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든 의대증원, 또다시 '자살골' 넣는 정부

발행날짜: 2025-04-23 05:30:00 수정: 2025-04-24 09:16:18
  • 의료경제팀 임수민 기자

정부가 20년 만에 시도한 의과대학 증원 정책이 1년 만에 백기를 들고 막을 내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 의료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향후 5년 동안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총 1만명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거센 반발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 이후,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개혁정책은 자연스레 추진력을 잃게 됐다.

의대증원 정책 역시 2025학년도 정원을 1509명 증원했다는 소소한 수확(?)만을 거두고, 당장 내년 정원은 다시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돌아왔다.

이마저도 정부 정책에 반발하며 전공의가 수련병원을 떠난 지난 1년 동안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없어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의 엄청난 고통과 희생이 뒷받침된 결과다.

교육부는 내년도 의대증원 철회 조건으로 의대생들이 복귀 후 수업에 정상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건을 제시했다.하지만 의대생들의 복귀율이 저조하자 결국 또다시 스스로 입장을 번복하며 증원을 전면 백지화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학생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복귀할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백지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개혁 정책 이후 수차례 입장을 번복하면서 늘 같은 논리를 제시했다. 국민 건강과 의료계 안정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 말미엔 늘상 이 말도 덧붙였다. "정부는 의료계에 굴복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1년 만에 의대증원을 철회한 정부의 모습을 보며 굴복이 아니라고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이번 정책으로 의대생이 복귀하고 의료계가 안정화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의대생들은 여전히 복귀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이는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서울역 인근에서 주최한 궐기대회에서도 드러났는데, 이날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 의사를 중심으로 2만명 이상의 인원이 집결했다.

의료계는 지난 1년 동안 전공의 업무개시명령, 전공의 모집, 의대생 유급 처리 등 정부가 스스로 뱉은 말을 책임지지 못하고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을 수차례 지켜봐 왔다.

정부와 의료계와 갈등에서 패배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주요 국면마다 정부가 스스로 자살골로 사태를 악화시킨 것이다.

의대증원 백지화를 얻어 낸 의대생들은 이제 필수의료 정책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필수의료 정책을 지속 추진하면서 교육부 이주호 장관이 의대생을 직접 만나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버티기 작전'의 효과를 톡톡히 맛본 의대생들이 복귀를 택할 실익은 크지 않아 보여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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