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정책연구 부실 논란으로 이전과 폐지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던 '의료기기정책연구원'이 설립된 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간판을 내렸다.
지난 12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이하 협회)가 정기이사회에서 협회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한 산업육성본부 산하 '산업진흥실'로 이름을 바꿔 운영해 나가기로 한 것.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과 협회가 지난 2010년 8월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합의서 체결에 따라 공동 설립한 정책연구원은 정작 조합과 협회 모두에 공분을 사면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1년 예산이 3억원에 달하지만 의료기기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연구가 부실할 뿐더러 당초 설립 취지에 벗어난 수익사업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에서다.
더욱이 정책연구원은 조합과 협회가 설립했지만 양 기관의 얽히고설킨 복잡한 헤게모니로 인해 통제가 어려운 기형적인 조직으로 운영돼왔다는 것이 의료기기업계의 지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책연구원의 산업진흥실 편입은 일견 환영할만한 일이다.
모호한 정체성을 이용해 독립적으로 운영돼 왔던 정책연구원은 협회 정규조직으로 흡수되면서 모든 예산 집행과 운영, 정책연구 및 수익업무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협회 역시 정책연구원이 명실상부한 협회 조직으로 편입돼 관리감독을 받는 만큼 의료기기업계를 위한 내실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식약처를 주무관청으로 둔 협회 산업진흥실이 의료기기업계가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연구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에 대한 우려감 때문이다.
요즘 국내 의료기기제조업체는 물론 수입사와 다국적의료기기업체까지 의료기기 인허가와 식약처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의료기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이유로 인허가 관련 규제는 강화되고 그만큼 비용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불만에서다.
하지만 협회와 산업진흥실은 식약청 시절보다 권한이 막강해진 식약처를 상대로 의료기기업계 의견을 반영한 정책연구를 통해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개선을 주장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협회로 넘어간 산업진흥실이 정책연구원 시절 '수박 겉핥기'식에서 벗어나 의료기기업체들의 애로사항을 개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지 의료기기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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