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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돈 안쓴다" 의료기시장 침체

주경준
발행날짜: 2004-11-19 06:41:01
업계, 재고소진위해 제살깎기 가격경쟁 치열

개원 움직임이 극도로 둔화된데 이어 병원들이 경영악화에 대응 긴축재정을 펼치면서 의료기기시장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이에 의료기기 생산·판매업체 상당수가 현금 유동성 확보와 생산재고의 소진을 위해 앞 다퉈 밀어내기식 판매에 나서면서 의료기기 가격이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불황기에 각광을 받는 중고 의료기기 시장도 극심한 수요 감소와 신품과의 가격격차 감소 등으로 기존 가격대 유지도 힘겨운 실정이다.

개원수요 감소 이어 병원 구매력 급감

신규 개원하는 의원이 감소했으나 구매력이 확보된 병원급 의료기관의 수요가 있어 근근히 버텨오던 의료기기 생산업체들은 최근 각 병원들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기기 도입계획을 포기 또는 유보하면서 판매활로가 완전히 차단됐다.

의료기기 생산업체 리스템 관계자는 “일부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중소병원의 경우 대부분 경영악화로 구매력을 상실한 상황” 이라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지난해 대비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지 오래다”고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의료기기 등의 시장이 지난해부터 하향국면을 걸어온 이후 올 봄 개원수요가 감소한데 이어 하반기 들어서는 아예 병원 납품량마저 감소하는 수순으로 의료기기시장이 침체됐다.

신길동 A의료기기 판매점은 “개원 관련 제품 구입문의는 전혀 없을 정도로 거리 전체가 한산하다” 며 “간혹 병원측에서 중고기기 구입의뢰가 들어올 뿐”이라고 털어놨다.

의료기기 출혈경쟁·가격 지속 하락

의료기기는 시장가격대가 일부 거론될 뿐 의사와 영업사원간 합의 수준에 따라 금액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사실상 정확한 제품가격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로인해 각 업체별 납품가격대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자사제품이 채택되지 않는 상황에 비춰 극소마진의 출혈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으로 업계 스스로 분석하고 있다.

의료용구 협동조합 관계자는 “시장 조사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저가 출혈경쟁이 펼쳐지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며 “연말 재고소진과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이같은 경쟁이 더 치열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판매점의 경우도 올 연말을 넘기기 어려운 업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봄 개원 수요가 발생되지 않는다면 가격 하락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MRI와 초음파 건보편입 등 이미 악재로 작용한 의료기기법에 이어 제도변화에 따른 시장위축이 우려되고 있어 내년 상반기가 의료기기 시장의 큰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고의료기 시장도 반짝 호황 후 침체

불황일수록 인기를 끄는 중고 시장도 의료기기시장에서는 예외다. 가격이 싼 중고기기를 많이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거래는 한산한 편.

다행히 적정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신품의 저가판매로 인해 중고품간의 가격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오히려 가격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고의료기기 판매 중개를 하고 있는 메디게이트와 오픈닥터스 등에 따르면 폐업과 개원이 거의 없는 동맥경화 상태라 중고의료기기 거래도 늘어났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판매점을 하고 있는 인성의료기기 관계자도 “개원시 새제품만으로 구색을 갖추기 보다는 일부 제품은 중고기기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며 “중고시장은 평년수준이거나 약간 밑도는 수준의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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