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감염학회와 대한화학요법학회가 항생제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앞으로 2년간 일반 국민과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집중 캠페인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남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감염 전문가들이 이 같은 캠페인에 나선다는 것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의료전문가집단의 위상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도 환영할 일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항생제 남용에 따른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발표한 2010년도 하반기 약제급여적정성평가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항생제 처방률이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을 보면 평균 52%로, 2009년 53%에 비해 1%가 낮아진 수준이다.
물론 2002년도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평균 처방률이 73%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게 사실이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항생제 처방률은 상급종합병원이 31.04%, 종합병원이 45.85%, 병원이 46.82%, 의원이 52.69%로, 요양기관 종별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진료과목별로 보더라도 소아청소년과가 44%, 이비인후과가 63.9%, 내과가 43.4%, 가정의학과가 53.2%, 일반과가 52%, 외과가 48.1%로 처방률이 크게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항생제 처방률이 80% 이상인 의원이 2303곳으로 전체의 16.44%에 이르고, 심지어 90% 이상인 기관도 807곳으로 5.76%나 된다. 처방률이 100%인 의료기관도 있다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다.
이들 학회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미국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정부의 지원 아래 체계적인 항생제 캠페인을 펴고 있다. 이들 국가 역시 일반인과 의료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를 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감기나 인플루엔자에는 항생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홍보하고, 의료인들에게는 항생제 적정 사용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배포하는 것 등이 캠페인의 핵심 사업이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화학요법학회의 항생제 캠페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관심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와 함께 항생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펴 나가기 위해 정부도 지원책을 모색하는 등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유럽연합과 미국의 예만 보더라도 정부와 민간의 역할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항생제 처방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이 감염 전문가를 채용, 자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처방을 개선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전을 마련해 주는 게 급선무다. 이를 위해 정부가 감염 관련 건강보험수가를 현실화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심평원은 올해 하반기 지속적으로 처방률이 높은 요양기관에 대해 기획현지조사를 실시하고, 적정성평가 결과와 진료비 가감지급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의료계와의 갈등이 예상된다.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항생제 처방을 낮출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적 유인책을 마련하지 않고, 강제적이고 손쉬운 방식만 모색한다면 더 큰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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