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여름을 재촉하는 비가 멈추지 않던 28일 오후.
내 아들, 딸에게 씌워진 부실의대 졸업생의 굴레를 걱정하는 관동의대 학부모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오후가 되면서 서서히 몰려드는 학부모들. 어느새 그 수는 30여명이 넘어섰고 학부모협의회 간부들의 통제 속에 이들은 교육부로 발길을 향했다.
그들이 바란 것은 단 하나. 애지중지 키워온 내 자녀들을 의사로 만드는 것. 하지만 현실은 이와 멀어져 가고 있는 것에 그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교육부는 부실의대를 정리하겠다며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통해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에 대한 페널티를 만들었다. 사실상 서남의대와 관동의대를 겨냥한 법안이다.
하지만 이들 학부모들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오히려 처벌을 강화하는 듯 보이지만 부속병원 없는 의대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안이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의대에 보냈으니 좋은 의사를 만들어 달라는 거죠. 이게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요."
그들이 지적하는 것은 교육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법안이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입법예고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부속병원이 없는 의대는 일정 수준 이상의 병원에 위탁실습을 보장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정원 감축에 이어 폐과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것은 이 일정 수준 이상의 병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인턴 수련병원에 준한다는 가이드라인이 너무 느슨하다는 것이다.
"전국에 202개에 달하는 인턴 수련병원이 있습니다. 사실 202등을 하는 수련병원은 학생들을 맡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아요. 이들에게 교육만 맡기면 된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닙니까?"
한 학부모의 말이다. 같은 인턴 수련병원이라 해도 너무나 격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내 자녀를 맡기는 것이 불안하다는 하소연이다.
특히 이 법안이 악용되면 학생들이 떠돌이 실습을 받게 된다는 우려가 크다. 처벌을 강화한 듯 하지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한 학부모는 "겉으로 보면 부속병원 없는 의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악용될 소지가 많다"며 "사실 인턴 수련병원에 실습만 맡기면 부속병원을 짓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서남의대의 경우와 달라질 것이 무엇이냐"며 "교육부가 사실상 의대 부실교육을 조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교육부에 몰려가 항의를 한 것도 같은 내용이다. 학생들을 떠돌이로 만드는 법안을 앉아서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을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바라는 교육환경은 과연 무엇일까.
그들은 최소한 전국 41개 의과대학 중 부속병원을 갖춘 39개 의대의 부속병원 이상의 교육환경을 요구하고 있다.
최소한 부속병원이 없더라도 최하위 부속병원에는 준하는 시설과 환경이 갖춰진 병원에 학생들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 "최근에 부속병원으로 전환된 삼성창원병원 정도는 돼야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욕심 같아서는 41개 의대 부속병원의 중간 등급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정도 부속병원을 지을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고 아니면 이정도 병원에 위탁이라도 보낼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이마저도 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폐과를 시키는 것이 답이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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