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라운지] 이승원 대한간학회 부총무이사(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유병률 낮지만 고위험군 예후 치명적…외국인 선별검사 등 대책 필요"

국내 D형간염(HDV) 실태 조사는 2011년 이후 명맥이 끊겼다. 1985년부터 시행된 코호트는 6개에 그친다.
무엇보다 D형간염 치료제가 없었고, B형간염을 가진 환자에서만 D형간염이 일어나는 특수성 때문에 감염자도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는 게 컸다.
상황이 바뀐 것은 D형간염 치료제의 개발 소식 때문. 치료제 Hepcludex(성분명 불레비르타이드)가 유럽에서 EMA에서 조건부 승인을 받고, 미국에서도 임상 3상에 들어가면서 D형간염 치료 시대의 개막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14년만에 감염 실태를 알 수 있는 코호트 조사가 진행됐다. 연구를 진행한 이승원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부총무이사)를 만나 코호트 조사 결과 및 의미, 향후 임상적 활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명맥 끊긴 감염 실태 조사…14년만에 다시 '빛'
지난달 이승원 교수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4차 아시아태평양간연구협회(APASL 2025) 연례회의에서 국내 HDV 코호트 중간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B형간염 바이러스(HBV) 감염자의 일부에서 발생하는 D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수준은 기존 추정치보다 낮은 2.1%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글로벌 추정 유병률인 4.5%보다 낮은 수치로, 한국 내 HDV 감염의 실태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한 연구로 평가된다.
이 교수는 "국내 코호트는 1985년부터 시작해서 2011년까지 6개 정도 진행됐다"며 "그 이후론 감염 실태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된 치료제가 없었고 B형간염 바이러스 감염자 중에서도 소수만 다시 HDV에 감염되기 때문에 거의 없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강했다"며 "검사 방법은 있었지만 검사량이 워낙 적어 시약 수급이 어려워 검사비가 비싸지는 악순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 2022년을 기점으로 HDV 치료제 불레비르타이드가 임상에 들어갔다는 말을 들었다"며 "국내에서도 시험적으로 써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담당 환자를 전수조사한 결과 한 명의 HDV 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간 추정된 한국의 HDV 감염률은 0~1.6% 정도로 주로 외국인 환자를 상정하고 있었지만 실제 발견된 환자는 50대 자국민 여성. 이에 전반적인 국내 감염 실태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
이승원 교수는 "불레비르타이드 개발사인 길리어드의 무료 의약품 제공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환자는 무사히 완쾌할 수 있었다"며 "본원 교수진들과 상의 끝에 전국 단위 조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했다.
연구진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13개 3차 의료기관에서 B형간염을 진단받은 2009명의 환자를 등록하고, 혈청 검사 및 임상 데이터를 분석했다.
평균 연령은 56.4세, 남성 62.6%인 참여자를 대상으로 경쟁효소면역법(ELISA)과 화학발광면역법(CMIA)을 이용해 혈청 내 항-HDV 항체 여부를 판별한 결과 전체 환자 중 43명(2.1%)이 항-HDV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국내 거주 외국인의 항-HDV 양성률은 7.4%로, 한국 국적 환자(1.9%)보다 유의하게 높았다"며 "단순히 평균 수치가 낮았다는 것만으로는 안심하기 이르고, 특정 지역, 민족, 연령대 등에서 양성률이 높다면 이를 기준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연구 자료가 활용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추정치 대비 절반, 안심하긴 이른 이유는
결과만 놓고 보면 국내 실태는 '양호'했다. 글로벌 추정 유병률인 4.5%보다 낮은 2.1%를 기록한만큼 잘 관리되고 있다고 봐도 될까.
이 교수는 "국내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은 한국에서 전체 인구의 약 1% 남짓한 것으로 보고된다"며 "이에 비하면 D형 간염은 해외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유병률을 기록했을 뿐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HDV 환자의 경우 HBV 환자 대비 간경변 진행 속도는 2~3배 더 빠르고, 간세포함 발생 위험도 최대 6배에 달한다"며 "간이식이 필요한 비율이 2배, 간부전 위험 2배, 사망률 2배 등 HBV만 있을 때보다 훨씬 빠르게 간이 망가지는 초고위험군에 해당한다"고 했다.
HDV 감염과 간경변 및 간암과의 연관성 분석 결과 간경변 환자에서 항-HDV 양성률은 2.7%, 비간경변 환자에서는 1.7%로 실제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은 참여자 수가 2000명에 그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을 뿐, 참여자가 많아지면 HDV 감염자에서의 위험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판단.
따라서 외국인에서 감염률이 높은 상황 및 국내 유입 외국인의 증가 추세를 볼 때 특정 위험 노출군에 대한 선별검사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원 교수는 "북한의 HBV 감염률은 한국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고, 탈북민의 수도 늘어나고 있어 그냥 안심하기엔 이르다"며 "국내 거주 외국인의 증가 추세, 중국인의 국내 유입자 수 증가 등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할 때 정책적인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의 경우 HDV에 대한 모든 스크리닝 검사를 권고하고, 미국은 고위험군에 한해 스크리닝을 권고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마땅한 기준이 없다"며 "그도 그럴 것이 권고를 위해선 연구 결과, 자료 등의 근거가 있어야 했는데 연구가 많이 부족했다"고 했다.
그는 "의료진들도 HDV 가능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조금 의심이 된다고 판단되면 D형간염 항원 검사 정도는 일반적으로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올해 안으로 최종 연구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연구가 다양한 정책 제안의 근거 자료로 활용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