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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비급여 공방, 환자는 이해 안된다

안기종
발행날짜: 2012-03-05 06:00:16

백혈병환우회 안기종 상임대표

지난 16일 오후 2시 10분 대법원 209호 대법정에서는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재판 공개변론이 열렸다. 성모병원측 대리인과 참고인 그리고 보건복지부측 대리인과 참고인이 13명의 대법관 앞에서 열띤 변론과 토론을 진행했다.

이번 공개변론 관전의 최대 백미는 양측이 2시간 30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는 양측의 주장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첫째, 성모병원 전체 부당청구액의 60~70%을 차지하는 삭감 위험, 이의신청절차 등의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건강보험 적용되는 급여비용을 건강보험공단이 아닌 환자들에게 비급여로 받은 임의비급여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어떤 이유에서든지 안 된다고 했다.

둘째, 일정 수준 이상의 의학적 근거가 있는 약제에 대해서는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하더라도 일정한 절차를 거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 방법이 180도 다르다.

성모병원은 임의비급여를 허용하고 남용방지책을 만들면 된다고 했다. 반면에 보건복지부는 임의비급여를 현재와 같이 금지하고 임의비급여 해소책을 만들면 된다고 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무익한 논쟁이다. 결과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진짜 원하는 것은 식약청 허가범위를 넘어선 약제라 하다라도 효과와 안전성이 담보된 경우 일정한 공적 절차를 거쳐 사용하되 그 기간을 최대한 줄여 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암 치료에 획기적인 약제가 개발돼 미국 FDA 승인을 받았지만 한국 식약청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또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그 사이 환자 상태가 악화되거나 사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6년 1월 9일부터 식약청 허가범위를 벗어나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암질환심의위원회의 사전승인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2008년 8월 1일부터는 식약청 허가범위를 벗어나 항암제 이외 일반약제에 대한 사후승인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식약청 허가범위 초과 약제 사용 사후승인제의 경우 해당 병원 임상윤리위원회(IRB)만 통과하면 그 시간부터 법정비급여가 된다. IRB는 대부분 해당 병원 의료인으로 구성되고 일부만이 공익적 감시자의 역할을 위해 외부인이 위촉된다.

따라서 식약청 허가사항 초과 약제를 사용하고 싶은 의사는 해당 병원에 IRB 소집을 요청해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항암제의 경우이다. 식약청 허가범위를 초과해서 항암제를 사용하고자 할 때에는 병원내 기구인 다학제적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심평원 임질환심의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기간이 평균 17.2일 걸린다.

의사들은 '17.2일이면 암환자 다 죽다'고 임의비급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식약청 허가범위 초과 약제사용 사후승인제에 항암제가 빠져 있는 이유는 항암제가 가지는 고도의 위험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항암제만은 병원 IRB 통과만으로 바로 쓰게 하지 않고 심평원 암질환심의위원회의 사전승인을 받도록 한 것이다.

심평원 입장에서는 병원이 제출한 의학적 근거의 검토를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암환자를 치료하는 의사 입장에서는 평균 17.2일도 길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는 암질환심의위원회를 지금과 같이 한달에 한번 개최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상설화하거나 아니면 일주일 단위로 개최해 사전승인기간을 단축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행법이 임의비급여를 금지하고 있고 정부가 예외적 사용을 위한 제도와 절차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이고 제도운영상 문제점은 개선하는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하다면 굳이 임의비급여를 허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식약청 허가범위의 약제로는 더 이상의 치료방법이 없는 중증질환자가 있을 때 의사는 환자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항암제나 일반약제를 무조건 임의비급여로 사용하는 관행이 있는데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

예외적 사용 제도와 절차를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나 절차에 모순이 있다면 개선하면 한다. 그래도 안 되는 경우 그때 가서 임의비급여 허용 여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

보건복지부도 의학적으로 근거 있는 항암제의 사용에 대해 법의 잣대만을 들이밀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임의비급여를 지양하고 예외적 사용 제도나 절차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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