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맞은 의사 면허자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만 하면, 그것은 평생 면허가 된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은 주로 개원의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의대대학이나 병원에서 봉직하다 정년을 맞은 의사들은 나름대로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들은 여전히 진료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어한다. 은퇴 의사의 현주소와 활용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상> "정년 후에도 계속 일하고 싶다"
<중> 녹록치 않은 '인생 2막' <하> 은퇴의사 활용 지혜를 모으자
은퇴 의사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정부나 의료계의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복지부는 2007년 11월 은퇴 의사가 취약지역 공 보건의료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체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일자리 확충과 은퇴 의사 등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지역주민에 대한 양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계획은 이듬해 폐기됐다. 복지부 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은퇴 의사 활용방안에 대해 보건산업진흥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결과, 의사의 경우 은퇴의 개념이 없고 스스로 알아서 일자리를 찾아 활동하고 있는 만큼 국가가 나서서 제도를 만들고 기반을 구축하는 행위에 의미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의 모색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의사협회는 2008년 10월 은퇴 의사 활용방안 공청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대책을 모색했다. 그 결과 의사 시니어클럽을 운영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 은퇴를 했거나 은퇴하게 될 의사의 활용방안과 재취업을 준비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인 단계"라며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퇴 의사들은 갈 곳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가천의대 이무상 교수는 "개업을 하거나 봉직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개업할 형편이 못되는 이들은 제자 병원에서 지내는 신세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개업을 해도 제자나 후배와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현실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더욱 큰 문제는 봉사활동을 하려해도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다. 중견 대학병원장을 지낸 A교수는 강원도 오지에서 무료진료 봉사활동을 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인근 병의원들의 반발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사실상 무의촌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봉사활동도 뜻대로 못하겠더라"며 "조직에 들어가던지 해외로 나가지 않는 한 봉사활동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지방공사의료원, 보건소 등도 취업 대상이지만 매우 제한적이다. 특히 지자체들이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젊고 활동적인 인력을 원하고 있어 취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은퇴 의사들이 전문성을 살려 사회봉사에 나서도록 하려면 공공보건의료기관의 문호를 활짝 여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부, 의료계 지자체간 긴밀한 협력체계 구축 방안이 필요하다.
은퇴 의사 활용방안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김성규 전 세브란스병원장은 "젊은 의사들이 가려하지 않는 공백을 메우는 데 은퇴 의사 활용방안의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무상 교수는 "은퇴 의사들이 진료 현장으로 되돌아가 제자들과 생존경쟁 하는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서 활동영역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2008년 60세 이상 의사 1만36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은퇴 후 공공기관에서 근무를 희망했으며 이 중 30.4%가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꼽았다. 또 56.5%는 노인복지관련 시설에 근무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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