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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석 교수 "근거와 더불어 중요한 건 사회적 합의"

박양명
발행날짜: 2019-04-22 14:32:03

한국보건의료연구원 10주년 심포지엄서 "가치와 합의 강조"
"단순한 근거자료 하나만으로 정책 바꾸기는 힘들어" 회고

"단순히 '근거자료' 하나만으로는 정책에 반영까지 하기는 쉽지 않다.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네카) 초대 원장을 지냈던 허대석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네카 10주년 심포지엄에서 지난 10년의 역사를 되짚으며 발전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네카 초창기 단순히 근거만을 내놓는다고 해서 정책에 당장 반영되지 않는 불편한 현실을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글루코사민의 안전성, 유효성 평가다.

네카는 당시 '골관절염 환자에서 글루코사민과 콘드로이틴의 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글루코사민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근거가 부족하다고 발표했다.

허 교수는 "같은 근거자료라도 나라마다 다른 정책을 펼치고 있었다"라며 "글루코사민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우리나라는 약품으로도, 식품으로도 돼 있었다"라고 운을 뗐다.

실제 이탈리아와 영국, 독일 등은 글루코사민을 의약품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급여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반면 일본,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은 글루코사민을 식품으로 인정하고 있었다.

허대석 교수는 "우리나라는 급여로도 몇 백억을 쓰고 있었지만 네카에서 문제 제기를 하니 급여는 없어졌지만 허가사항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고 꼬집으며 "근거만 갖고는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라고 털어놨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의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 일명 자궁경부암 백신의 경제성 분석이 바로 그 일환이었다.

네카는 2012년 'HPV 백신의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후 원탁회의를 진행했다. 유관학회와 정책기관, 전문가 패널, 실무진 등이 모여 합의안을 마련한 것.

허 교수는 "의료기술 등을 평가, 연구한 결과가 정책과 현장에 당장 반영되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고 어떤 임상적 가치를 갖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탁회의를 통해 임상적 의미에 대해 합의해 12세부터 HPV 백신을 접종하는게 좋겠다고 정리하고 정책 반영으로까지 이어졌다"며 "근거자료만 내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가치를 반영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허대석 교수는 네카의 존재는 근거와 가치를 창출하는 작업인 만큼 발전을 위해서는 가치를 환자중심으로 생각해야 하고 공익적 근거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근거가 충분하고 가치가 높거나, 근거가 없고 가치가 낮은 의료기술이나 의약품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쟁점이 생기는 것은 근거는 높은데 사회적 가치가 낮거나, 그 반대의 상황에서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근거는 사실 있다, 없다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데 정책이나 급여기준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이분법적으로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의약품이 품목허가를 받을 떄까지 자료를 근거로 삼았는데 이는 연령, 질환 등 굉장히 복잡한 기준을 갖고 있다"라며 "품목허가를 받을 때 제출했던 논문이나 임상시험에서 대상으로 하지 않았던 많은 환자들의 상황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적응증 외에도 오프라벨로 약을 쓰려고 하면 규제가 충돌하고 있다'라며 "허가, 임상과정의 자료, SCI 논문이 전부가 아니라는 소리다. 공익적으로 누군가가 나서서 리얼월드 에비던스(RWE)를 반영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환자중심의 보건의료 정보를 연계, 융합하는 데 네카가 앞장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네카에게 공공자료 연계를 할 수 있는 법적 지위가 생겼다"라며 "보건의료 분야를 선도하라는 의무와 사명이 주워졌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청구자료, 암 사망자료, 병원 전산자료 등 많은 보건의료 자료를 서로 융합되고 연계하는데 네카가 중요한 책임과 권한이 있다"라며 "환자중심의 보건의료정보가 연계되고 융합돼야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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