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비만 및 당뇨 관리가 국정과제로 채택됐음에도 내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관련 사업이 빠져 의료계 비판이 나온다. 이는 결국 미래 의료위기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다.
11일 의료계에서 2026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 관련 사업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으며, 청소년 건강검진 예산까지 누락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재명 정부는 소아비만·당뇨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어 지난 9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에서 소아비만 등에 대한 국가적 관리체계 구축을 담는 등 지역 기반의 만성질환 관리 강화를 제시한 바 있다. 소아비만을 질병으로 분류해 학교·공공의료기관에서 상담·관리 등을 지원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이를 위한 예산이 없어 실행력에 물음표가 찍히는 상황인데다가, 건강검진 예산까지 빠지면서 비만 관리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것.
정책 설계를 위한 데이터가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청소년 건강검진이 단순히 결과 통보에 그치면서다. 검진 이후 관리 시스템이 없어 위험군으로 확인되더라도 추적관리나 생활 습관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실제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23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이 전 연령대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부모 유전 등 성장 과정에서 큰 영향을 받는데, 전체적으로 성인 비만이 계속 늘고 있어 소아청소년 비만도 증가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
또 지난 4월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 건강검사 표본조사에서, 2024년 기준 학생의 29.3%가 비만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도시보다 농촌,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높은 등 지역·소득 유형에 따른 차이가 뚜렷했다.
이에 비만 예방·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비만 기본법'이 발의되는 등 국가 차원에서 개입해야 한다는 정치권 요구도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역시 국정감사에서 학교·가정·지역이 연계된 국가관리체계 구축을 추진하겠다 밝혔지만, 예산이 없어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소아청소년 비만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비만은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고,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초고령화시대로 인한 노년층 의료비 문제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인데, 머지않아 청년층 만성질환 관리 비용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예산의 부재는 정부가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를 후 순위로 밀어냈음을 시사한다는 비판이다.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마상혁 과장은 소아청소년 비만을 관리하기 위해 검진 체계부터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진을 통해 확보된 소아청소년 건강정보를 정책 설계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국가 차원에서 이를 축적·분석할 수 있어야 이를 토대로 맞춤형 관리가 가능하다는 제언이다.
검진 항목 역시 ▲체질량지수(BMI) ▲혈당 ▲지질 검사 등 기본 지표 외에도 ▲식습관 ▲운동 습관 ▲정신건강 요소 등을 아울러야 한다고 봤다. 이렇게 비만이나 대사질환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을 보건소, 학교, 1차 의료기관이 연계된 관리망 안에서 추적 관리해야 한다는 것.
마 과장은 "소아청소년 비만은 단순히 체중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미 20~30대에서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국가 차원에서 소아청소년 건강지표가 축적·분석되지 않고 있다. 위험군 추적관리를 위해 협업이 필수적인 교육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도 따로 움직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강한 청소년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고 이것이 미래 국가 경쟁력의 기초다. 소아청소년 비만과 대사질환은 핵심 공중보건 과제지만, 이번 예산 누락 등 매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실정"이라며 "청소년기 건강 문제는 근미래의 의료비 부담으로 직결된다. 지금의 무관심은 10년 후 국민건강보험 재정 파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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