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개원가에서 고심하고 있는 이중처벌에 의한 과징금과 자격정지 문제가 헌법재판소로 회부돼 향후 결과가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인천 소재 A 외과의원은 22일 “지난 6일 헌법재판소에 의료인 이중처벌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위헌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A 의원 박모 원장은 “현 국민건강보험법 85조와 의료법 53조의 부당성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상태”라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지는 모르나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억울함을 올바른 법의 판단을 맡기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85조(과징금)에는 “요양기관이 허위 또는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와 가입자에게 요양종합비용을 부담시킬 때 업무정지처분을 하나 이로 인해 요양기관을 이용하는 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거나 기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면 금액의 5배를 과징금으로 부과·징수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의료법’ 53조(자격정지)에는 “의료인이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한 때”, “의료기사가 아닌 자로 하여금 의료기사의 업무를 하게 하거나 의료기사에게 그 업무의 범위를 일탈하게 할 때” 등은 1년 범위에서 면허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박 원장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는 다른 개원의들도 공감하는 부분으로 심평원의 불시 방문과 정찰로 인한 적발시 수 천 만원의 과징금 부과로 가득이나 어려운 병원경영을 더욱 고되게 만들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A 의원은 외과의 특성상 5000만원을 들여 첨단 X-ray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던 중 진료와 수술에 따른 일손 부족으로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X-ray 촬영을 한 사실이 심평원의 환자를 통한 위치추적에서 적발돼 300만원을 환수 당했다.
관련법을 생각하지 않고 ‘이제 끝났구나’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진료에 임한 박 원장은 복지부로부터 10일간의 업무정지와 4배의 과징금인 1200만원을 부과하라는 통보에 허탈감과 막막함을 감추지 못한채 의사협회를 비롯한 곳곳에 조언을 구했으나 마땅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
박 원장은 “의료기사를 고용하지 않은 점은 잘못된 부분이나 개원의들이 판독료와 재료비 등은 모두 삭감하면서 몇 배의 과징금을 무조건 부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 병원은 몇 천 만원에 그쳤을지 모르나 정형외과 등 X-ray 사용이 불가피한 타 진료과는 1~2억원의 막대한 과징금이 부여되는게 개원가의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과징금 부당성 1심 승소...복지부, 의료기사법 항소 제기
A 의원은 이같은 문제해결을 위해 복지부장관을 상대로 과도한 과징금 부여의 부당성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해 10월 말 열린 1심 공판에서 ‘의료기사가 아닌 간호사의 X-ray 촬영은 잘못됐다고 인정되나 4배의 과징금 부여는 과하다’는 승소 판결로 과징금 취소를 이끌어냈다.
박 원장은 “다행히 법원이 의원의 손을 들어줬으나 내용상으로는 복지부와 같은 의견”이라며 “아무리 의사와 의료기사가 찍고 판독한다 손치더라도 진료시간 중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는 없다”며 현 법령에 대한 모순점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지부는 지난 13일자로 1심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돼 의료법 위반에 이어 의료기사법 위반이라는 이중처벌 조항을 제시할 수 있다는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는데 정부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조 언급하고 “복지부의 환수조치는 이해되나 의료행위로 인한 과한 과징금을 낮추고 계도로 대체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해주기를 바란다”며 이중처분에 대한 시급한 법 개정을 요구했다.
사실, 복지부는 지난 9월 의료인 이중처벌 완화를 골자로 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중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으나 지금까지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태이다.
복지부 의료자원팀은 “현재 자체 심사가 마무리 상태에 접어들어 다음달 중 규제개혁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해 관련 조항을 손질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다만, 진료기록부의 허위작성과 청구에 주안점을 둘 뿐 잘못된 X-ray 의료행위는 행정처분 대상이 아닌 만큼 이중처벌과 무관할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중처벌 규정완화 조항을 일부로 국한시키고 있음을 내비쳤다.
A외과의원 박 원장은 “솔직히 이중처벌에 대한 헌법소원이 어떻게 될지 장담하지 못한다”며 “그러나 젊은 나이에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의사가 될 수 있도록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개선하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황성필 변호사(황성필법률사무소)는 “헌법재판소의 많은 사건으로 복지부의 의견을 묻고 심의해 심의날짜를 결정하는데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소송은 자격정지와 과징금으로 이중처벌 당하고 있는 의사들의 현실과 현 법령의 문제점을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피력했다.
(의원명과 이름 공개를 원치 않은 원장의 의견을 존중해 이를 실지 않은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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