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와 약사회의 2인자 간의 신뢰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됐다.
대한의사협회 강청희 상근부회장(52, 연세의대 졸업, 흉부외과 전문의)은 지난 7일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연회장에서 조용한 결혼식을 올렸다.
이날 결혼식에는 추무진 의사협회 회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와 노만희 개원의협의회장, 병원협회 정규형 부회장(전문병원협회 회장) 그리고 중매 역할을 한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 및 연세의대 흉부외과 동문 등 의료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보건복지위)을 비롯한 여야 보좌관들과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실장과 관련부서 과장 및 심사평가원 간부도 참석해 강청희 부회장의 늦깎이 결혼식을 축하했다.
이날 눈에 띈 점은 약사회 이영민 상근부회장(66)의 참석이다.
의사협회와 약사회, 의사와 약사는 대체조제와 성분명 처방 등 상충된 현안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보건의료계 대표적인 대립 직역이다.
이영민 부회장의 이날 결혼식 참석은 직역을 뛰어넘는 강청희 부회장과의 신뢰에서 출발했다는 시각이다.
강청희 부회장은 광진구의사회 총무이사를 시작으로 2013년 노환규 집행부 총무이사로 발탁돼 의사협회에 첫 발을 디딘 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추무진 회장을 재선시키며 의협 입지를 공고히 했다.
강청희 부회장은 국회 등 대관업무를 중심으로 한방 현대의료기기 비상대책위원회와 보건복지부 감염대책협의체 등 대정부, 직역 간 현안을 도맡아 수행하고 있다.
이영민 부회장(조선약대 졸업)은 서초구약사회장을 시작으로 약사회 보험위원장을 거쳐 현 조찬휘 집행부 상근부회장까지 오랜 시간 약사 회무를 담당해 온 이른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베테랑이다.
강청희 부회장과 이영민 부회장은 10살이 넘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위원으로 첫 만남을 가진 후 공급자단체 모임에서 끈끈한 인연을 이어갔다.
의협 강청희 상근부회장(좌)과 약사회 이영민 상근부회장(우).
이들은 단체 특성상 현안별 시각차를 서로 이해하면서 사석에서도 '부회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나이 차이와 무관하게 상호 존중하는 신뢰감을 보여 왔다.
얼마전 의사협회에서 약사회를 겨냥한 비판적 보도자료가 나온 후 이영민 부회장은 "강청희 상근부회장을 믿고 있다. 협회 입장에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며 변치않은 신뢰를 내비쳤다.
이영민 부회장은 이날 "축하해 주러 왔다"면서 결혼식 행사를 지켜보다 행사가 마무리될 쯤 조용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약사회 상근부회장의 의사협회 상근부회장 결혼식 참석으로 의사와 약사 관계가 갑작스럽게 개선되지 않겠지만, 이들이 보여준 신뢰와 믿음은 갈등 관계로 만연된 보건의료 직역들에게 좋은 귀감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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