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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기침 감기 치료제, 이슈 없는 게 제일"

손의식
발행날짜: 2015-09-21 05:23:10

서울 방배 GF소아청소년과의원 손용규 원장

감기약 처방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럽 의약품청(EMA)의 결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코데인·디히드로코데인 함유 의약품을 12세 미만 소아의 기침·감기에 사용치 않도록 지난 5월 권고했다. 육아 카페 등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 함유 의약품에 대한 많은 우려가 제기됐으며 많은 의료진은 처방약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7월부터는 움카민시럽 등 내용액제에 대해 ▲만 12세 미만 소아 ▲고령, 치매 및 연하곤란 등으로 정제 또는 캡슐제를 삼킬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요양급여를 인정하도록 제한됐다. 정제 또는 캡슐제를 복용할 수 있는 성인에게 움카민 시럽 등을 처방하면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의료진들은 또 한번 자신의 처방패턴을 바꿔야 했다.

이런 이유로 효과가 입증된 범위 안에서 이슈가 없는 처방약을 선택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서울 방배 GF소아청소년과의원 손용규 원장을 만나 기침 감기약 처방과 관련한 이슈와 대안을 들어봤다.

영유아 및 소아에게 기침억제제를 치료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솔직하게 이슈적인 부분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그 약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약에 대해 보호자들이 가질 문제를 제일 먼저 생각한다. 다만 처음에 이슈를 떠올린다는 것은 이슈가 없는 약을 선택할 때 그 약에 기본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그리고 효과, 급여와 성분 등의 순으로 고려한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 서한을 배포한 이후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에 대한 우려가 이슈가 된 이후 처방 패턴이 많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GF소아청소년과는 어땠나.

동네 소아청소년과의원은 보호자들, 특히 엄마들의 커뮤니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GF소아청소년과의원이 있는 서초 방배 지역은 특히나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

안전성 서한이 나오면 관련 의약품은 그 날부터 못 쓴다고 봐야 한다. 엄마들이 물어보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의사보다 먼저 알고 이야기할 정도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부터 이야기 한다. 의사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약국에서 이야기하다보니 약사가 보호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의사에게 전화할 정도다.

만일 그 약을 쓰게 되면 보호자들과 한바탕 해야할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그들을 설득할 시간이면 차라리 다른 환자를 보는 게 낫다. 그 약 하나 밖에 없으면 몰라도 대체할 약이 있는 상황에서 안전성 서한과 관련한 의약품 때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코데인이나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가 문제가 있다고 보나.

코데인은 대사과정에서 마약성 성분으로 전환이 된다. 그러나 그 양 자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무시해도 무방할 정도의 양이다. 우리나라는 감기에 대해 처방할 때 외국에서 쓰는 10% 정도의 용량 밖에 쓰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담을 안 가지고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전성 서한과 이에 따른 보호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니까 어쩔 수 없이 대체할 수 밖에 없다.

처방 의약품에 대한 환자 및 보호자의 불신과 우려가 복용 순응도 및 예후에 미치는 영향은.

요즘은 약을 처방받아 갔더라도 한마디만 나오면 아이에게 처방받은 약을 먹이지 않는다. 복약순응도에 차이가 있다고 말할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약을 못 쓴다고 보면 된다.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엄마들은 어른에 비해 10배는 민감하다.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만 해도 우리 동네에선 이미 그 약을 쓰는 의사가 없다.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의 허가사항이 변경될 것으로 보는가.

약과 관련해 한번 이슈가 나오면 절대 뒤집히지 않는 한국의 상황을 볼 때 코데인 및 디히드로코데인 복합제의 허가사항도 변경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미 변경을 안 해도 못 쓰는 상황이다. 회사들은 이미 약을 다 접었을테고 재고도 유효기간 끝나면 버려야 하는 상황에서 새로 생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안전성 서한에 이어 지난 7월부터 내용액제에 대한 제한적인 급여기준이 적용됐다. 정제 또는 캡슐제를 복용할 수 있는 만 12세 이상에게 움카민 시럽 등을 처방하면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슈에 신경쓰지 않고 처방할 수 있는 치료제에는 어떤 것이 있나.

예전에는 고전적으로 푸로스판 계열의 히드라 솔루션을 썼고 그 다음에 나온 것이 레보드로피진, 그리고 페라고니움이다. 이 세가지가 빅 매치를 이뤘다. 그런데 레보드로피진이나 펠라고니움은 히드라 솔루션에 상대가 안 되는 게 기관지염 이상의 코드 밖에 못쓴다는 한계가 있다. 처방인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감기에는 못 쓴다. 결국 일상적인 인두염이나 감기는 쓸 수 있는 것이 결국은 히드라 솔루션 밖에 없다.

진해제로 나와있는 단일제 시럽이 크게 세가지가 있지만 펠라고니움과 레보드로피진이 가진 한계가 있다보니 일반적인 감기에는 히드라 솔루션 밖에 못쓴다. 그런데 아이비엽제의 경우 고전적이기 때문에 많이 손이 안가는 부분이 있고 그래서 많이 쓰는게 시네츄라 같은 아이비엽 복합제다. 성인도 처방되는 시럽제라는 점도 시네츄라의 장점이다.

아이비엽 계열은 모든 감기에 다 쓸 수 있기 때문에 많이들 선호한다. 예전에는 아이비엽제를 먼저 쓰고 효과가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아이비엽 복합제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요즘에는 아이비엽 복합제를 먼저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효과는 아무래도 시네츄라쪽이 나은 것 같다.

앞서 설명했듯이 펠라고니움은 효과가 좋기는 하지만 기관지염에만 코드가 들어가니까 아무래도 손이 덜 간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비엽을 80% 이상 쓰고 펠라고니움이나 레보드로피진은 많이 안 쓴다. 아이비엽제 효과만이 다른 기침약에 비해 데이터가 좋다는 최근 논문들도 많다. 펠라고니움이나 레보드로피진의 경우 그보다 논문도 적고 효과면에서도 좋다는 논문이 많지 않다.

진해거담제의 처방과 관련한 제도적 이슈들이 이어지고 있다. 처방에 제한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의사들의 불만이 높다.

내용액제의 급여 제한의 경우 12세 기준으로 해서 태블릿이냐 시럽이냐를 국가에서 정하면 안 된다. 12세 이상이어도 알약을 못 먹는 아이가 있는 반면 7~8세에도 알약을 잘 먹는 아이들이 있다. 알약을 잘 먹는 아이들의 엄마들은 알약으로 처방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12세 이상에서 알약처방이라고 인가를 해놓기 때문에 의사가 알약을 주면 문제가 있다고 보는 보호자들도 있다.

의사에게 어느 정도 재량권을 줘야 하는데 12세로 정해놓는 것 자체가 정부의 편의적 발상이다. 이런 나라는 많지 않다. 설령 그렇게 정했더라도 의사가 처방을 하면 인정을 해줘야 하는데 심평원 등에 기준에 가둬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게 가장 문제가 되는 키포인트다. 의사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나이가 든 사람도 시럽제를 먹고 싶다면 처방해줘야 하고 어린 아이라도 알약을 먹겠다고 하면 처방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에선 약가가 문제가 되니까 보험재정을 아끼려는 취지에서 12세 기준을 내세우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을 차제하더라도 의사의 전문적 판단이 아닌 정부의 기준에 맞춰서 처방하게 한다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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