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셧다운, 치명적 바이러스, 뇌 연구에 거액의 자금 지원 시작, 에이즈 치료법 발전…
인용지수가 30을 훌쩍 넘는 세계적 과학잡지 '네이처(Nature)'가 선정한 지난해 주목할 만한 과학적 사건들이다.
네이처는 새해를 맞아 지난 한 해 동안 다뤘던 과학 뉴스 중 중요한 뉴스들을 선정했다. 이 중 의과학과 관계있는 사건을 소개한다.
①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미국의 연구개발비 지원은 서서히 감소해 지난해 10월 현재 2010년 대비 16.3% 줄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연방정부 기능이 16일 동안 마비됐다.
연구비 지원은 끊기고 주요 망원경과 남극기지, 대부분의 연방연구소가 멈춰섰다. 정부가 운영하는 핵심 데이터베이스 가동도 중단됐다.
정부 소속 상당 수의 연구원들은 비필수인력으로 분류돼 직장과 연구실 출입을 금지당했다. 이메일 확인조차도 허락되지 않았다.
미국 과학기술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동안 EU는 2014~2020년 연구개발비 예산을 800억 유로(약 115조 2000억원)로 확정했다. 이는 2007~2013년 보다 27%나 증가한 금액이다.
우리나라 역시 올해 R&D 예산을 지난해보다 17.8% 늘린 3970억원으로 확정했다.
②BRAIN 프로젝트
지난해 4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브레인 프로젝트(BRAIN initiative)'를 발표했다. 처음에는 '뇌 지도 작성 계획(brain-mapping proposal)'로 시작했지만 '뇌 해독(deciphering the brain)'을 위한 신기술 개발' 등 보다 일반적인 분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EU도 지난해 초 10억 유로(약 1조 4400억원) 규모의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인간두뇌 시뮬레이션 10년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신경과학계의 초점이 '분자 및 세포 수준의 연구'에서 '생각, 기억, 행동이 생성되는 매커니즘' 쪽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③바이러스와의 전쟁
오늘날 지구에서 소아마비가 발생하는 국가는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아프가니스탄 등 3개국뿐이다. 그러나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 바이러스'를 완전히 뿌리뽑기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는 바이러스 검출 지역이 줄긴 했지만 바이러스를 박멸하려는 정부 노력이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심지어 백신 접종에 종사하는 보건의료 근로자들이 암상당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
아프가니스탄은 소아마비 빈발지역인 남부지방에서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지는 않고 있지만 소말리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발병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해는 두 가지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H7N9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MERS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 주인공.
지난해 4월 중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은 143명의 감염자와 45명의 사망자를 냈다. 겨울로 접어들면서 과학자들은 조류독감의 재등장을 감시하고 있다.
해당 바이러스가 조류에서 뚜렷한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데다가 바이러스 저장소 역할을 하는 동물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과학자들은 애를 먹고 있다.
2012년 9월 처음으로 보고된 코로나 바이러스도 쉽게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현재 185명의 감염자와 7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대부분 환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생했지만 중동과 유럽에서도 발병사례가 널리 보고되고 있다.
④과학연구 데이터 활짝
2013년은 과학연구 논문과 데이터를 더 널리 공개하려는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은 해였다.
유전학자들은 DNA 시퀀스와 임상정보 공유를 촉진하기 위해 글로벌 연대를 결성했다. 의학연구 분야에서도 영국은 과학자들이 환자 의료기록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대대적 개혁을 시작했다. 또 보건 관련 정부 기관들은 임상시험 데이터를 공개토록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⑤에이즈(HIV) 치료법의 눈부신 발전
지난해 1월 '초기에 HIV 감염을 치료하면 면역계를 온전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월에는 'HIV에 감염된 아기를 초기에 항역전사바이러스 요법으로 완치시켰다'는 연구도 나왔다.
이에 WHO는 "더욱 빠른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백신학자들은 ▲HIV 핵심 단백질 구조가 새로 밝혀졌다 ▲인간 대상 한 연구에서 광밤위 중화항체의 생성과정이 밝혀졌다 ▲광범위 중화항체를 이용해 만든 백신이 원숭이의 HIV 감염을 예방해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등의 연구결과에 열광했다.
미국 하버드의대 브루스 워커 교수는 "2013년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HIV 비밀이 가장 많이 밝혀진 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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