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의사가 메스를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한 외과 전문의가 의료현실을 개판한 글을 인터넷 토론방에 올리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신을 ‘친절한 외과의사’라고 소개한 공보의가 최근 미디어 다음 아고라에 ‘외과 의사, 칼을 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란 글을 올리자 네티즌들의 댓글이 폭주하고 있다.
그는 “외과의사는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수술을 위해 메스를 잡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자부심이 있고, 생명에 대한 경외심도 남다르다”면서 “이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 관리를 해야 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지방 병원의 외과의사로서, 곧 개업을 하든 또 한번의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의료정책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전공과목으로 외과를 선택할 당시에도 비인기과였지만 외과의사라는 자긍심이 이 자리를 지킬 수 있게 해줬지만 끊임없이 문제점에 부딪히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업에서 만나는 외과 환자는 치질, 가벼운 화상, 뱀에 물려 온 환자 정도”라면서 “인턴, 레지던트 시절 머리 터지게 공부하고, 교수님께 혼나면서 배웠던 외과 의사로서의 기술은 하나도 써먹을 데가 없다”고 지적했다.
맹장수술 한 번 하려면 집도의, 보조 의사, 마취과 의사, 수술 보조 간호사까지 적어도 4명이 필요한데 의료장비에 투자한 비용은 커녕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는 게 건강보험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지방병원은 수술 한 건 하면 바로 적자와 직결되는 아이러니한 구조에 있다고도 했다.
이어 그는 “중요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모두 서울의 큰 병원으로 몰리니 지방의 유명무실한 외과는 아예 문을 닫아버린다”면서 “적자를 보면서도 수술을 하라는 것은 봉사 활동 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면서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이 병원, 저 병원 돌아다녔다는 지방 주민들의 이야기는 소문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외과의사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누가 지원하고 싶겠느냐면서 이는 우리나라 의료 인프라와 직결되는 아주 시급한 문제라고 못 박았다.
그는 “과연 후배들에게 외과를 선택하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서 “진정 외과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환자에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제는 정말 이 나라 의료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모네티즌은 “생명을 다루는 외과의사가 수술 할 수 있게 의료수가를 현실화해 생명을 구하게 하는 게 현실적인 생명윤리”라면서 “20만원에 맹장수술하라는 게 비윤리 아니냐”고 따졌다.
‘초매초매’란 네티즌은 “나도 외과의사지만 지금은 외과가 아닌 일반의로 동네의원을 하고 있다”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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