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화·대형화 경쟁을 벌여온 병원산업이 이제는 서비스 차별화 경쟁으로 격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병원산업의 극심한 경쟁으로 인해 병원시장의 무질서는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제주의대 박형근 교수는 11일 'Healthy Sphere 신년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병원산업의 미래를 전망했다.
박 교수는 지난 10년간 눈부신 팽창을 지속해온 병원산업의 중요한 변화의 하나로 수도권 대형병원과 소형 전문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주목했다.
중증환자들은 지명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나은 서비스 시스템을 구비한 초대형병원으로, 보다 경한 질환에 대해서는 전문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굳어져 가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중소 종합병원은 치명적 타격을 입어 요양병원으로 전환하거나 단과 전문병원으로 변신하지 않는 이상 더이상 생존이 어려울 지경으로 치닫고 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고급화, 전문화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라면서 "병원간 경쟁이 추동하고 있는 일종의 병원산업 구조 조정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같은 병원산업 구조속에서 승자로 올라서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 구축 및 관리 역량 확보와 자본 조달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 조달은 영리병원 허용 등을 통해 이뤄질 수 있지만, 서비스 차별화에 필요한 노하우와 역량은 쉽게 얻어질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는 "병원산업이 의사 중심의 진단 및 치료기술, 시설과 장비의 고급화, 대형화 등에 집중해온 반면 서비스 자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적어 노하우와 경험을 축적한 곳이 많지 않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조건을 갖춘 경쟁자들이 하나 둘씩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변화가 본격화되기 위해서는 병원 서비스에 대한 보상 수준의 상향이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병원 시장에서 진행되는 시설·장비의 대형화·고급화 경쟁 수준을 볼 때 기존 수가 수준에서 병원들이 공격적 행보를 감행할 여력이 없다고만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기존 시장 지배적 병원들은 독과점 체계를 구축해 신규 진입을 차단하거나 자신의 계열로 편입시키는 양상도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지금 병원 시장을 둘러싼 제반 현실을 고려할 때 병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파이는 더 커질 전망"이라면서 "병원 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개별 병원들의 생존 논리가 한국 병원 산업 팽창의 핵심 동력 노릇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련의 의료 민영화 조치들이 현실화된다면 현재의 건강보험 체계와 규제 시스템으로는 감당 불가능한 지경으로까지 쉽게 나아갈 것이고 자본의 힘에 의해 지배되는 병원 시장의 무질서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한국 사회가 병원 서비스에 대해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건강보험제도를 기반으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산업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실천을 벌여나가지 않는 한 이러한 예측이 빗나가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도 않은 듯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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