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개원 정체된 인천 구도심…재개발로 새바람 불까
동인천역 일대는 한때 인천의 대표 중심 상권으로 불리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 등으로 행정·상업이 분산되며 쇠퇴한 상권으로 평가받는다. 더욱이 건물 노후화 등으로 신규 개업마저 어려워지면서 반전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그럼에도 일대 상권은 동인천역·신포역을 잇는 지하보도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유동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더욱이 일대에 대대적인 재개발이 예고되면서 주목도가 올라가고 있다.메디칼타임즈는 동인천역·신포역 일대를 방문해 현 상권과 개원 환경을 점검하고, 르네상스 사업 이후의 가능성을 조망해봤다.동인천역·신포역 일대 상권은 이 두 역을 잇는 800m 길이 지하보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독특한 구조였다.■ 지하보도 중심 이색 상권…상권은 침체, 유동은 지속동인천역은 역사 일대와 신포역을 잇는 신포지하도상가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 독특한 구조다. 병·의원 역시 동인천역과 신포역을 잇는 800m 길이 지하보도의 출구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상태다.기존 개원 입지와 다르게 유동 인구가 역에서부터 지하로 접근하는 독특한 형태인 것. 덕분에 환자들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내원할 수 있었으며, 역과 떨어진 병·의원들의 접근성도 좋았다.유동 인구도 상당했다. 평일 오후 시간대임에도 노년층을 중심으로 수백 명의 사람이 오갔는데, 청년층·가족 단위 방문객도 적지 않았다.노년층 유동 인구가 두드러지는 만큼, 개원가 역시 비뇨기과·안과와 통증을 보는 마취통증의학과가 많았다. 인근 주민에게 일반 진료를 제공하는 내과·이비인후과·정신건강의학과도 있었다.실제 환자 수요도 적지 않았다. 동인천역 인근 안과·마취통증의학과 의원을 방문한 결과, 각 의원 대기실에 10명 안팎의 환자가 있었다.성형외과가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인근에 신포국제시장과 신포패션문화의거리가 있어, 젊은 층 유동 인구가 섞이는 입지인 덕분이라는 게 인근 부동산 관계자의 설명이다.동인천역 인근 안과와 대기실에 있는 환자들의 모습.■ 건물 노후화로 신규 개원 진입 장벽…적합 매물 적어하지만 유동 인구 대비 의원이 많다고 보긴 어려웠다. 1km에 가까운 상권임에도 의과 의원 수는 10개 남짓이었다. 이는 상권 노후화 때문인데, 일대 건물 대부분이 30~40년 이상 된 노후 상가이기 때문이다.실제 임장 결과 내·외부 리모델링이 이뤄지지 않은 상가 건물이 다수였으며, 인테리어나 동선상 진료에 부적합한 곳도 많았다.더욱이 신축 상가 건물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오랜 기간 한자리에서 운영 중인 의원이 많아 기존 자리를 대체하는 것도 어려웠다. 일대 상권은 낮은 임대료와 꾸준한 환자 수요로 채산성이 높지만, 당장 개원하기 어려운 입지인 것. 시기도 좋지 않다. 재개발이 예정되면서 시공 단계에서 일시적인 영업중단이나 이전, 구조변경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완료되기 전까진 상권 경쟁력 저하, 유동 인구 감소, 영업 매출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와 관련 부동산 관계자는 "예전엔 인천 중심지였지만, 사람도 상가도 빠져나가면서 많이 침체됐다. 그래도 여전히 유동 인구가 꾸준하고 한 자리에서 오래 운영 중인 의원이 많다"며 "임대료는 낮은 편이지만, 건물이 워낙 오래돼서 새로 병원 차리려면 리모델링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신포지하도상가 인근에서 운영 중인 의원들의 모습.■ 르네상스 사업 이후 주목…개원 기회 다시 열릴까하지만 재개발이 완료된 이후 상권에 대한 기대감은 나온다. 인천시가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면서다. 이 사업은 동인천역과 내항 일대를 중심으로 원도심을 문화·상업·주거가 어우러진 복합도시로 재편하려는 도시재생 사업이다. 2026년 착공을 시작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역세권 리모델링 및 주변 주거 재정비가 속도를 내면 노후화된 상가의 메디컬타워 교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건물 노후화로 진입이 불가했던 병·의원들이 동인천역 지하보도 일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특히 ▲제물포 내항 재개발 ▲신포시장 문화관광화 ▲동인천 민자역사 개발 등과 연계될 경우, 고정 수요층에 신규 유입 인구가 더해지는 입지로 변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지금은 '진입 불가' 상태였던 지하보도 상권이 신축 메디컬타워 입점 후보지로 부상할 수 있는 것.이런 변화가 지하보도를 통한 동인천·신포역 간 접근성이라는 현 장점과 만나면 새로운 개원 입지로서의 잠재력이 기대된다. 인천 자체가 다양한 환자 풀을 자랑하는 지역인 만큼, 계속되는 신규 개원으로 심해진 개원가 경쟁에 새로운 공급이 이뤄질 수 있는 것.동인천역 인근 전경무엇보다 인천은 지역 내 의료 수요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된 도시다. ▲신도시 ▲공단 기반 인근 근로 인구 ▲고령층 밀집 주거지 ▲외국인 방문객 ▲관광 상권 등이 동시에 존재해 다양한 진료과 수요가 공존한다.이는 수도권 내 다수 지역이 특정 연령·소득 계층 중심으로 진료과가 쏠려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만약 동인천역 일대에 신축 의료시설 입지가 본격화된다면, 현재 인천뿐만 아니라 서울·경기권에서 과밀한 개원가 경쟁에 노출된 개원의들에게도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이와 관련 인천 소재 한 의원 원장은 "인천은 신도시과 구도심도 있고 한 지역에서도 소득 수준도 달라 환자층이 정말 다양하다. 만성질환부터 건강검진, 예방접종까지 수요가 고르게 있다"며 "꼭 아픈 분들만 오는 게 아니라 건강 관리 차원에서 오는 분들이 많다 보니 환자 풀이 넓다.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개원해 외래를 운영하기가 훨씬 유리한 편"이라고 말했다.이어 "실제로 우리 병원도 이런 다양한 환자들 덕분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요즘 인천은 전국에서 신규 개원이 가장 많은 지역 중 하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도 그렇게 나오고 개원 수요가 많다 보니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라며 "실제 후배 의사들이 개원을 앞두고 병원에 찾아와 의원 운영 방식 등을 묻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