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산업 최소한 불씨는 살려야

발행날짜: 2025-04-14 05:00:00
  • 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이미 골든타임은 거의 끝자락입니다. 아마 몇 달만 더 지나도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겁니다."

영업사원에서 시작해 본인의 기업을 일구기까지 국내 의료기기 산업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CEO의 말이다.

그는 최근 몇 년이 자신의 30년 넘는 경력중에서 최악의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미 그와 함께 험지를 개척한 일부 대표이사들은 수십년간 일궈온 본인의 터전을 떠났다.

시작은 코로나 대유행이었다. 일부 체외진단기업들은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맞았지만 대부분의 의료기기 기업들은 2년이 넘는 긴 터널을 속절없이 버텨야 했다.

드디어 엔데믹을 맞고 다시 기지개를 펼 찰나에 이제는 의정갈등이 시작됐다.

의대 입학 정원 증원으로 시작된 의정갈등으로 국내 대학병원들의 기능이 상당 부분 정지됐고 이는 산업계에 직격탄으로 날아왔다.

실제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절반이 넘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의정갈등 기간 동안 매출의 50%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기업은 70% 이상의 피해를 봤다.

문제는 엎친데 덮친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을 밀어붙이던 대통령은 파면됐고 조기 대선 정국속에서 의정갈등은 후순위로 밀려났다.

망망대해로 떠내려 가고 있는 난파선을 다시 끌고 올 동력도 주체도 없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이 밀려들면서 의료기기 기업들은 고사 직전으로 몰리고 있다.

의정갈등으로 내수 시장이 무너진 가운데 그나마 활로가 됐던 수출길마저 막힐 상황에 놓인 셈이다. 세계 최대 수출 시장이 문을 닫아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의료기기 기업들은 동분서주하며 살길을 찾고 있지만 상황은 요원하다.

정부 차원에서 맞서야 할 일이 산더미지만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리더쉽을 잃은지가 오래인 이유다. 기댈 것은 새 정부 뿐이지만 그를 기대하기는 최악의 상황속에서 수개월을 더 버텨야 한다.

이미 국내 의료기기 산업은 고사 직전에 몰렸다. 의정갈등으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까지 마친 상황에 환율은 끝없이 올라가고 있고 이제는 수출길까지 막혔다.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없는 셈이다. 폐업을 결정하는 기업도 속출한다.

이 사태를 두고 책임 공방이 분분하다. 누가 이를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하지만 이 상황속에서도 의료기기 기업들은 폐업신고서를 들고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 아니라 대책이다. 최소한 산업의 불씨는 살려 놓아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골든타임은 오늘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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