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인상도, 정원 감축도 메스를 외면하는 인턴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흉부외과와 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 외과 계열은 철저히 외면당했고, 피부과 등 전통 강호들과 '정·재·영'이라는 신조어로 불리는 정신건강의학과 등의 인기는 여전했다.
메디칼타임즈가 2013년도 레지던트 1년차 원서접수 마감일인 28일 전국 68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지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진료과목별로 양극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정·재·영' 경쟁률 천정부지…피부과 왕의 귀환
분석결과 가장 높은 인기를 얻은 과목은 피부과였다. 68개 병원에서 66명을 모집한 결과 무려 109명이 지원해 1.6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신보건법 개정으로 고공 행진을 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인기도 재확인했다.
정원은 116명에 불과했지만 179명이 몰리며 1.54대 1로 높은 인기를 또다시 증명했다.
대체로 경쟁률이 크게 높지 않은 서울대병원도 8명 모집에 14명이나 몰렸고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중앙의료원 등 대형병원도 경쟁률이 2대 1을 넘어섰다.
특히 국립서울병원 등 단일 과목 모집 병원은 경쟁률이 3대 1을 넘어서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고령화 바람을 타고 있는 재활의학과도 신흥 인기과의 명성을 유지했다.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이번 레지던트 모집에서도 재활의학과는 97명 모집에 137명이 원서를 내 1.4대 1로 마감됐다.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등 전통 강호 인기 여전
이들 과목보다 몇 년 앞서 인기과 대열에 들어선 영상의학과와 전통 강호인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의 인기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성형외과는 정원 73명에 100명이 몰려 1.37대 1이라는 수위의 경쟁률을 보였고, 정형외과도 1.2대 1로 최종 마감됐다.
또한 영상의학과도 1.2대 1을 기록해 확실한 인기과로 자리 잡았다. 95명을 모집한 안과도 113명이 지원해 대다수 병원들이 정원을 넘겼다.
이밖에도 내과(1.29대 1), 이비인후과(1.09대 1) 등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인기를 얻어온 과목들도 모두 무난하게 정원을 채웠다.
늪에 빠진 비뇨기과…외과계 끝없는 추락
그러나 흉부외과, 외과로 대표되는 외과계열 과목들의 추락은 멈추지 않았다. 수가인상과 정원감축 등의 방법을 총동원했지만 인턴들의 마음을 사는데 실패했다.
특히 최근 급격하게 위기를 겪고 있는 비뇨기과는 몰락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다.
73명의 정원을 모집했지만 29명만 지원해 0.3대 1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은 것. 불과 4년전 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던 것과 비교할 때 극명하게 대비되는 대목이다.
흉부외과 또한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56명을 뽑았지만 27명만 지원해 정원의 반도 채우지 못했다.
외과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0.6대 1로 간신히 절반을 채우기는 했지만 대형병원들조차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성적표다.
실제로 서울대병원도 외과에 15명을 모집했지만 13명만 지원해 2명이 미달됐고 4명을 뽑은 흉부외과와 11명을 모집한 산부인과도 정원을 채우는데 실패했다.
외과 정원이 17명인 세브란스병원도 6명이 지원하는데 그쳤고 흉부외과도 4명 정원에 절반만 확보했다.
삼성서울병원 또한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가 미달했고, 가톨릭중앙의료원도 산부인과 정원 10명 중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A대형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이 미달됐으면 사실상 다른 병원의 사정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사실상 모든 방법이 다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진료과목의 흥망성쇄를 보면 왜곡된 의료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며 "평생 삶의 질이 걸려 있는데 막연하게 사명감만 요구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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