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중계본동에서 개원 10여년째를 맞고 있는 A개원의는 맞은편에 달동네가 재개발된다는 소식에 마음이 심란하기만 하다. 달동네에 거주하는 주민 중에는 수년째 단골 환자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상당수 포함되기 때문이다. 심리적인 아쉬움도 있지만 당장 공사가 시작되면 환자가 줄어들까 싶어 벌써부터 걱정이다.
3일 개원가에 따르면, 정부의 경기부양책 중 하나인 재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해당지역 인근 개원의들이 지역 주민 이동에 따른 환자 감소로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 개원의 일부는 '잠시만 견디면 되겠지'라는 생각에 견디기도 하지만 일부는 아예 이전을 선택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달동네 노년층 이동시 상당한 영향력 줄 것"
경기도 부천시 도당 1-1구역 재개발지역 인근에 개원해 있는 B개원의도 고민에 빠졌다.
B개원의는 "재개발 되는 지역주민이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재개발이 시작돼 주민들이 모두 이동한다면 그만큼의 환자감소는 어떻게 감수해야할지 답이 없다"면서 "어차피 공사가 진행되고 새로 분양이 시작되는 것을 감안할 때 이전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예 재개발지역에 속하면 고민없이 이전을 택하겠는데 이 경우는 오히려 더욱 고민스럽다"며 재개발 여파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앞선 A 개원의도 "전체 환자의 약 30% 정도가 재개발지역 주민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일시적으로 찾아오는 젊은층과 달리 달동네 환자들은 노년층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내원해 이들의 이동은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개발 계획 모르고 이전했다가 '낭패'
그나마 기존에 개원해 있던 개원의들은 그래도 나은 편. 일부 개원의 중에는 재개발 사업이 시작된다는 사전 정보 없이 재개발 예정지로 이전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 개원해 있던 C개원의는 얼마전 새로운 각오로 경기도 마석으로 이전했지만 개원하고 보니 조만간 인근 지역에 재개발공사가 시작되는 곳이었다.
C원장은 "재개발 이후를 보고 견디기에는 개원 초기라 투자비용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이전하기에는 이미 개원하면서 은행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더이상 자금마련이 어려운 상태"라며 허탈한 심경을 피력했다.
그는 "앞서 개원해 있던 원장이 권리금은 챙기며 재개발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설명도 없어 뒤늦게 사실을 알고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재개발사업 추진 사실이 확인되면 이전이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주변의 소개를 받아 이 같은 사실을 감춘 채 신규로 들어올 개원의를 찾는 과정에서 C원장과 같은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개원 컨설팅 관계자는 "만약 해당 원장이 사전에 재개발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개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현재 환경적인 조건만 보고 개원을 결정했는데 입지적인 요소 이외에도 사회적인 정보 또한 개원 전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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