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을 떠난 학생들이 올해 역시 돌아오지 않자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렸다.
2026학년도 의대정원은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돌아가겠다는 것. 2년째 지속되는 의정갈등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자 정부가 결국 백기를 들며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정부의 백기투항에도 의대생들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한 상황. 정부의 '조건부' 의대증원 철회 발표 이후 의과대학 현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 "의대, 신입생 독단적 행동은 구조적 불가능"
전국의 일부 의과대학들은 학생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고 지난주 개강을 시작했다.
25학번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지난해 휴학했던 24학번 학생들도 일부 복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새학기를 준비했지만, 학생들이 떠난 교정은 여전히 썰렁하기만 하다.
24학번 대다수가 올해 또한 동맹휴학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의대증원 정책 시행 후에 입학한 25학번 신입생 역시 등교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
이들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등에는 참석했지만, 개강 후 시간이 지날수록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한 의과대학장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 등에는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다"며 "지난주 개강 이후 초반에는 일부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슬슬 빠지더니 점점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선배들의 압박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학교 측에서 재학생과 신입생 접촉을 막으려 노력했지만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의대 재학생들은 수업 거부 등 신입생의 집단행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톨릭관동대, 연세대, 연세대(원주), 이화여대, 중앙대, 한림대 등 의대생들은 지난달 집단휴학의 정당성을 담은 203쪽 분량의 안내서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연세대 학내 게시판 등에는 최근 새 학기 개강을 앞두고 수업에 복귀한 의대생들의 인적 사항을 특정해 조롱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온 것으로 드러났다.
의과대학은 선후배 관계가 밀접한 특유의 문화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 속 신입생들이 집단행동 동참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수도권 의과대학 교수 A씨는 "150명 이상이 참여하던 수업을 10명 이하 소규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예상대로 예과 1학년 신입생 역시 전혀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의과대학은 6년 동안 수업을 함께 들을 뿐 아니라 졸업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계가 이어지기 때문에 신입생들이 선배들의 눈치를 보며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된다"며 "의과대학에서 한 학년만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장 전문가들은 의대생 '전원'이 복귀하면 2026학년도 의대증원을 철회하겠다는 정부의 조건부 발표가 학생들의 복귀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을지의대 유승민 학장은 "정부가 왜 굳이 '전원' 복귀를 전제조건으로 못 박았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다 오지 않으면 원상복귀하겠다는 뜻으로 학생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즐겁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미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진 상황에서 이 같은 조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에서 교육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정말 곤혹스럽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갈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아무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며 "우선 학생들이 복귀해야 모든 것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내년도 의대증원 철회?…25학번 증원 특례 '낙인효과' 우려
만일 정부의 바람대로 학생들이 3월에 복귀해 내년도 의대정원을 다시 3058명으로 조정한다 해도 향후 여러 문제가 우려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25학번만 의대증원 정책의 수혜를 입은 특수학번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것.
실제 입시 업계는 정부의 요동치는 의대증원 정책과 관련해 "2026년 의과대학 모집정원이 다시 축소된다면 학년별로 입시에 있어 격차가 과도하게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지역인재전형이 대폭 확대된 지방권 의과대학은 합격점수에 있어 예년과 상당한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의대증원 철회는 2026학번에 한해서였다. 다른 말로는 2027학번은 또다시 최대 2000명까지 증원할 수 있다는 뜻인데 학년별로 정원 격차가 1.5~2배 가까이 나는 것은 해당 학과의 교육을 파국으로 이끌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서남의대가 부실의대로 선정된 후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결국 학생들이었는데 이번 증원 사태는 한 해의 의대생 모두에게 이러한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정부가 의과대학 교육과 병원 실습, 향후 배출되는 전문의 등 전반적인 의료 질을 고려한다면 절대 이러한 정책을 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의대증원 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고 다시 정원을 되돌리더라도 25학번은 낙인을 피해 가기 어렵다.
쭉 3058명을 유지하던 의대정원이 2025학번만 4567명이 되고, 또다시 3058명으로 돌아간다면 해당 학번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기 때문.
그는 "이러한 낙인 효과는 의대생일 때뿐만 아니라 전공의 수련 및 향후 취업 후 평생을 따라다닐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하지 않고 무작정 버티기로 정책을 밀고 왔기 때문에 이러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의과대학 관계자는 "최근 휴학이 승인되지 않은 상태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등록금이 환불되는지 등을 문의하는 신입생들이 많다"며 "25학번은 사실상 의대증원을 알고 입학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휴학에 대한 의지가 굳건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증원 후 첫 입학한 학번이라 이미 위축된 상태에서 선배 의대생들을 무시하고 등교한다면 또 다른 '배신자' 낙인이 찍힐 수 있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 같다"며 "유효기간인 3월이 끝나기 전까지 학생들을 열심히 설득하고 독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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