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가 아프다며 경희대병원 특이증상클리닉을 찾은 한 중년 남성. 다른 병원에서 복부 CT, MRI를 찍어봤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호소한다. 환자에게 조금 더 자세하게 증상을 설명해 달라고 했더니 배가 ‘콕콕 찌르듯이 아프다’고 한다.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척추에 종양이 생기면 복통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척추 MRI 결과 원 교수의 진단이 맞았다.
#2. 20대 김성열(가명) 씨는 다리가 붓고, 얇아지고, 통증이 계속된다고 찾아왔다. 한 대학병원에서 혈전증 진단을 받고 치료도 받았지만 통증은 계속됐다. 김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병원에서는 '꾀병'이라고만 한단다. 환자의 다리를 만져보던 원 교수는 통증 부위 온도가 다른 곳과는 달리 따끈따끈한 것을 발견했다. ‘복합부위동통증후군’이 의심됐다. 뼈를 스캔해본 결과 예측 그대로였다.
경희대병원 특이증상클리닉 원장원 교수를 찾는 환자들은 사라지지 않는 통증,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에 대한 치료법을 찾기 위해 이곳 저곳 쇼핑하다가 최후에 찾아온다.
환자 한명을 진료하는 데는 2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정확한 병명을 찾으려면 '3분 진료'는 모자란다.
원 교수는 “통증환자가 특히 많이 오는데 여러 병원을 다녀도 해결되지 않고 꾀병이라는 진단만 받는다고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유 없는 증상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모든 연령대의 환자에게 개별적, 지속적, 포괄적인 의료를 제공한다.
특정 질환에 대한 전문가(specialist)가 대세인 의료 환경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다양한 질병에 대해 해결책을 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의 면모가 필요하다.
원 교수는 직접 만든 ‘특이증상 진단 프로그램(Symptom Finder)’에 650여개의 진단명과 증상 등을 기록해 놓았다.
원 교수가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쌓은 임상 경험 및 의학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원 교수는 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이유없는 불안감과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다양한 병을 짚어낸다. 병명이 프로그램에 없을 때는 해외연구, 증례보고 등을 2시간, 3시간씩 검색한다.
그는 “구강작열감, 섬유근통증후군 등처럼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증후군 중에는 효과가 있는 약이 나온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증후군도 많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료를 찾는 등 환자를 도와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에는 옆구리와 등 사이, 사타구니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진단이 제일 어렵다”며 “치료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CT 촬영을 해도 찾아내기가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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