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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응급체계도 붕괴...학회가 제시하는 대안은?

박양명
발행날짜: 2021-12-17 05:45:55

국회 토론회 "감염병 유행, 변수 아닌 상수…인프라 확대해야"
응급의료기금 일몰 조항 폐지 및 지방자치형 응급의료체계 전환

대한응급의학회는 강병원 의원과 16일 미래형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2년 동안 코로나 확진자에게 주목하면서 응급환자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떨어져 있었다."

대한응급의학회 류현욱 정책이사(경북대병원)는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형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이미 '비코로나' 환자 진료 역시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응급의학회가 공동 주최했다.

대한응급의학회 류현욱 정책이사(경북대병원)
류 이사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 응급의료가 '위기'라고 진단했다. 국가응급진료정바망 통계연보를 활용해 2019년과 2020년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사망 환자의 비율을 살폈다. 그 결과 2019년 응급실을 찾은 593만여명의 환자 중 전체 사망환자는 9만509명으로 1.5% 정도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464만여명 중 9만2053명이 사망했는데 그 비율은 2%다. 단순 수치만 놓고 봤을 때 응급실로 온 환자 수는 줄었는데 사망 환자가 늘었다.

류 이사는 "환자가 이미 사망한 상태로 응급실에 들어오거나 응급실에 오지 못한 채 사망한 환자 숫자를 고려해도 초과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했던 1차 유행 당시 대구 지역응급의료센터 6개 기관, 지역응급의료기관 10곳이 폐쇄됐다. 이때 폐쇄 여부에 따라 사망률이 1.2배 차이가 있었다. 심정지 환자 생존율도 해마다 증가하다가 2019년 8.7%를 기록했는데 지난해 7.5%로 감소했다. 뇌신경 회복률도 5.4%에서 4.8%로 오히려 줄었다.

이뿐 만이 아니다. 119 구급대 반응이 4분 전에 이뤄져야 하는데 그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었고, 구급대 신고부터 병원 도착까지 시간도 전반적으로 늦어졌다.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기관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 대유행 이후 비코로나 환자, 특히 응급환자에게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것이 각종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 이후 응급의료체계, 인력 및 공간 부족·거버넌스 부재

그렇다면 감염병에 대응하는 응급의료체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류현욱 이사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응급실이 처한 현장을 사진으로 발표했다.
류현욱 이사는 사스에 이어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까지 감염병 유행을 반복하면서 이제는 감염병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던졌다.

류 이사는 대한응급의학회가 지난해 2차 대유행이 발생했던 때 전국 응급의학과 수련병원 과장 59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병원 대응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 진행 결과를 일부 공유했다.

응급의학과에서는 인력과 공간의 부족, 거버넌스 부재를 문제점으로 꼽고 있었다. 특히 응답자의 93%가 발열 호흡기 증상 환자의 수용 공간이 부족하다고 했고 75%는 응급실 격리병상이 감염병 의심환자를 수용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다.

류 이사는 "감염병 유행을 고려해 응급실 병상을 1인실로 유리문 설치를 해야 하고 감염환자 격리구역을 더 넓혀야 한다"라며 "비 의료공간을 의료용으로 전환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또 "119구급상황관리센터의 인력자원 충원, 전문성 강화 등으로 응급의료 상담, 안내 등 기능과 역할을 강화해야 하고 감염 구급차를 확충하고 감염 구급대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이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음압 구급차는 3% 정도이고 119구급대 이송건수 중 발열환자 이송건수는 6~7% 정도다. 구급차의 숫자가 환자 수를 따라오지 못하는 현실인 셈이다.

류 이사는 "구급 자원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병원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을 비롯해 확진자, 의심 환자 이송을 위해 개인 방호복 착탈의 등 출동 준비 시간을 단축하는 등 전문성을 확보한 감염 전담 구급대도 함께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
대한응급의학회는 보다 거시적인 중앙 중심의 응급의료체계를 지방자치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응급의료의 시도간 격차가 해마다 더 벌어지고 있고 도농간 격차도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라며 "중앙에서 수준 높은 고민을 하고 있지만 시도, 시군구 단계로 가면 그 고민의 힘이 부족해지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현행 응급의료에 관한 법령에서 응급의료기본계획 및 연차별 시행계획이 보두 보건복지부 장관의 역할인데 이를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는 게 학회의 생각이다. 응급의료기관 평가도 역시 시군구 단위에서 해야 한다는 것.

중앙 중심에서 지방분권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더해졌다. 더불어 응급의료기금의 일몰 조항을 폐지하고 활용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응급의료 예산 편성도 지방정부 응급의료 예산 수요에 기반해 편성할 것을 주장했다. 5년 단위로 소진해야 하는 응급의료기금 일몰 조항도 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지역사회 격차를 줄이고 환자에 안전을 제공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응급의료기금의 지속적, 안정적 구축이 필요하다"라며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및 범칙금 수입 중 100분의 30(현행 100분의 20)을 응급의료기금으로 돌리고 일부를 지방정부에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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