휴학생 신분이 아니며,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 벌써 7월이고, 앞으로 얼마나 더 이런 위치에서 기다려야 할지조차 미지수다.아르바이트를 모집하는 대부분의 사업체는 적어도 6개월 혹은 1년의 근무 기간을 권장하고 있는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입장이 바뀌기만 하면 금방 빠져나갈 수도 있는 직원을 모집하기에는 위험이 있다.또한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의대생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라, 채용해 겨우 기술을 가르쳐 놓았더니 빠져나간다면 고용주들의 입장에서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많은 의대생이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주위에는 지인의 부탁이나 과외 전용 어플을 이용하여 학생을 구해 과외를 하거나, 학원에서 강사나 보조 강사로 일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우가 가장 많은 듯하다.또한, 카페나 베이커리에서 음료를 만들거나 독서실에서 총무로 일을 하기도 한다. 단기간 공장에서 일을 하는 등 하고 싶었던 취미를 위한 목돈을 마련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외에도, 놀이공원 등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아르바이트 업계에서 의대생들이 참여해 색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아직까지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의대생들은 다른 의대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금전적 이득을 얻고, 한 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급한 마음을 가지게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대생들이 하고 싶은 아르바이트를 선택하는 데 있어 항상 신중하길 권고한다.아르바이트 시장에는 사기 업체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플랫폼에 버젓이 공고를 올린 업체여도, 신분을 도용하거나 다단계 등 불법적인 일을 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또한 취업 알선 명목으로 소개비를 받아 가거나, 투자를 유도하고, 신용보증금을 달라고 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그러므로 일반적인 업체에서 요구하는 서류 외에 다른 서류, 특히 신분증 사본이나 집 주소, 계좌번호, 계좌 비밀번호, 카드번호, 인증번호 등을 요구한다면 건전한 업체가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사담당자의 연락처가 신원이 불확실하거나, 카카오톡 등 특정 어플을 이용하여야만 연락이 가능하다고 할 경우 신뢰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아르바이트 업계에서 사기를 당해도 큰 금액이 아니거나 스스로 정보를 제공한 경우 경찰의 도움을 받기는 어렵고, 더 나아가 공범 취급도 받을 수 있다.그러므로 나는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항상 조심하길 권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꽤 배울 것이 많고 돈의 가치를 알게 되는 좋은 점도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2024-07-29 05:00:00오피니언

운동 중 발목 삐끗했을 땐?

메디칼타임즈=경희의대 2학년 류한정 최근 한국은 운동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젊은 층들이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스포츠에 참여한다. 등산, 클라이밍, 러닝 등을 중심으로 한 동호회들이 유행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후 거울을 보며 사진을 찍는 '오운완' 사진도 인스타그램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하지만 운동 중에는 언제든지 부상이 따른다. 그 중 가장 흔한 부상이 바로 발목 염좌이다. 발목 염좌는 순간적으로 발목이 꼬이거나 접질렸을 때 관절을 지탱하는 인대들이 손상을 받아서 발생한다.바깥쪽과 안쪽 두 방향으로 접질릴 수 있는데 90%의 경우는 발목 외측 염좌이다. 발목을 지탱하던 인대가 충격으로 과하게 늘어나는 것이 대부분이며 간혹 찢어지기도 한다.증상은 말하지 않아도 본인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불편하거나 아프다. 아픈 발목 쪽으로 체중을 싣고 서기 힘들고, 인대가 찢어졌다면 발목을 접질렸을 때 '딱'하는 소리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초기에는 붓기 때문에 어느 쪽 인대가 다쳤는지 확실히 알 수 없으므로 응급처치와 보존적 치료가 우선이다.종류는 세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도 염좌는 가장 가벼운 수준이다. 인대가 파열되지 않고 섬유 조직만 자극을 받은 상태이다. 2도 염좌는 인대의 부분파열을 동반하고, 3도 염좌는 인대의 완전 파열이다. 1도 염좌는 걸을 수 있지만 불편감이 있는 단계, 2도 염좌부터는 멍이 들고 크게 붓는다. 2도와 3도 염좌는 중증도 이상이기에 걷는 것이 고통스럽다.  대부분 일반인이 겪는 발목 염좌는 경증이고, 특수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잘 치유된다. 그렇지만 재발이 잦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초기 응급처치와 재활 운동이 중요하다. 가장 흔한 응급처치 방법으로는 RICE를 떠올릴 수 있다. Rest, Ice, Compression, Elevation 순서이다.Rest(휴식)은 말그대로 손상된 쪽을 쓰지 않고 필요할 때만 부목을 사용하여 걷는 정도로 잘 쉬어주는 것이다. Ice(냉찜질)는 다친 발목위에 얼음 팩을 올려 20분씩 하루 최소 3,4회를 해준다. 오랜 시간 피부에 얼음 팩을 올려두면 피부손상을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한다.염증을 줄이기 위한 과정이므로 초기단계에만 실시한다. Compression(압박)은 부종을 감소시키기 위해 붕대나 테이프로 발목과 발을 감싸 발목을 압박하는 것이다. Elevation(들어올리기)는 발목 밑에 쿠션 등을 받쳐 거상시키면서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다.발을 헛디뎌서 발을 삐끗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는 발목주변 근육이 약하고 관절의 가동범위가 좁아서 발생하는 문제가 크다. 한번 염좌가 발생한 발목은 불안정성이 남아 염좌가 자주 반복될 수 있다.따라서 초기 치료가 끝나고 붓기와 통증이 사라져 바로 동일한 강도의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지루하더라도 꼭 발목 재활운동을 하며 발목을 강화해야 한다.손상 후 일주일 동안의 급성기에는 RICE를 실시하고, 이후에는 재활운동을 조금씩 실시한다. 눈감고 버티기, 한발을 들고 손으로 바닥 찍고 올라오기, 한발을 들고 여러 방향으로 발 찍기 등 다양한 재활운동 프로그램이 유튜브에 나와있다.재활운동 또한 너무 급하게 진행하면 오히려 인대의 회복을 방해할 수 있기에 본인의 상태에 맞추어 운동을 진행해야 한다. 필자가 발목을 다쳤을 때는 유튜버 '관절사용설명서'의 영상들을 참고했다. 발목 염좌 1주차부터 10주차까지 운동이 짜여 있어 따라하기 좋다.발목 염좌를 예방하는 방법은 발목 보호대 착용, 운동 전후 스트레칭, 발목 운동을 들 수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 발목 강화 운동이다. 발목 근력을 강화하고 관절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재활운동시 신체 안정성에 대한 동적인 훈련을 해주면 좋다.우리의 몸은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발목 부분에만 집중하기보다 발목, 무릎,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근육의 흐름과 동작을 살펴보며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하지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스스로 운동선수가 아니라 일반인임을 인지하고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운동 강도를 조절하자.
2024-07-22 05:00:00오피니언

자유로부터 도피하고 있지 않으십니까?

메디칼타임즈=울산의대 3학년 조우영 자유는 역사적으로 인류가 지켜온 소중한 가치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자유의 근원이 어디인지에 대한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원합니다. 이 글을 통해 제가 생각하는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사람의 내면세계를 미시세계, 외부 세계를 거시세계라고 치환해보면, 자유를 다양하게 정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단어의 개념을 이해하면 언어는 사고를 구조화하고, 언어 그 자체에 사고에 대한 지배력이 있어서 우리 스스로가 자유한지 점검해볼 수 있고, 본인이 자유롭지 않았다면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먼저 가시적인 외부 압력에 의해 자유가 박탈당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전쟁, 독재 등 사회에서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선택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받지 못할 때 자유가 침해받았다고 느낄 것입니다.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이스라엘의 국민들과 하마스, 북한의 주민들은 자유를 빼앗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또한 자유는 미시적으로 개인에게도 소중한 가치입니다. 남의 시선과 요구, 사회의 기준과 공식에 의해 삶의 선택권을 지킬 용기를 잃고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들이 즐비합니다. 외부의 압박이든, 내부적인 초자아의 간섭이든, 내면의 그림자의 간섭이든 간에 개인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유가 필요합니다.중독도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개인적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순간의 쾌락이나 편안을 위해 건강하지 않은 행위를 반복하고, 이를 넘어 개인의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로 접어드는 것 또한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에서 자유는 무엇이라고 정의할까요?기독교에서 자유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입니다. 본래 인간은 하나님과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창조되었지만, 동시에 하나님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하셔서 하나님과 관계를 맺지 않는 것도 허락하셨습니다.그리고 인간이 하나님과 단절되어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상태를 죄라고 합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자유는 죄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죄라는 인간을 속박하던 것으로부터 벗어나 인간이 하나님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자유입니다.지금까지 살펴본 바, 자유는 '무언가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상태' 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이전에 우리를 속박하던 것이 있어야 하며, 자유는 실존적 상태로서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유는 정치적, 경제적으로도 자주 사용되는 개념입니다.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체제 등 우리의 삶 곳곳에서 인류의 자유를 향한 갈망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여러분은 무언가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이십니까? 돈, 관계, 게임, 더 나아가 본인 스스로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의무감과 강박감으로부터 자유로우십니까? 불안, 미움, 외로움 등 우리를 괴롭히는 감정들의 원인을 알고 계시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우십니까? 자유롭지 못하시다면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요?인간은 자유로울 때 행복감을 느낍니다. 자유는 선택을 낳고 선택의 다양함은 자존감을 줍니다. 어떤 문제에 골몰하며 답이 없다고 느낄 때 제3의 선택지가 있다는 것에 우리가 해방감을 느끼듯 말입니다. 여러분의 삶에서 지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제3의 길을 갈 수 있음을 인지하고 계시며, 만일 그만둘 수 없다면 왜 그만두실 수 없으십니까?각자 묶여 있던 것에서 해방되시고, 혼자의 힘으로 불가능하다면 무엇이 우리의 삶 가운데 필요한지 고민해보시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2024-07-15 05:00:00오피니언

아야 소피아, 제국의 흥망성쇠를 증언하는 옛 종교의 중심

메디칼타임즈=조선의대 본과 2학년 안희상 로마 제국은 서양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전례 없는 대제국으로, 그 영향력은 광범위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공화주의적 기반에서 제국주의로 전환하면서, 전략적인 정치와 군사력으로 지중해와 유럽 대부분의 영토를 지배했습니다.이를 통해 인류사에 로마의 법과 행정 체제, 건축 기술, 사회망 구축 능력, 문화적 유산을 세계에 남겼습니다. 현재까지도 현대 문명은 그 로마제국에 빚을 지고 있습니다. 이중 동로마 제국은 기원후 4세기 초반에 로마 제국이 분열하면서 설립되었습니다.동로마 제국은 로마 제국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실체를 보존하고 발전시킨 중심지였습니다. 이 제국은 특히 기독교의 정식 수용과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기까지 로마는 인류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고 혹자는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을 중세 시대의 끝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이 동로마제국과 오스만제국으로 이어지는 종교와 역사의 중심에서 인류사를 간직한 건축물이 있습니다.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입니다.  아야 소피아는 이스탄불에 위치한 역사적 건축물로, 동로마 제국과 오스만 제국의 역사를 함께 품고 있는 중요한 유적입니다. 이 건축물은 동로마 황제 유스티니아누스 1세의 명령으로 건설이 시작되어 537년에 완성되었습니다.유스티니아누스는 니카 폭동으로 파괴된 이전 성당을 대체하기 위해 아야 소피아를 세웠고, 이는 동로마 제국의 정치적, 종교적 중심지로 기능하였습니다. 당시 아야 소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돔을 가진 교회로 예배와 제국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장소로 사용되었습니다.시간이 흘러 아야 소피아는 그 상징성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동방 정교회의 신앙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되었으며, 여러 황제의 대관식이 이곳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이 성당은 비잔틴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여겨졌고, 이후 여러 성당과 모스크 건축에 영감을 주었습니다.1453년,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에 의해 정복되었습니다. 메흐메트 2세는 약 한 달간의 격렬한 전투 끝에 5월 29일 최종적으로 도시를 함락시켰습니다. 콘스탄티노플의 방어는 견고했지만 최후의 방어선이 무너지고, 메흐메트 2세는 도시로 진입하여 콘스탄티노플을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삼았습니다.이로써 비잔틴 제국은 멸망하고, 오스만 제국은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하며 유럽의 중세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에 의해 정복된 후, 아야 소피아는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메흐메트 2세는 이 건축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이슬람의 중요한 예배 장소로 삼았습니다. 내부의 기독교 모자이크는 석회로 덮였고, 네 개의 미나렛이 추가되어 사원으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이 시기에는 아야 소피아는 오스만 제국의 종교적 중심지로 역할을 했으며, 이는 이슬람 세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슬람 신자들에게 아야 소피아는 메흐메트 2세의 정복과 이슬람의 승리를 상징하는 중요한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술탄들은 이곳에서 금요 예배를 드리며, 제국의 종교적 정통성을 유지했습니다.1923년 오스만 제국의 멸망과 함께 튀르키예 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세속주의와 종교개혁을 강조하며 아야 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시기에 아야 소피아는 기독교적 문화재가 복원되며 종교적 중립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그러나 2020년 7월, 터키 정부는 아야 소피아를 다시 모스크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아야 소피아는 현재 모스크로 사용되면서도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어 있습니다.아야 소피아는 기독교, 특히 정교회에게 깊은 종교적 의미를 갖습니다. 정교회 신자들에게 아야 소피아는 단순한 예배 장소를 넘어 신앙의 중심지이자, 성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집니다.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아야 소피아를 건축하면서 "솔로몬(의 성전)을 능가했다"고 선언할 정도로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고, 이는 정교회의 위엄과 영광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곳에서 거행된 성대한 예배와 의식들은 동방 정교회의 신앙과 전통을 공고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이렇듯 아야 소피아는 동로마 제국의 기독교 성당에서 오스만 제국의 이슬람 사원, 그리고 현대의 박물관과 모스크로 변천해 오면서 각 시대의 종교적, 정치적 변화를 반영하는 상징적 건축물로 남아 있습니다.정교회와 이슬람교 모두에게 아야 소피아는 각자의 신앙과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그 상징성과 의미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야 소피아는 수많은 인류사의 혼돈의 소용돌이 중심에서 옛 제국들의 흥망성쇠와 믿음을 품고 여전히 고고하게 서있습니다. 
2024-07-08 05:30:00오피니언

무진기행을 읽으며

메디칼타임즈=충남의대 4학년 이동훈 요즘 책을 읽고는 한다. 최근에 읽은 소설은 김승옥 작가님의 무진기행이다.무진기행은 여로형 소설이다. 화자인 나, 윤희중이 무진으로 향하며 시작되고, 떠나며 끝난다. 그는 제약회사의 전무이사로 승진하기 직전, 아내의 권유를 계기로 재충전의 차원으로 무진으로 향한다. 무진이란, 일상에서 벗어난 탈일상의 공간이며,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는 몽환적인 공간이기도 하다.하지만, 그에게 무진은 이상향적인 공간은 아니다. 그가 무진으로 향하는 순간은, 그가 전쟁, 실직, 질병 등 인생의 중요한 고비를 맞이한 때이기 때문이다. 무진에 간다고 상황을 타개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진으로 줄곧 가고는 하였다. 무진에서의 그의 생활은 그야말로 탕아라고 할 수 있다. 골방에 처박힌 채 누우런 얼굴과 더러운 옷차림으로 공상과 불안, 초조함을 쫓고자 독한 담배를 피우고, 또한 하염없이 우편배달부를 기다리고는 하였다.작품 속 시점의 그는, 일견 전도유망해 보이는 청년으로서 무진의 구석구석들을 다시 둘러본다. 신문을 신청하고, 옛 친구의 초대로 세무서를 방문하며, 어머니의 산소를 들르고, 해변가를 산책한다. 또한, 자신의 젊은 날의 초상과 같은 한 인물을 만나 현재 시대 기준으로 분명한, 일탈을 벌인다. 작품 속 문장들은 일상과 탈일상의 충돌, 세속과 순수의 충돌, 인물의 방황 등을 내밀하게 표현한다.삶에는 원래 굴곡이 있다고 한다. 작품을 읽으며 든 생각은,  우리도 언젠가는 무진에 갈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미 머무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진에 있다고 꼭 골방에 머물러야 할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방 밖에는 숲과 해변, 골목과 운동장, 신문지소와 사무소들이 있다. 시간을 내어 숲과 해변을 거닐고, 골목을 누비며,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신문지소와 사무소들 등에서 새로운 종류의 일들을 해볼 수도 있다.실제, 주변의 휴학한 사람들의 삶을 들어보면 다들 다양한 경험들을 쌓고 있다. 몇몇은 우직하게 운동과 의학 공부에 정진하는 친구들도 있고 몇몇은 USMLE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국내외 의료 환경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친구들도 있다. 몇몇은 학원과 과외 파트타임 일을 하며 노동의 가치를 느끼고, 카페, 공연 조연출, 배민 라이더 등 새로운 일에 종사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임기응변하는 능력을 키우기도 하고 있다 또한, 몇몇은 봉사 활동에 매진하며 어린아이들, 어르신들, 외국인들과 교감하고, 사회의 소외된 집단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고 있다.작품은 갑작스러운 전보와 그에 대한 화자의 선택으로 화자가 무진을 떠나며 마무리된다. 화자는 무진에 머무르는 것과 바로 떠나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했다. 탈일상은 그것을 새로운 일상으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며 끝나게 될 것이다.현재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에 자리를 잡고 각자의 일들을 하고 있다. 가시적으로 그들의 삶이 바로 눈 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무진에 머무르는 사람들, 그리고 삶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모두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보람을 얻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2024-07-01 10:39:59오피니언

의대 증원, 진솔하게 써 내려가는 우리의 목소리

메디칼타임즈=경상의대 2학년 박성연 지난 2월 정부에서 발표한 필수 의료 패키지에 반대하여 우리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평소에 학교를 다닐 때 주로 아이패드로 공부하곤 하는데, 휴학하고는 패드에 저장된 강의록 모음을 들여다볼 일이 없었다.그러다 오랜만에 우연히 패드를 켜서 작년, 본과 1학년 때 배웠던 강의록 그리고 과제를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학교에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실습했던 순간들, 강의를 들으며 감명받기도 하고 훌륭한 의사가 되어 의술을 펼치겠다는 포부를 다짐했던 기억들이 방울방울 스쳐 지나갔다.본과 1학년 해부 실습을 시작할 때의 일이다.본1을 맞이하는 겨울은 유난히 차게 느껴진다. 2월 초에 시작한 개강. 조금 여유로운 예과를 보내고 급격하게 늘어나는 학습량에 적응할 새도 없이 치러지는 골학 땡시, 그리고 시작되는 해부 실습은 우리를 24시간 긴장하게 한다.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검정 양복을 갖춰 입고 잔뜩 긴장된 상태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해부제를 지내고 무거운 마음으로 카데바를 맞이한다.'가족분들께서 큰 뜻을 품고 기증해 주신 이 시신을 통해서 정말 열심히 실습하고 공부해서 실력 있는 의료인으로 성장해야지'이 꿈을 품어보지 않은 의대생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실습이 시작될 때, 그리고 끝날 때 차디찬 스테인리스 실습대 위에 올려진 카데바를 향해 묵념하고 경건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실습에 임한다. 짧은 묵념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제게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동기들과 서로 도와가며 실습을 잘해보겠습니다'라는 생각부터 '미래에 서젼이 되어 이 실습으로서 배운 해부학 지식을 잘 활용해 내가 든 메스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이라는 생각들까지.짧게는 오늘 있을 실습 때 나의 마음가짐을 다지고, 길게는 먼 미래 훌륭한 의술을 펼칠 의사로 성장하게 될 내 모습을 상상하며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정신없이 진행되는 몇 시간에 걸친 실습이 끝나면 우리의 몸과 머리카락에는 진한 포르말린 냄새가 진동한다. 샤워를 하고 다시 정독실로 향한다. 오늘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꾸벅꾸벅 졸면서 내일 있을 해부 실습 내용을 예습까지 마쳐야 다시 카데바 앞에 설 수 있다.이렇게 치열한 일상은 약 4개월 반 동안 이어진다. 6시간 이상을 편하게 깊이 잔 적도 없이 공부에 매진하며 한 학기를 보낸다. 숨차게 달려가고 벅찬 스케줄을 소화하면서도 불평하는 동기는 아무도 없었다. 돌이켜보면 너무 힘겨운 한 학기였기에 돌아갈 수 없는 학기라고 회상하긴 하지만, 감사했고, 또 배울 수 있음에 정말 보람찬 한 학기를 보냈다.이렇게나마 교육 현장에서의 우리의 목소리를 적어본다.여러 뉴스 기사를 접하고 필수 의료 패키지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볼 때면 의사와 의대생 집단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대 증원을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국민의 거센 비판의 목소리를 흔히 접할 수 있다.하지만, 현장에 있는 학생들은 늘 불타는 사명감과 꿈을 갖고 의학교육의 현장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당장 2025년부터 급진적으로 추진되는 의대 정원 증원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무 준비도 되지 않은 채 정원을 확대하는 정책은 교육의 질을 크게 저하한다. 당장 본인이 속한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은 작년 의학 교육 복합관을 신축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원 해당에 해당하는 학생들을 수용할 강의실과 실습실이 마련되어있지 않다.이와 같은 정책이 계속 추진 될 경우 의학 교육 질의 저하는 불가피하며 이 피해는 학생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나아가 불충분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배출될 경우 이 모든 피해는 10년 후 환자들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 될 것이다.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익혀 대한민국 의료 발전을 위해 힘쓸 준비가 되어있다. 하루빨리 이 혼란이 정리되고 학교로 돌아갈 날들을 손꼽아 기다린다.
2024-06-24 05:00:00오피니언

인지저하증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란

메디칼타임즈=울산의대 1학년 박주미 '어르신 10명 중 1명 치매' 쉽게 접할 수 있는 문구고, 다들 이제 아주 가까이에서도 심심찮게 인지능력이 저하되신 어르신들을 뵐 수 있어 놀라워하지도 않는다.혹자는 치료법 개발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또 혹자는 돌봄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기술과 제도는 체와 같다고 생각한다. 노력으로 틈을 촘촘히 할 수는 있으나,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 꼭 무언가는 틈으로 빠져나간다.얼마 전 방문한 홈케어·재활·복지 전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전시에서 근육 옷감, 계단을 오르내리는 휠체어, 직립 보조 로봇을 비롯해 나름 이과생인 필자의 상상을 초월하는 휘황찬란한 기술들에 나도 모르게 "와~"하는 경이감에 젖은 탄식을 내뱉었다.그러나 인지 문제와 밀접한 기술은, 퍼즐 맞추기나 간단한 게임 정도밖에 볼 수 없었다. 높은 유병률에 의해 많은 연구자가 그 분야에 뛰어들겠지만, 기술적 진전이 어렵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그렇다면 어떻게 상황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우연히 들른 한 책방에서 그 길을 제시해주었다. 그 책방에서는 이전에 가본 다른 책방들에선 본 적 없는, '돌봄'을 주제로 한 책들이 중심부 한 켠에 진열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둘러보다 띠지의 '격리도 통제도 없는 특별한 요양원' 문구를 보고 『돌봄, 동기화, 자유』를 골랐다. '요양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단번에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격리, 통제를 지양하고 어르신 본연의 생활 리듬을 존중하기에 돌봄자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어르신이 나가고 싶어하시면 정처 없이 따라다니기도 하고, 도무지 해석하기 힘든 어르신의 행동이나 언어에 관심을 기울여 어르신의 의사를 파악한다.때로는 보통 '헛소리'로 치부하는 사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에 귀 기울여, 몇 가지 키워드를 주워 어르신의 깊은 내면에 닿기도 한다.물론 이상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것은 일부다. 어르신들은 예측불허의 모습을 보이시고, 요양원을 몰래 탈출하시기도 하시고, 식사나 배변 같은 필수 현상을 거부하시기도 하신다. 그리고 직원들은 수용의 한계에 도달할 때가 많다. 이렇게 주변인들은 끊임없이 갈등과 고뇌에 빠진다.이 요양원에 인지저하가 생기신 어머니를 맡기신 따님이 있으셨다. 어머니께서는 요양원에서 예쁜 꽃을 보면 좋아하시기도 하고, 삶을 즐기시는 모습도 보이셨다. 그렇게 지내시다 돌아가셨고, 20년이 지났다. 따님도 인지저하증 진단을 받으셨다. 그러나 그 따님은 전혀 속상해하거나 무력해하지 않으셨다.따님의 사례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지저하증을 가지신 분의 삶도 인간답다고 느낄 때,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회 전반에 그러한 인식이 퍼져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적절한 돌봄이라 생각한다.이러한 분위기는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가 합쳐진 '치매(癡呆)'를 '인지저하증'과 같은 용어로 대체하고, 주변의 인지저하증 어르신에게 너무 무심하지도, 간섭하지도 않는 관심을 보이는 태도 등에서 출발할 수 있다.그리고 그 알맞은 태도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돌봄, 동기화, 자유』 같은 책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자가 들른 책방처럼, 타인에게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좋다.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변화인 인지저하증을 서글프게만 여기기보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로,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사회가 곧 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2024-06-17 05:00:00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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