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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 멈춤없는 응급실, 과밀화 해결책 될까

박양명
발행날짜: 2017-09-22 05:00:53

환자 출입구역 세분화하고 간호인력 적극 활용

응급실 고질병인 '과밀화' 해소를 위해 세브란스병원이 응급실 구조를 확 바꿨다.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했고, 병원을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의 동선을 원스톱으로 꾸몄다. 상황판을 두고 수시로 환자의 현재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멈춤이 없는 응급실'이라는 모토를 실현할 수 있을까.

21일 낮, 메디칼타임즈가 직접 찾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료센터 내부는 한산해 보였다. 그런데 의료진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상황 모니터에 표시된 환자 숫자는 108명. 응급실에 100명이 넘는 환자가 머무르고 있다는 소리다.

응급의학과 정현수 교수는 "환자가 80명만 넘으면 응급실이 과밀하다고 보는데 108명인데도 환자 입장에서는 붐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며 "물론 의료진은 정신없다"고 말했다.

응급실이 과밀한 병원으로 꼽히는 세브란스병원은 응급실 구역을 세분화하면서 과밀화 해소를 시도했다.

출입구는 걸을 수 있는 환자용, 구급차 이동 환자용, 발열 또는 감염환자용 등 3개의 구역으로 나눠져 있고 환자가 머무르는 구역도 성인 중환자 구역, 소아중환자 구역, 비교적 경증 환자가 머무는 구역으로 나눴다.

응급실 상황 모니터
지난 12일 새롭게 문을 연 후 약 열흘이 지난 현재 실제로 내원환자 숫자는 늘었지만 환자 대기 시간은 줄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교수는 이번 응급진료센터 증축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바뀐 부분으로 선접수 제도와 응급단기병상 운영 등 두 가지를 꼽았다.

기존에는 환자가 응급실을 찾으면 접수 자체도 못하고 대기를 하고 있다고 자리가 나면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이제는 환자는 응급실을 들어옴과 동시에 중증도분류실에 있는 간호사를 만나 중증도 평가를 받고 접수까지 할 수 있다.

중증도분류실을 지나면 바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만나 진료를 하고 각종 기본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응급의료센터에는 9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다.

또 과밀화 해소책으로 나오고 있는 단기응급병상도 26병상 설치했다. 여기에는 환자가 48시간 동안 머무를 수 있다.

수액주사를 맞는 등 비교적 가벼운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리클라이너 의자도 20개 설치해 환자 편의성을 높였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은 간호인력 활용이 특히 눈에 띈다.
우선 환자가 오자마자 환자 분류 교육을 받은 간호사들이 환자의 중증도를 분리한다.

24시간 6명 이상의 간호사가 중증도 환자 분류 도구에 따라 환자 유형을 분리한다. 중증도분류실에 근무하기 위해서는 대한응급의학회에서 하는 중증도 환자 분류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중증도분류실과 수액주사실
2012년부터 운영하던 전원전담코디네이터 제도도 확대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전원전담코디네이터 제도를 전원조정센터 설치로 확대할 예정이다. 병원의 인적, 물적 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체계적 응급환자 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정 교수는 "응급실에서는 치료보다 환자를 케어할 일이 많아 간호인력이 특히 중요하다"며 "많은 환자를 동시에 케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등 간호사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원전담 간호사 경력 기준이 3~5년 정도"라며 "병원 전체 흐름을 잘 파악해 멈추지 않게 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모여 환자 사례를 분석하는 등의 노력을 별도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온 38도 이상이 감지되면 입구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응급실 확장공사의 또 다른 목표였던 '감염' 관리에 대한 세브란스병원의 세심함도 엿볼 수 있었다.

우선 출입구에는 열감지 시스템을 설치해 체온이 38도가 넘으면 출입문이 자동으로 폐쇄된다.

출입구 자동문은 손을 버튼 근처에 가지고만 가도 열리도록 해 굳이 버튼을 직접적으로 만지지 않아도 된다.

"응급실 문제, 지역사회 일 돼야…의뢰-회송 활성화 필요"

정현수 교수
대형병원이기에 가능한 투자. 이로 인해 또다시 환자 쏠림 현상을 부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에 대해서는 정현수 교수도 공감했다.

그러면서 응급실 과밀화 문제는 지역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고 의뢰-회송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는 한 병원에서만 끙끙대며 해결책을 찾을 게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이 돼야 한다"며 "2차 병원과 환자 치료 등에 대해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 세브란스병원도 주변 2차 병원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메르스 사태 이후 병원 차원에서 응급실에 투자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마인드가 바뀌는 분위기"라며 "사실 응급실 과밀화는 병동, 중환자실 과밀화와 연결된 문제다. 세브란스병원도 병원 차원에서 TF를 구성해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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