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민주당 의원을 통해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부터다. 법안은 발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일단 보류됐지만 이미 논란은 시작됐다.
처방전 리필제, 일반약 슈퍼판매 '대항마'
처방전 리필제는 만성질환군과 같이 일정기간 이상 반복조제를 요하는 처방이 있을 경우 처방전을 반복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 등지에서 도입·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건강보험 재정안정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이 제도 도입이 거론됐으며, 지난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설문조사를 통해 노인의 73%가 이 제도 도입을 찬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처방전 리필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약사회다. 약사회는 지난 2007년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을 방문해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등 처방전 리필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약사회는 이번 일반약 슈퍼판매 도입에 반발해 성분명 처방과 함께 처방전 리필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슈퍼판매에 우호적 의사를 표현한 의료계에 대한 반발의 성격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환자불편 해소-재정 절감" vs "효과 미미-부작용만 양산"
처방전 리필제 도입을 주장하는 쪽의 논거는 간단하다. 이 제도가 환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법안을 추진한 민주당 김영진 의원도 만성질환자가 급증하면서 환자의 의료기관 방문 횟수가 증가하고 매번 같은 약을 처방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과 의료비 증가, 건강보험 재정 누수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만성질환자는 동일한 의약품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복용해야 할 뿐 아니라 이들은 주로 노인 또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라면서 "같은 약을 매번 의료기관에서 처방받고 약국에서 구입하는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제도 도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처방전 리필제가 의사의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막아, 합병증 등 환자에 대한 더 큰 위협을 사전에 방지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처방일수에 따라 진찰료가 늘어나지 않는 현재의 수가구조를 볼때 처방전 리필제 도입을 통한 재정절감 효과는 사실상 미미하며, 환자 불편해소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처방전 리필제는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환경에서는 실시가 불가능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처방전 리필제, 선택권은 의사에게 있다
최근 처방전 리필제가 부각되면서 이 제도가 의사의 별도 승인없이 약사나 국민의 판단에 따라 처방전을 반복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처방전 리필제를 시행하는 나라에서도 처방전 재사용을 승인하는 것은 의사의 권한이며, 그 대상 의약품과 횟수도 한정하고 있다.
'처방전 리필제'가 도입된 미국에서도 원칙적으로 의사가 처방약의 리필여부와 투약일수를 결정한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좌훈정 연구조정실장은 "미국의 경우 땅이 넓어 의료기관 방문이 힘들고, 의료비가 비싼 측면이 있어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면서 "그마저도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처방전 리필제 도입을 위한 선결조건도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009년 보고서를 통해 "처방전 리필제를 도입하려면, 의약품 분류체계를 보다 세분화해 전문의약품 중 리필 대상 의약품을 별도로 구분해 '처방전 리필제'의 도입으로 인한 임상적 또는 사회적 문제의 발생을 사전에 차단할 기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입법조사처는 "증상 또는 약제 성분에 따라 리필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나아가 리필횟수까지 제한함으로써 제도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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