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20주년을 맞은 서울아산병원(병원장 이정신)이 정주영 재단 설립자의 정신을 계승하고, 향후 세계적인 의료기관으로 성장하기 위해 ‘경계해야 할 4가지 함정’을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최근 개원 20주년을 정리한 ‘앞선 의술, 더 큰 사랑 Leading the Future of Health(편찬집필위원장 이철 의무부총장)’를 펴냈다.
서울아산병원은 ‘20년사’를 마무리하면서 ‘10년, 20년후 비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조직 구성원들에게 던졌다.
서울아산병원은 병원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계해야 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부서 이기주의를 꼽았다.
서울아산병원은 “학술적으로 관심을 끌 수 있거나, 진료수입 실적 증가와 관련 있는 환자는 서로 보려고 하고, 반대로 여러 과가 협진을 해야 하는 중증환자는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의료계의 관행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어떤 시술을 어느 과에서 시행하고, 어떤 환자를 어떤 과에서 먼저 맡는 게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가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것이 정도이지만 자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년 숨 가쁘게 달려왔고, 그 결과 단기간에 많은 업적을 달성했지만 급한 마음에 기본과 원칙을 소홀히 하고, 환자가 많아 진료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정도에 벗어난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닌지 겸허하게 자성해야 할 시점”이라고 못 박았다.
또 서울아산병원은 교육과 연구에서 교수들의 열정과 도전 정신이 약해진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개원 20년만에 진료실적에서 양적으로 국내 최대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SCI 논문수, 연구비 획득액 등은 국내 의대 중 4, 5위에 머물고 있다”면서 “우리를 따라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는 타 병원에 추월당할 가능성마저 보인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연구 여건이 초창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족하고 개선됐지만 교수들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도전 정신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올바른 처방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은 “10년, 20년 후에 세계 수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앞선 분야는 후배들이 대를 이어서 계속 앞서 가야 하고, 처진 분야는 분발해야 할 것”며 “교육과 연구 활동의 강화는 정주영 재단 설립자의 병원 설립 목적과도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은 “이제는 우리를 당할 사람이 없다”고 자만하고 나태하게 만드는 부정적인 측면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못 박았다.
한발 더 나아가 서울아산병원은 “더 큰 병폐는 동료의 업적이나 병원의 명성에 편승해 자신도 제일인양 착각하고 뒤쫒아오는 경쟁 병원을 무시하고 교만에 빠지는 것”이라고 경계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아산병원은 10년, 20년후 비전을 실현할 전략과 실행 계획을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20년 양적으로, 질적으로 세계적인 병원으로 도약했지만 동시에 남들로부터 최고로 인정받게 되면서 열정과 도전의 초심을 잃고 자만하고 나태해지고 있는 것은 아니냐”며 초심론을 폈다.
정주영 재단 설립자가 병원을 설립한 목적을 얼마만큼 달성했는지, 소위 ‘빅3’ ‘빅4’와 구별되는 것은 무엇인지, 만일 다른 병원이 월등히 좋은 조건을 제시하더라도 결국 서울아산병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하는 그 어떤 것을 과연 가지고 있는지 냉정히 돌아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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