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혁신, Winter is coming

미래의료포럼 조병욱 위원장
발행날짜: 2025-04-18 09:21:58
  • 미래의료포럼 정책정보위원장 조병욱

2편에서는 의료개혁 정책에서 병원급 의료기관, 즉 2차 의료기관에 대한 정책 방향을 알아보았다. 용두사미와 같은 전체 의료비 재정의 대부분을 상급종합병원에 몰아놓고, 그의 반도 되지 않는 재정을 종합병원, 그것도 일정 규모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곳에만 투입한다.

앞서 지적했듯이 국가 재정으로 추가로 투입되는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대부분은 건강보험 재정을 재분배하는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에 투입하는 재정은 결국 일차 의료기관인 의원급에서 조달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의료개혁 정책이 어떻게 일차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재정 분율을 줄일 것인지 알아보자.

#일차 의료 의원 육성 및 특정 과목 의원 질 관리 강화

정부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전문 진료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배출된 의사의 대부분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당연히 일차 의료기관에서는 개설 의사의 전문과목 진료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덕분에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매우 손쉽게 전문의에 의한 양질의 고급 의료를 접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국민 건강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국민들이 최소한 자신의 증상을 가지고 각 전문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설사 질환과 연관 없는 의원을 방문했다 하더라도 즉시 다른 의료기관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차 의료기관의 전문 진료를 불필요한 과잉 의료를 공급하여 의료비를 폭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는 의료개혁을 발표하기 전 박민수 차관이 '전공의와의 대화'라는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분명히 밝혔다.

의료개혁 정책은 일차 의료기관의 전문의료 공급을 줄이고, 다른 국가들의 일차 의료처럼 예방, 건강관리, 만성질환 및 복합질환에 대한 유지치료 관리 등 일반 진료를 공급하도록 바꾸려고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전문의료 공급을 줄여서 상급종합병원과 일부 종합병원 지원에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1] 통합, 지속적 건강관리 중심의 일차 의료 의원 육성

1) 일차 의료 혁신 시범사업

질환 단순 관리가 아닌, 환자 중심으로 지속적 주치의 진료를 제공하고, 건강 개선 결과 등에 성과를 보상한다.

A. 일차 의료 수요 및 수행 가능성 높은 지역 중심으로 우선 추진
B. 서비스 질, 환자 만족도 향상과 의원의 안정적 운영이 가능한 혁신적 지불 + 추가 성과 보상 → 세부 방안은 의료계와 함께 설계

2) 지원 거버넌스

일차 의료 서비스 질 제고 및 환자 만족도 향상을 위해 병원, 지역의사회 등 연계 지원 기능 강화

3) 전문 인력 양성

의사, 간호인력, 약사 등이 양질의 일차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 마련 및 주기적 교육 지원

4) 기존 사업 정비

일차 의료 만성질환 관리, 장애인 등 각종 주치의 제도 등 기존 사업 평가를 거쳐, 성과 보상 기전 강화 등 개선 방안 도출

일차 의료 혁신 시범사업은 지불 제도 개편을 그 중심에 두고 있다.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조정하여 공급자의 공급 행태를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전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이나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은 시범사업 없이 바로 적용하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정책은 '시범사업'을 붙여 전체가 아닌 수행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그 대상을 우선적으로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시범사업의 경우 보상 수준을 높게 책정하고, 성과 평가를 후한 점수를 주는 등 적극적으로 정책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본 사업이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시작되고 나면, 보상 수준은 '적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줄어들게 되고, 성과 평가는 좋은 점수를 주기보다는 오히려 트집잡기 식으로 감점에 주력한다. 이러한 정책 도입과정을 한두 번 겪어보았어야 정부에 대한 신뢰나 기대를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의료 공급자들은 이런 식의 길들이기 정책 도입을 수차례 겪었다.

[2] 의원급 구조 전환 통해 진료 질 담보

1) 기능: 의원급 기능을 '일차 의료'와 '특정 과목 진료'로 구분
의원의 수술 및 입원 진료 질 확보, 질 수준에 따른 차등 지원

● 다빈도 주요 수술 34개 약 207만 건(2022년) 중 의원(38.1%), 종합병원(22.3%), 상급종합병원(20.1%), 병원(19.5%) 순 / 2018~2022년 5년간 증가율은 의원 4%, 종병 3%, 상종 2%, 병원 0.1% 증가 순

2) 정보 제공: 의원의 전문의 및 전문과목 등 정확한 정보 제공

-표시 강화
전문의 진료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전문의, 일반의 여부, 전문과목 표시제 개선

-정보 포털
전문의 여부, 경력 등 인력 관련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정보공개 포털 구축

의원급 의료기관의 기능을 일차 의료와 특정과목 전문진료로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현 의료체계에서는 무의미하다. 환자가 자율적으로 의료기관을 선택하기 때문에 굳이 이런 부분을 나누는 것은 의료 이용 행태에 영향을 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러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이유는 이 의료개혁 정책이 '총 의료비 증가 억제'에 그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를 소비하는 환자에게 의료 이용 행태를 바꿀 수 있는 제도를 적용하지 못한다면, 반대로 의료를 공급하는 의료기관에게 의료 공급 행태를 바꾸면 가능하다. 다빈도 혹은 고보상 의료행위에 대하여 공급을 줄이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해당 수가를 내리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공급하는 재화의 판매 가격을 공급에 필요한 비용보다 낮춰버리면 자연히 공급을 줄이거나 하지 않게 된다.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인 수가를 결정할 권한이 건정심에 있기 때문에 이에 공급자는 저항할 수 없다.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던지, 아니면 공급을 하지 않는 둘 중 하나의 선택만이 강요된다.

일반 진료를 공급하는 의원과 특정과목 전문진료를 공급하는 의원 중 의료 소비자인 환자는 대부분 특정과목 전문진료를 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원에 방문을 한다 하여도 공급자가 전문진료를 위한 검사(검체 검사나 영상 검사 등)를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수가가 책정된다면 전문진료를 받을 수가 없다.

문진과 진찰을 통한 일반 진료 후 검사가 필요하다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전원을 하도록 유도되는 설계이다. 의원급에서 가능하던 검사들이 제공되지 않으면 환자들의 불만은 생길 수 있겠지만, 그러한 비난은 정책을 설계한 정부가 아닌 의료 공급자인 의원급 의료기관이 대상이 될 것이다.

의료개혁 정책에서 가장 큰 피해를 받을 대상은 의원급 의료기관이다. 필자는 처음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이 발표된 시점부터 수차례 지적해왔던 부분이다. 건보 재정을 순증하지 않고, 그렇다고 정부 지원 재정을 확보한 것도 아닌데 수조 원의 '지원'이라는 사업들을 내어놓았다.

결국 건보 재정 내에서 각급 의료기관 간의 재정 투입 분율이 조정된다는 것이다. 전체 투입 재정 중 극히 일부분만 국가 재정이 투입되더라도 '지원'이라고 과대포장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재정 투입'이라고 표현한다. 의료 분야에서 국민을 상대로 기만하고 있는 정부다.

국민들로부터 조세가 아닌 건강보험료를 받아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국가 의료를 운영하고 있고, 그 건강보험의 운영과 관리 권한을 놓지 않기 위해 투입하는 국가 재정인 국고보조금은 법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규정된 보조금의 일부만 투입하고 있다.

필자의 설명이 25년간의 건강보험의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은 수차례 받았다.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가 있기 때문에 상대가치점수를 조정하지 않고서는 검사나 전문진료 영역의 수가를 낮출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1년 전 수가협상에서 통과된 '(행위)유형별 환산지수 차등적용'이었다. 아직도 이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적용을 '의료기관 종별 차등적용'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건보공단 측이 '행위'를 빼고 '유형별'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오인하여 관심 밖에 두도록 하는 것이다. 진료, 검체검사, 영상, 수술, 입원, 처치 등 각 행위유형에 대하여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여 수가 협상을 하고, 이는 전체 건보 재정 내에서 조정을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상대가치점수로 인해 조정이 불가능했던 행위유형별 수가 조정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제 정부는 매년 상급종합병원 3조, 종합병원 8000억, 총 3조 8000억 원 상당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국회 예산에 얼마가 책정되었던가? 그 차액이 바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가져와야만 하는 재정이다. 2023년과 2024년 건강보험료는 인상되지 않고 동결되었다. 봄은 왔지만, Winter i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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