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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제도의 사생아 이대로 둘건가

발행날짜: 2014-12-26 05:44:28
새해를 맞아 병원계가 채용에 한창이다. 내년부터 함께 일을 하게 될 사람들을 뽑기 위해 각 병원들은 다양한 절차를 통해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모두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을 준비중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의사 인력 중 유일한 계약직인 전임의들이다.

이들의 계약은 보통 1년이다. 내년 2월 계약 연장이 되지 않으면 이들은 조용히 짐을 싸서 병원을 나서야 한다. 그들에게 연말이 두려운 이유다.

흔히 대학병원에서 최고의 을이 전공의라고 말하지만 따지고 보면 가장 약하고 불안한 것은 전임의들이다.

이들은 전문의 자격을 가지고 있지만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그렇다고 전공의들처럼 피 교육자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교수와 전공의 사이에서 피 교육자과 교육자의 역할을 동시에 갖는 '낀' 계급인 그들은 그렇기에 늘 자리가 위태롭고 불안하다.

사실 전임의의 도입 취지는 예비 교수 인력 양성에 있다. 전문의 취득 후 대학병원에서 다양한 환자 케이스를 접하고 세부 전문분야를 익히며 교수 트랙을 밟기 위한 수련과정이 바로 전임의다.

하지만 이러한 취지에 부합하는 전임의는 극히 드문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 전임의들은 전공의 5년차, 6년차로 진료와 검사 보조 등 전공의의 업무를 담당하며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저렴한 임금에 전문의를 활용하며 부족한 인력을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를 골자로 하는 수련제도 개편안이 시행되면서 전임의들의 상황은 더욱 더 열악해져 가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이제는 노골적으로 전공의 업무를 떠 넘기면서 업무량이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다수 전임의들은 자신의 역할에 대한 회의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채 진료에 등을 떠밀리고 있다.

실제로 대한의학회가 전국 46개 병원 전임의 5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172명이 전공의와 똑같은 일을 하는 것에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또한 절반에 달하는 213명이 자신이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80%에 달하는 335명은 진로가 불확실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전임의 제도가 얼마나 일그러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임의 제도가 취지와 다르게 흘러가면서 전공의 수련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전임의가 많은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전공의가 마땅히 배워야할 술기조차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전임의가 진료 보조 업무를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임의가 전공의 4년차의 업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4년차는 3년차 업무를, 3년차는 2년차 업무를 할 수 밖에 없는 기형적인 수련제도가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주당 80시간 근무제 등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물론 근무시간을 합리적으로 줄이고 휴가를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수련의 질을 담보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수련제도의 사생아인 전임의 제도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전공의와 전임의로 이어지는 수련 시스템 전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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