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부실의대 학생 교육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 –고등교육법시행령 개정안을 중심으로-'라는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제목은 이 간담회를 주최한 국회의원 한 분이 하신 말이다.
작년 12월 3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입법예고 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과 '대학설립-운영규정 일부 개정안' 내용에 따르면, 교과부장관은 관련 기관이나 단체의 의견을 들어 부속병원이나 실습 위탁 병원이 없는 의학과는 1차로 입학정원을 50퍼센트까지 줄이고, 2차로 학과를 폐지 할 수도 있다.
처분 대상이 될 수 있는 의과대학으로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학생들은 어떻게 되나? 당연히 정책간담회에는 거론되는 대학의 재학생들이 여럿 참석하였다.
정책간담회 제목에 '부실의대'라는 표현이 있다. '부실'의 기준은 무엇인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내과 교수가 겨우 6~7명이었는데 최근에 모두 퇴직하고 남은 1명도 곧 퇴직한다고 하며, 외과 실습 기간이 1주에 불과한데 수술은 구경도 못 하며, 부속병원의 입원실 가동률이 2%라면, 어떤 기준을 동원하더라도 '부실'이 명백하다.
의사국가시험 합격률이 높으니 괜찮다고 강변하여도, 이는 의사국시의 목적과 의과대학 교육의 목표가 다름을 착각한 까닭이다. 의사국시 합격률만을 목표로 한다면 대학이 아니라 강습소일 뿐이다.
매사가 그러하듯 부실한 대학이라도 없애기보다는 건실해지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 결국 회복하지 못할 대학이라면 오래 끌지 말아야 한다. 오래 끌면 부실한 교육 상황에 놓인 학생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부실한 교육을 받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하는 국민이 그 다음 피해자다.
따라서 건실해질 가능성이 있으면 지원하고 기다리되, 가능성이 없으면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옳다.
의학과가 없어지면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 몇 가지 조치가 예상된다.
첫째, 사립대학이라면 운영주체를 바꿀 수 있다. 새로운 재단이 학교를 인수한 예로는 1970년대 초에 고려대학교의 일부가 된 우석대학교가 있다.
둘째, 의학과는 아니지만 다른 학과의 예로는 다른 대학과 합하는 방법도 있다. 받는 대학의 의학과 정원이 그만큼 늘어난다.
셋째, 의과대학을 신설하려는 대학에게 통째로 재학생과 입학정원을 이관할 수도 있다.
넷째, 교육 능력에 여유가 있는 몇 대학에 재학생과 정원을 나누어 줄 수도 있다.
벌써 묘한 소문이 떠돌고 있단다. 만약 학과를 폐지한다면, 재학생들에게 바람직하기로는 첫째나 셋째 선택지가 으뜸이리라.
간담회에서 어떤 학생은 재단이 노력하고 있으므로 지나친 규제로 대학과 학생에게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학생인지 재단 직원인지 혼동할 지경이었다. 학교 사랑의 발로였겠지. 재단이 노력한 결과가 긍정적이었다면 굳이 이런 논의는 필요 없다.
결과로 판단하면 된다. 몇몇 학생들은 선후배 동창 등으로 이어지는 맥이 끊어져서는 안 된다거나 모교가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였다. 설마 부실한 교육일지라도 현실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리라고 믿는다.
한편으로 사회적 감시 기능이 늦게 작동하였음을 지적하거나, 정부의 책임을 추궁하는 발언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자신들이 속한 대학이 이런 정도인지도 모르고 지원하여 등록금을 내며 교육을 받은 피해자지만, 부실한 교육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불이익도 감수하겠단다.
가슴 아픈 일이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대학 운영자뿐 아니라 허가해 준 정부, 방치한 교수 등 '기성세대'의 잘못이다.
이제 잘못을 통감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신속하고 확실하게 그리고 학생들의 피해가 최소가 되도록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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