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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원칙주의자' 의료계 보험통 김방철 잠들다

박양명
발행날짜: 2017-02-21 05:00:59

상대가치제 도입·당연지정제 위헌 주장 "열정 존경한다"

"올바른 의료제도와 원가보전의 숙제를 동료와 후배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감사합니다."

마지막을 직감했을까. 3년이 넘도록 투병생활을 하던 김방철 대한의사협회 전 상근부회장은 지난 1월 개인 SNS에 이 같은 말을 남겼다.

그리고 불과 한달여만인 지난 18일 향년 7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쾌차를 기원한다"는 응원의 말들을 뒤로하고 말이다. 그가 SNS에 남긴 말들은 동료와 후배에게 바라는 유언이 된 셈이다.

그와 동시대를 지냈던 동료와 후배들은 "건강보험제도 전문가 1세대 또는 1.5세대"라며 "건강보험 분야의 역사이자 증인"이라고 회상했다.

이원표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전 회장은 "보험 분야에서는 거목이었다"며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 내로라할 만큼 해박하고 스마트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보험이사를 하다 보면 비난도 많이 드는데 그럼에도 꿋꿋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원칙을 밀고 나가셨던 분"이라며 "1997년 처음 보험이사를 시작할 때 많이 배웠다"고 추억했다.

고 김방철 전 상근부회장은 1980년대 후반, 의협 산하 의료보험 제도를 연구하는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보험 분야에 발을 들였다. 상대가치점수제를 연구하며 도입을 주장했다.

김 전 부회장이 보험이사로 활동할 때 의무이사로 일하며 합을 맞췄던 김인호 서울시의사회 고문은 "88년부터 약 6년 동안 1주일에 한 번씩 의료보험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의료보험 행위 하나하나를 분석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당시 수가가 턱없이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했고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하며 상대가치수가제도를 정부 측에 제안했다"며 "김 전 부회장은 상대가치 제도를 셋업 하는 데 주축이었다"고 말했다.

김방철 전 부회장은 보험이사 시절 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며 헌법소원도 앞장서서 했다.

2000년 8월, 김방철 전 부회장과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위헌소송을 함께 제기했던 대한개원의협의회 노만희 회장은 "1997년부터 같이 일을 많이 했었다"며 "건강보험, 의협에 대한 열정은 정말 존경하고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당시 김방철 전 부회장은 의협 보험이사였다.

김 전 부회장은 생전 "강제지정제 헌법소원 추진은 불합리한 수가를 개선하기 위한 협상의 마지막 카드였다"며 "헌재가 합헌 판결을 내린 후 10년이 훌쩍 지났지만 불합리한 수가는 바뀌지 않았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34대 의협 회장 선거전에서 맞붙었던 경험이 있는 주수호 전 의협 회장은 "후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주 전 회장은 "의료계에서 가장 어렵고 욕을 많이 먹으며 빛이 안 나는 자리가 보험 분야"라며 "그 어려운 자리를 의약분업까지 겪으면서 묵묵히 해나갔다. 전국민 의료보험 도입 초창기 보험 분야에 대해 김방철 전 부회장을 통해 많이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보험 분야는 연속성을 갖고 일하는 게 중요한데 김 전 부회장은 80년대 후반부터 20년 가까이 한우물만 팠다"며 "연속성을 갖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고 김방철 전 부회장이 지난 1월 SNS에 올린 글
김방철 전 부회장이 보험이사로 활동할 때 의무이사로 일하며 합을 맞췄던 김인호 서울시의사회 고문은 그를 한마디로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했다.

김인호 고문은 김 전 부회장을 한마디로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했다.

김 고문은 "원칙에 어긋나는 것에 대해 끝까지 관철하려고 했고 정부와 협상을 할 때는 밀리지 않고 관철시키려고 했다"며 "강직하고 고집이 있어 정부 관계자가 기피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대 후반부터 15년을 내리 보험 분야 연구에 몰두했기 때문에 이는 경험으로 축적돼 있었다"며 "의약분업 후에도 정부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관계를 이어갔다. 옳다고 생각하는 바는 이루겠다는 의지도 있고 정치력도 좋아 정당활동도 적극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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