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라글루타이드(상품명 삭센다)
2014년 미국 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
-세마글루타이드(상품명 위고비)
2021년 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
-터제파타이드(상품명 젭바운드)
2023년 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
비만 치료제 시장의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5% 안팎의 미약한 체중 감량 효과를 극복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제들이 품귀현상 등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차세대 주자들의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은 것.
학회들도 바뀐 치료 옵션을 반영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GLP-1 기반 비만 약제에서 혈당 강하 및 체중 감량 외에 심혈관 보호 효과까지 관찰되면서 외연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다수의 대사 이상 관련 질환이 과체중이나 비만에서 유발된다는 점 또한 다양한 학회들의 이목을 끄는 포인트다. GLP-1 기반 비만 약제의 활용처는 비단 당뇨병학회나 비만학회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2023년 대한당뇨병학회는 발 빠르게 당뇨병 진료 지침 개정 8판을 통해 주사제 치료에서 기저인슐린 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우선 처방하라 권고했고, 미국당뇨병학회 역시 제2형 당뇨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비만 및 체중관리 항목에 GLP-1을 우선순위에 두며 폭넓은 사용의 확대를 예고했다.
다양한 학회들의 지침 변화 양상을 통해 GLP-1 계열 비만 약제들의 위상 변화 및 향후 보편적 처방의 가능성에 대해 짚었다.
■다양한 학회 '러브콜'로 이어진 유의미한 효과
대사 이상 관련 질환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관찰되기 위해서는 10% 안팎의 체중 감량이 수반돼야 한다.
GLP-1 계열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은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와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가 대표적이다.
2014년에 미국 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삭센다는 하루 한 번 주사하는 방식.
체중 감량 효과가 8% 안팎에 그치지만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혈당 조절과 혈압 및 LDL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 환자에서 간 지방량 감소 효과가 보고되는 등 대사 개선이 확인된 바 있다.
2021년에 FDA에서 비만 치료제로 승인받은 위고비는 주 1회 투여로 편의성을 개선하는 한편 체중 감소 효과는 15%로 임상의들이 원하는 '유의미한 수준'을 달성했다.
비만연구의사회 김민정 이사장은 "여러 연구에서 5~10% 체중 감량 시 당뇨,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심뇌혈관질환, 암 발생 위험의 감소가 관찰된다"며 "주요 당뇨병 연구에서는 15kg 감량 시 당뇨병 관해(완치) 현상이 관찰될 정도로 위고비와 같은 약제는 비만치료제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위고비는 SELECT 임상에서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위험이 20% 감소하는 등 비만치료제 이상의 가치를 증명했다"며 "68주 동안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한 임상뿐 아니라 104주 임상에서도 장기간 효과 지속이 확인되는 등 그간 비만 약제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평가했다.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인 터제파타이드(젭바운드)는 GLP-1뿐만 아니라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olypeptide) 수용체에도 작용하는 2중 호르몬 작용제로, 기존 GLP-1 단독 작용제보다 더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인다.
임상시험 결과, 평균적으로 초기 체중의 20% 이상 감량을 기록하고 일부 참가자는 25% 이상의 감량도 달성, 현재까지 비만 치료제 중 가장 뛰어난 체중 감량 효과를 가진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유의미한 효과는 다양한 학회의 지침 반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23년 개정된 '당뇨병 진료지침 제8판'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의 활용을 강조했다.
혈당 조절을 위해 주사제를 고려할 때, 기저 인슐린보다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우선적으로 권고하고 있고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을 가진 환자에게는 GLP-1 수용체 작용제나 SGLT-2 억제제를 포함한 치료를 우선 고려하도록 제시하면서 무게감을 실어준 것.
미국당뇨병학회는 2024년 당뇨병 관리 가이드라인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와 GIP/GLP-1 이중 작용제를 비만 관리에 적극 사용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비만약은 비만학회 전유물? 간학회·심장협회·뇌졸중협회도 예의주시
미국당뇨병학회는 올해 신규 지침을 통해 제2형 당뇨병,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 질환(MASLD), 과체중 또는 비만 성인의 체중 감량을 위한 생활 습관 개입에 대한 보조요법으로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MASH)에 잠재적인 이점을 가진 GIP/GLP-1 2중 작용제를 포함하도록 했다.
특히 제2형 당뇨병과 생검으로 입증된 MASH를 가진 성인 또는 간 섬유화 위험이 높은 성인의 경우 MASH에 대한 잠재적인 유익한 효과를 가진 피오글리타존 또는 GLP-1 또는 GIP/GLP-1 2중 작용제를 혈당 관리에 사용하는 것이 선호된다고 제시했다.
피오글리타존과 GLP-1과의 병용요법이 MASH에 미치는 잠재적인 유익한 영향에 근거, 생검으로 입증된 MASH를 가진 제2형 당뇨병 성인 또는 간 섬유화 위험이 높은 성인의 경우 혈당 치료에 고려될 수 있다는 권고 사항도 추가했다.
MASH의 주요 원인은 비만,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생활 습관과 같은 대사 이상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10% 이상의 체중을 감량하는 것만으로도 MASH 치료의 상당 부분을 달성할 수 있다. 간질환 영역 역시 비만약의 활동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
대한간학회 관계자는 "최초의 MASH 신약 레스메티롬이 상용화됐지만 부담스런 약제비 때문에 아직 활용성이 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GLP-1 계열 신약후보물질 서보두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가 MASH 치료제로서 효과를 입증하고 있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학회의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이 발간된 2021년에는 세마글루타이드 등의 주요 약제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면 최근 터제파타이드가 MASH 관련 임상 2상에서 관해율 62%를 달성한만큼 향후 지침에 반영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서두보타이드는 생검으로 확인된 MASH 및 섬유화 단계 F1~F3를 가진 참가자에서 48주간 투약 시 섬유증 악화 없는 MASH 개선은 62%, 간 지방량 최소 30% 감소 달성률은 67%를 기록했다.
터제파타이드는 MASH 및 F2 또는 F3 단계(중간 또는 심각한) 섬유증을 가진 참가자에서 52주간 투약한 결과 섬유증 악화 없는 MASH 관해율은 62%, MASH의 악화없이 하나 이상의 섬유화 단계가 개선된 비율은 55%였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뇌졸중협회(ASA)도 비만약제에 러브콜을 보냈다.
2024년 공개한 뇌졸중 1차 예방 지침 개정판에서는 GLP-1의 심혈관계 질환 보호 효과가 밝혀지고 있다는 점을 반영, 당뇨병과 높은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 GLP-1을 사용할 것을 권장했다.
가이드라인은 GLP-1이 제2형 당뇨병 관리는 물론 체중 감량을 유도하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강력한 데이터에 갖고 있다며 당뇨병과 높은 심혈관 위험을 가진 사람 또는 확립된 심혈관질환자에게 GLP-1을 사용을 권장했다.
■2중→3중 작용제로 진화하는 약물들…개정·반영 가속 예고
GLP-1 기반 약물들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특히 GLP-1 단독 작용제를 넘어 2중 작용제(GLP-1+GIP), 3중 작용제(GLP-1+GIP+글루카곤)로 이어질수록 효과가 강력해지면서 다중 약물 개발에도 불이 붙은 것. 비만 치료제 시장의 시계가 점점 빨라지면서 학회들의 지침 반영 주기도 단축될 수 있다.
3중 작용제로 개발 중인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는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기대감을 키우는 약물이다. GLP-1, GIP, 글루카곤의 3중 작용제로 임상시험 결과 체중의 최대 24% 이상 감량 효과를 보인 데 이어 지방간(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NAFLD) 등 대사 질환 치료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Viking Therapeutics이 개발 중인 TTX-273도 레타트루타이드와 같은 삼중 작용제로, 현재 초기 임상 단계다.
이어 GLP-1 + 글루카곤 2중 작용제인 코타두타이드(Cotadutide)가 비만과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이고, 경구용으로는 일라이 릴리의 먹는 비만 치료제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 화이자의 다누글리프론(Danuglipron)이 개발되고 있다.
비만학회 관계자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가진 약제간 조합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며 "식욕 억제와 체중 감량에 기여하는 호르몬인 아밀린과 GLP-1의 복합제가 개발되고 있고, 비만 신약 개발에 국내사까지 가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제형을 개선하거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등 나름의 경쟁력을 갖춰 개발 중인 주요 약제만 해도 5~6종이 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상용화되면 이를 반영하기 위한 작업도 활발해질 것"이라며 "체중이 대사 전반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적정 체중 유지는 만성질환 예방에 중요하기 때문에 비만약제의 활용은 보다 보편화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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