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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청구와 허위청구 사이 모호한 경계

박양명
발행날짜: 2016-08-18 05:00:50
흐릿하고 분명하지 않은 것을 우리는 '모호하다'라고 표현한다. 부당청구와 허위청구의 경계가 딱 그렇다.

그 애매모호한 경계가 한 의사의 자살 사건으로 공론화된 이후 개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발생한 한 비뇨기과 의사의 죽음이 정부의 강압적인 현지조사 영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의료계는 정부에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경기도의사회는 전국의사추모대회를 시작으로 49재 제사의례, 보건복지부에 항의 방문 등을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와 논의를 통해 제도를 고치겠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실 현지조사 제도 개선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진행되고 있던 사안. 조금 더 적극적, 집중적으로, 빠르게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달라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지조사는 허위, 부당청구 개연성이 높은 요양기관에 대해 실시한다. 8만3000여개 이상의 요양기관 중 1%에도 미치지 않는 극소수다. 여기에도 허점이 있어 억울한 사연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부당청구와 거짓청구의 모호한 경계, 즉 '착오청구' 개념에 대해 머리를 맞대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혀 고의성 없이, 급여기준 등을 잘못 알아서 급여 청구를 했던 것일 뿐인데 몇 년치 누적된 금액의 환수 폭탄을 맞는 억울한 일은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일례로 환자 진단 후 라식수술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라식수술=비급여'라는 공식 같은 편견에 사로잡혀 진찰료는 무조건 삭감부터 하거나 부당청구로 간주하는 것이다.

유방암 검사도 단순히 검사만 하면 비급여, 유방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실시한 검사는 급여 청구를 했던 한 산부인과 원장은 부당청구라는 이유로 현지조사를 당했다. 그는 요양급여비 환수와 과징금 처분을 받아 4000여만원을 토해내야 했다.

누가 봐도 악의적 거짓이 명백한 의사에 대해 처분하는 것은 이견이 없다. 단, 부당과 허위 사이에 없는 중간점이 필요하다.

정부는 착오청구가 쌓이기 전에 찾아내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부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이의 제기하고 들을 수 있는 절차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의사들도 헷갈리는 급여기준이 있다면 심평원에 꼭 물어봐야 한다. 넘쳐나고 수시로 바뀌는 급여기준을 일일이 꿰고 있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족할만한 답변을 들을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물론 악의적인 마음은 당연히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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